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센터 화이트블럭
2015년 8월 21일 ~ 2015년 10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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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센터 화이트블럭은 2기 입주작가 프로그램에 참여한 네 작가의 작품들을 <블랙홀 썬> 전시를 통하여 관람객들에게 선보이고자 한다. <블랙홀 썬>은 80년대 미국 시애틀의 전설적인 밴드 <사운드가든 Sound Garden>의 노래 제목이다. 세기말적 불안감, 기억의 불완전함, 욕망을 향한 일탈행위, 신비주의적인 사색의 여정 등을 함축하는 <사운드가든>의 노래는 이번 전시에 참여한 네 작가의 작품들과 사뭇 닮아있다. 그리고 이 음악에 영감을 준 이사무 노구치(Isamu Noguchi)의 조각작품 <블랙 썬 Black Sun>에서도 이번 전시 제목을 가져왔다.
<블랙 썬> 조각상 중앙에 있는 구멍을 통하여 시선의 방향에 따라 미국 시애틀의 랜드마크 네 개를 볼 수 있다. 하나는 시애틀의 상징(icon)인 관측 탑, 스페이스 니들(Space Needle)이고, 또 하나는 올림퍼스 산맥(Olympic Mountains), 세 번째는 엘리엇 만(灣) (Elliott Bay), 마지막은 이 조각의 건너편에 위치한 시애틀 아시아 미술관 (Seattle Asian Art Museum)이다. 마치 노구치의 조각 <블랙 썬>을 통하여 네 개의 랜드마크를 바라보듯, <블랙홀 썬> 전시를 통하여 화이트블럭 2기 입주작가 4인의 작품을 네 개의 시선을 가지고 관람객들이 바라봐 주기를 바란다.
참여작가 김윤수, 민성식, 이진주, 정아롱은 각자가 추구하는 삶의 가치를 기반으로 미술작품에 대한 나름의 방향을 제시한다.
김윤수는 달, 바람, 공기, 파도, 어둠 등 인간과 함께 공존하는 자연현상에 대하여 예리한 감수성을 가지고 사유한다. 자연을 서정적으로 인간성에 투영하여 작가 자신의 지인들이 품고 있는 인성을 조각작품으로 환원한다. ‘대지, 바바라에게 (The Earth for Barbara)' '공기, 정우에게 (Air for Jungwoo)' 등의 작품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자연의 습성이 작가의 개별적인 지인에게 헌정되며, 동시에 우주론적 관점에서 인간과 자연이 하나 되는 경지를 유추해 볼 수 있다.
민성식은 목수라는 인물을 작품에 등장시킨다. 그냥 보면 이 목수라는 사내는 매우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는 듯 보인다. 그런데, 목수의 행위를 세심히 들여다보면 일종의 일탈행위를 벌이고 있음을 알아챌 수 있다. 그는 밀매한 것으로 짐작되는 무기를 조립하고 있거나, 포르노 영화를 보기위한 위성 안테나를 달거나, 불륜의 중심에 있기도 하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도구, 공구, 장난감 모형, 플라스틱 오브제 등이 전시장에 마련된 ‘욕망의 테이블’위에 배치되어 있다. ‘욕망의 테이블’ 위에 놓인 ‘욕망의 오브제’를 통하여 메인 캐릭터 목수와 그와 함께 등장하는 인물들의 욕망을 엿 볼 수 있다.
이진주 작가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파편화된 기억을 맷돌에 넣고 갈고 갈아 그 정수를 짜내서 인간 모두가 가진 보편화된 경험으로 구체화 시킨다. 버려진 물건들이 아무렇게나 놓여있는 삭막한 공터, 그 곳에 느닷없이 등장하는 사슴과 잠든 어린아이, 물에 잠긴 앙상한 나무 가지들. 작품에 나타나는 각각의 상징물들은 작가의 기억 속 또는 무의식 속에 은밀히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이 비밀스런 상징물들이 내포하고 있는 불완전성, 불안함, 부조리함이라는 의미가 관람객들에게 하나의 덩어리, 하나의 거대한 은유가 되어 공감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변형 캔버스(shaved canvas)로 표현된 작품들은 작가가 자신의 무의식을 관찰하고 분석하고 정제하고 타인과 공유하는 전 과정을 함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정아롱은 숲길에서 헤맨다는 정서를 다각도로 내면화하며 회화 작업으로 나타낸다. 독일식 표현인 ‘숲길 위에 있다’는 말이 잘못된 길로 가며 헤매고 있다는 뜻도 될 수 있지만, 독일 철학자 하이데거(Heidegger)가 주장하듯 사유한다는 뜻을 내포할 수도 있다. 정아롱 작가는 사유의 차원에서 숲을 모티브로 작업한다. 숲속에 등장하는 조각상, 말, 신성한 나무 등은 작가의 내면을 나타내는 상징물이다. 유화 이외에 템페라(egg tempera), 은드로잉(silverpoint drawing) 등 고전 기법을 이용하여 주술적이고 밀교적인 작업들도 함께 선보인다. / 이기모 (학예실장,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출처 - 화이트블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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