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아트스페이스
2015년 6월 16일 ~ 2015년 6월 22일
<Sand Game > single channel video,(1’44’’) screen shot, 2012
공간에 남겨진 시간의 흔적에 관하여
홍이지 작가의 작업에서는 한가지 중요한 관점이 있다. 그것은 존재의 위치에 관한 것인데 그는 이것을 시간이라는 맥락 위에서 지속적으로 관찰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그의 비디오 작업 Vanishing에서는 목탄가루가 하나의 흰 종이 위에서 다음 흰 종이 위로 계속적으로 넘겨지는 가운데 목탄가루는 점점 사라지고 나중에는 흰 종이만 남겨지는 과정을 기록한다. 물질적 존재로 선명하게 다가왔던 검은 물질은 옮겨지는 과정에서 점차 양이 줄어들고 끝내는 물질이 사라진 빈 공간만 남게 되는 현장을 그대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긴 시간 담겨 있으며 목탄가루가 옮겨졌던 흰 종이들은 시간이 흘러간 순서이자 흔적의 장소로서 비디오 작업과 함께 나열되어 전시 된다. Sand Game이라는 영상 작업에서는 두 명의 사람이 등장하여 모래에 꼽혀 있는 막대기를 누가 쓰러뜨리는가에 대한 게임을 하는 모습이다. 그곳에 있는 나뭇가지는 두 사람 중 어느 누군가에 의해 쓰러질 수 밖에 없다. 모래라는 견고하지 않은 하부구조 위에 나뭇가지는 스스로 서있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번 전시의 주제를 ‘on the verge of beginning’이라고 하였다. 홍이지 작가는 그의 주제에서 시작을 말하고 있지만 사실상 이미 끝을 의미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작가가 바라보고 있는 대상들은 시간이라는 지평 위에 있고 작가의 작업은 그것과의 관계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시간이라는 것은 인간에게 있어서 명료하게 인식하기 힘든 영역이다. 시간이 사건화되고 그 사건의 흔적들을 보고 나서 인간은 시간을 감지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시계라는 기구도 인식하기 어려운 시간을 단위 경계를 정하여 그 공간화된 단위 면적에 시계바늘이 남겨놓은 흔적들을 읽어내며 시간을 인식하도록 만든 기계장치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보면 홍이지 작가의 작업에서 작가는 생명체든 어떤 사건이든 시작이 있으면 끝 날수 밖에 없는 시간이라는 컨텍스트에 드러나 있는 존재적 위치와 그 한계에 대해 주목해 왔던 것으로 보인다. 그의 작업은 세계 내에 존재들을 목탄가루처럼 가변적 물질로 상징화하여 보여줌으로써 그 물질들이 시간과 호응하는 가운데 존재적 상황이 변화되는 결과를 드러내고자 한다. 인간은 시간 속에서 살아간다. 해가 뜨고 해가지는 매일 매일의 삶은 거의 변화가 없는 똑같은 일상의 반복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그 미미한 변화가 생명을 탄생시키고 성장하며 늙어가고 언젠가 죽음에 이르도록 만든다. 존재에게 있어서 시간의 흐름은 있음과 없음, 생명과 죽음이라는 전혀 상반된 엄청난 변화의 상황을 맞이하도록 만듦에도 불구하고 작은 변화에 대해서는 인지하지 못하거나 관심을 갖지 않게 된다. 작가는 이 미미한 변화들이 시간의 궤적을 만들어 내고 존재의 위치를 드러나게 한다는 사실을 목도하게 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가 택한 작업방식은 이러한 흔적들을 기록하는 방식이었다. 네모난 흰 종이의 단위 면적마다 목탄가루가 묻은 흔적은 그러한 시간을 기록하는 그림자들이다. 영상 속의 이미지의 흐름 역시 시간의 흔적을 기록한 기록물에 다름 아닌 것이다. 흰 종이에 남겨진 목탄가루나 영상 속에 남겨진 이미지나 모두 흔적일 뿐임에도 그것은 시각상에서 일루젼이 되어 시간의 환영을 우리의 의식 속에 재생시킨다. 시간을 재생하거나 재현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불가능하다. 존재라는 것 역시 재생하고 재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단지 재생하고 재현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의 실체 그 자체 아니라 실체의 그림자가 그렇듯 일루젼 같은 흔적이고 이미지일 뿐임에도 우리는 그것이 존재했던 시간과 공간을 머리 속에 떠올리게 되고 그 때의 감각을 회상하게 된다. 작가는 이 돌이킬 수 없는 대상들 다시 말해 그 존재하는 것들에 대해 공간으로 번안된 시간들을 통하여 작가 자신은 어떠한 결론도 내리지 않으면서 다만 그것이 과연 무엇인지, 어떻게 보아야 하는 것인지를 오히려 질문하고 있다. 단지 시간을 공간에 나열해 보여주면서. 사이미술연구소 이승훈

<Sand Game > single channel video,(1’44’’) screen shot, 2012

<Sand Game > single channel video,(1’44’’) screen shot, 2012

<Sand Game > single channel video,(1’44’’) screen shot, 2012
출처 - 사이아트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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