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차공간818
2025년 10월 15일 ~ 2025년 10월 26일
도시를 이해하는 방법: 바깥에서 보거나 혹은 안으로 들어가거나
글 전혜진
홍현조는 평택시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작가다. 그는 유년기를 평택에서 보내고 잠시 인근 도시로 거주지를 옮겼다가, 성인이 되어 다시 이곳으로 돌아왔다. 평택에서 보냈던 과거와 평택에서 살아가는 현재, 그는 이 두 개의 축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긴밀하게 감지한다.
첫 개인전 《바다를 찾아서》(2024, 웃다리문화촌)에서 평택에서 보냈던 유년기를 재개발이 진행 중인 현재와 맞부딪힌 회화와 조각을 선보였다. 유년기를 상징하는 형상 위로 지금의 평택 풍경이 침투하고, 끝내 합쳐지면서 매끄럽지 않은 잔상을 남겼다. 두 개의 시간이 합쳐지면서 생기는 이질감은 이후 작업에서도 지속적으로 등장하는데, 《BLACK&WHITE NEGATIVE VIOLENCE》(2025, Gallery 9)에서는 음화(陰畫) 사진처럼 명암이 반전되어 강렬하면서도 기묘한 풍경의 형태로 등장했다. 이곳에서 영원히 존재할 것만 같았던 장소의 상실은 내가 봐왔던 풍경을 완벽하게 기억(저장)해 둘 수 없다는 불안으로 이어진다. 홍현조에게 있어 기억은 불연속적이고 비-절대적인 대상이지만 그는 이 불완전성을 극복하려 하지는 않는다.
이번 전시는 기억이 생산·재구성되는 장소로서 ‘평택’에 주목한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손을 경유하여, 일상에서 현재진행 중인 상황을 목격하며 몸소 느낀 감정들을 풀어내고자 한다. 이는 많은 것이 뒤바뀐 도시 속에 남아있는 흔적을 추적해 나가는 시도다.
평택은 대대적인 재개발 사업이 진행되면서 도심 곳곳에서 공사가 벌어지고 있다. 이전의 것을 거부하고 허물어야 새로운 것이 도래할 수 있다는 자기부정을 전제로, 평택을 비롯한 많은 도시들이 변화하고 있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이 변화를 가장 빠르게 느끼곤 하는데, 이곳에서 보내온 시간이 곧 그들이 지닌 기억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장소는 기억을 함유하고 있으며 때로는 대표하기도 한다.
전시장에 처음 들어서면 크지 않은 흰 조형물이 보인다. 이들은 날카로운 면 없이 뭉툭하고, 단단하지만 위태로운 느낌을 준다. 그리고 마치 외부로부터 쓸려오는 충격을 막으려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대상을 덮거나 둘러싸고 있다. 새하얀 색으로 인해 프로토타입(prototype)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실제로 각각의 형상들은 공사 현장의 모습에서 착안된 것으로, 변화 중인 평택을 상징하고 있다. 조형물의 안쪽 면을 따라 쓰인 글자들은 현재를 호명하는 장치로서 이용된다.
앞서 평택이라는 도시를 바깥에서 관조했다면 〈지금 또! 놓치시겠습니까?〉는 도시의 틈을 파고 들어간다. 멀리서 바라봤던 풍경이 점점 가까워지면서 발 아래에 땅이 느껴지고, 익명의 사람들이 남겨놓은 발자국 위로 새로운 자국이 얹어진다. 현실의 흔적은 쉽게 지워지지만, 판에 새겨진 흔적은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끊임없이 재생된다. 몇 번이고 다시 찍어낼 수 있는 판화의 습성은 모든 것이 뒤바뀐 후에도 남아있을 무언가를 찾는 태도와도 맞닿는다. 일시적인 흔적을 영구화하려는 것에는 이 도시를 향한 일종의 염원이 담겨있는 듯 보인다.
흰 조형물과 검은 판, 입체와 평면, 외적인 것과 내적인 것. 하나가 뼈대에 살을 붙여가며 형상을 만들었다면, 다른 하나는 흔적을 따라 깎아가며 형상을 만든다. 서로 다른 두 작업이 전시장 내에 공존하면서 균형을 이루고 있다. 과거의 기억이 현실을 마주하는 과정에도 이와 같은 균형이 필요하다. 그러나 만일 언젠가 이것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면, 내가 알고 있던 것들이 모두 잊힌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미 한 번의 기회는 지나갔다.
참여작가: 홍현조
글: 전혜진
디자인: 봉우곰스튜디오
주최.주관: 홍현조
후원: 평택시, 평택시문화재단
평택시문화재단 「2025 청년예술인 지원사업」 선정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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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평택시 평택로 57번길 12, 2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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