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피앤킴
2023년 7월 26일 ~ 2023년 8월 26일
일차원에서 투사하는 원추는 벽을 만나 경계가 된다.
경계에서는 에너지가 만들어지고 그 울림으로 공간을 채워간다.
작은 한 점에서 시작된 울림은 경계를 통해 그 존재를 드러낸다.
-작가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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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회화 매체에서 원추(원뿔)는 현대 회화의 기본 이미지로써 상징하는 바가 크다. 근대 미술과 현대 미술의 경계에서 폴 세잔Paul Cézanne은 사물의 본질에 주목하여 자연의 모든 형태를 원형, 원뿔, 원통으로 해석하였다. 추상미술을 견인한 칸딘스키는 피라미드를 통해 삼각형의 형이상학적 미학을 제시했다. 백남준은 현대 물리학의 전자적 펄스와 웨이브를 현대 미술에 새로운 요소로 가져왔다. 홍동철 작가의 원추는 새로운 공간감과 오브제성을 만드는 동시에 응집과 확산을 통한 새로운 풍경을 선사한다.
작가는 캔버스 천을 캔버스 뒤에서 안으로 잡아당기는 힘과 탄성을 통해 만드는 새로운 형식의 원추를 선보인다. 원추 형태의 공간감은 캔버스 뒤로 공간을 확장하지만 한편으로는 관람자에게 착시효과를 일으켜 캔버스 표면 위로 새로운 형태가 솟아오르는 이미지를 현상하기도 한다. 평평한 캔버스 표면이 뒤로 당겨지며 만들어진 요철에 의해 부조 같기도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캔버스 안에서 평면성을 살리면서도 새로운 공간감을 형성한다는 점에서 작가의 시도가 독특하면서도 신선하다. 작가는 캔버스 그 자체를 오브제로 삼아 캔버스 표면에 근접한 부피감과 공간감을 확장해 조성한다.
작가가 캔버스 표면에 실험하는 에너지의 조형적 형태들과 그 패턴은 캔버스 화면이 단지 죽은 물질 또는 재료가 아니라 살아 숨 쉬는 힘들의 장(field)으로 이해된다. 캔버스의 평면은 미시적 관점에서는 풍부한 두께와 부피, 공간과 힘들이 역동하는 차원으로 드러난다. 또한 다양한 유기물과 무기물의 혼합체이며 중력과 대기의 복잡한 힘들이 입체적으로 중첩되고 해체되는 에너지의 장이기도 하다. 작가가 다루는 다양한 조형적 조작과 형식들은 이렇게 단순한 형태 만들기의 변형이거나 변종이 아니라 더 깊고 복잡한 차원의 에너지의 운동, 작가가 말하는 ‘파동’의 세계가 펼쳐내는 웅장한 오케스트라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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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빗방울이 잔잔한 수면 위에서 조그만 파동을 일으킨다. 빗방울이 얇은 수막을 때리면 지상으로 낙하하는 중력의 힘에 의해 물의 표면이 깊이 패어 들어간다. 수면에 원추 형태의 깊이가 생기고 동시에 완전한 원형의 형태를 만들어낸다. 뒤로 한껏 패어 들어갔던 수면은 얼마 후 물이 수면 위로 왕관 형태를 만들며 솟구쳐 오른다. 빗방울이 만들어내는 힘(에너지)의 거대한 순환이 펼쳐진다. 그 놀라운 자연의 순환과 파동은 우리의 마음에 공명을 불러일으켜 깊은 울림으로 퍼져나간다.
일상에서 접하는 빗방울 하나는 물리적으로는 아주 작은 액체 덩어리지만 미적 형이상학의 파노라마 속으로 들어오면 작은 빗방울에는 우주 전체가 반영되고 은유된다. 시인의 노래에서도 빗방울은 인간의 감정과 한 인생 전체를 담아내기도 한다. 아르헨티나의 시인 호르헤 보르헤스의 ‘알렙’처럼 아주 작은 세계는 역설적으로 가장 거대한 우주를 담기도 한다. 현대물리학과 고대 불교나 또는 고대 그리스의 피타고라스의 정신 속에도 ‘파동’은 우주의 거대한 운동을 은유하기도 한다. 고대인들이 음악을 통해 우주의 질서를 사유했듯, 현대 미술가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보이지 않는 차원의 세계를 탐색한다.
천과 나무, 바늘과 실 그리고 그들 사이의 관계와 힘(탄성)이 만들어낸 원추는 홍동철 작가의 오랜 고민과 실험 끝에 탄생한 결과물이다. 동시에 작업을 대하는 작가의 기본 태도를 반영한다. 작업하는 것이 언제나 즐겁다는 작가의 순수함과 고집스러운 열정과 전문가적 치밀함이 작업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작가는 작품과 호흡하며 색상이 퍼져나가는 경계를 정하고 색상의 밀도와 두께를 쌓아 올린다. 빗방울이 떨어지듯 물감이 번져나가듯 작가의 원추는 정형화된 색상의 이미지가 아니다. 캔버스 표면에 여러 겹의 색 층을 형성하면서 어떤 시각적 떨림과 운동을 형성한다. 작가가 일으키는 작은 파동, 진동은 회화 매체의 한계를 넘어 우리의 내면의 공간에 더 깊숙이 다가가고자 한다. 작가에게 캔버스는 회화적 실험 공간이자 동시에 내면을 투영한 공간이다.
피지혜(갤러리 피앤킴 아트디렉터)
참여작가: 홍동철
출처: 갤러리피엔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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