비트리갤러리 앞
2021년 11월 24일 ~ 2021년 11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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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혼자서 가장 많이 되뇌인 말은 ‘나에겐 아무 것도 필요 없다. 나에겐 나만 있으면 된다’는 것이다. 돌을 깎는 것과 같이 무모한 노동집약적 일을 하다 보면 패기는 사라지고 자기 연민에 빠지게 되곤 하는데, 고립되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승산 없어 보이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내 자신이 불쌍해보이기 때문이다. 그럴 때 마다 나에겐 내가 있다는 사실을 주문처럼 외우며 정신을 바로 잡았다. 이 일은 아무도 요구하지 않았으며 오로지 스스로가 자처한 일이기에, 왜 내가 돌을 깎고 있는지 다시 그 출발점을 들여다보았다.
나는 돌과 더욱 친해지고 싶어 시작했다. 왜냐면 돌은 무섭기 때문이다. 수만년의 시간을 담고 있는 돌의 강한 에너지는 마치 범접할 수 없고 도전해서는 안되는 것으로 비춰졌다. 그래서 덤벼보기로 했다. 올해 초의 개인전을 통해 던진 질문들과 그에 대해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든 생각 중 하나는, ‘할 수 없는 것’과 ‘해서는 안되는 것’들은 내가 스스로에게 부여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다. 지금 이 시대에 크고 무거운 조각을 만드는 것이 어렵게 느껴지지만 그것이 과연 진정 어려운 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시험해보는 것이 나의 임무이자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여겨졌다.
돌을 깎으며 상상을 했다. 따스한 햇살, 끝없이 펼쳐진 잔디밭, 완벽히 수평이 맞는 바닥면, 해가 위치한 각도에 따라 서서히 바뀌는 양감을 섬세하게 보여주는 뻥 뚫린 하늘, 그리고 작품을 즐길 수 있는 유동인구가 많은 완벽한 공간에 놓인 나의 돌의 모습. 그러나 상상에만 그칠 뿐 그런 공간은 지금 나에게 현실이 될 수 없다. 그 사실을 자각할 때 마다 근심과 분노가 휩쓸곤 했지만, 어느 날 문득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이상’이 있기 때문에 내가 하는 행위가 의미가 있는 것이지, 그 이상이 벌써 나에게 현실이 되어버린다면 이건 너무나도 재미 없는 일이 되어버리는 게 아닐까. 아직 나에게 석조를 한다는 행위는 도전이자 저항이며, 그 어려움들을 극복하고 대안을 고안해내는 과정 자체가 있기에 나의 조각은 저만의 가치를 말할 수 있다.
돌을 통해 나는 나의 한계에 도전하는 내 자신을 만났고, 이를 통해 나는 어느 때 보다 단단해진 내면을 얻었다. 조각이 무엇인지, 이 조각을 어디서 만들지, 내 작업을 언제 어디서 선보일지는 나를 제일 잘 아는 내 안에서 답을 찾을 수 있으며 내가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 나의 돌조각들도 나의 그런 자신감과 오만함을 투영하듯 모두 허리를 꼿꼿히 펴고 큰 키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런 돌들을 보며 깨달은 것은 이제 나에게 다음 단계는 나의 단단한 껍질을 내리치고 깨부시는 일이란 것이다.
기간: 2021. 11. 24. 2pm - 11. 29. 12pm (닫는 시간 없음 No closing hours)
장소: 서울시 마포구 와우산로 94, 비트리 갤러리 앞
참여작가: 홍기하
문의: khiahong@gmail.com
*해가 지면 관람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The works on display may be difficult to see after suns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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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 마포구 상수동 와우산로 94, 홍문관 1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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