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가변크기
2015년 10월 15일 ~ 2015년 10월 29일
황정원 개인전 : seeeeeiiiiing

처음 원고를 부탁받으면서 작가에게 받았던 노트 중 하나의 문장이 눈에 띄었다.
“도시에서 발견되는 대상들의 모양을 관찰한다.“
이 문장이 자연스러우려면 ‘발견하는’이라고 해야 마땅하겠지만, ‘되는’이라는 피동표현은 황정원의 작업을 알아가는 데 좋은 단서가 된다. 작가가 어떻게 대상을 받아들이고 있는지에 대한 함축적이고 적확한 단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하루를 보내며 수많은 풍경을 반복적으로 만나게 된다. 날마다 마주하는 풍경은 비슷한 듯하면서 조금씩 변화한다.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는 변하지 않는듯하면서도 어느 순간에는 다른 곳이 되어 있다. 특히 서울처럼 변화 속도가 특이하게 빠른 도시는 고정된 기억으로 풍경을 그리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다른 한 편으로 도시란 장소는 새롭게 변해버린 풍경 속에서 기시감 같은 것을 느끼게 할 때도 있다.
작가는 자신이 도시생활에서 체감하는 풍경을 평면에 옮긴다. 보통 건식 재료를 활용해 선과 면으로 화폭을 구성한다. 그런데 그 과정은 감상적인 방식이 아닌, 마치 기계의 언어와 유사하다. 로드뷰 카메라가 자신의 궤적을 가감 없이 메모리에 담아내듯, 눈앞 풍경의 표면만을 트레이싱(tracing, 透寫)한다. 이 과정은 적극적인 이미지 수집이라기도 보다는 수동적인 정보 입력에 가깝다. 이처럼 황정원에게 풍경이란 자신이 ‘보는’ 것이 아닌, ‘보게 되는’ 것이다.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작가는 일종의 카메라가 되고 작가의 눈은 렌즈와 같은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그 풍경을, 그 순간을, 그 대상을, 그 시간을 선택하는 것은 무엇인가? 작가라는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는 것은 바로 작가의 ‘그림’들이다. 종이라는 사각의 공간은 무작위로 스캔 되어 있던 풍경을 선택하고, 크기를 확정하고, 스트로크를 지정하고, 요소를 배열하고, 화면을 구성하게 한다. 그림은 작가가 입수한 무한한 풍경의 표면들을 조각내어 흑백의 이진법으로 화폭을 건축해가는 주인공이다. 그림이라는 설계자는 풍경을 도상으로 변화시키고 레이어를 중첩하며 작가의 대표작인 <이동풍경>같은 드로잉 연작을 탄생시킨다.
작가의 최신작 그림책<seeeeeeiiiiiiing>은 “자신이 즐기기 위해 시작한 작업”이라고 한 점에서 이전까지의 작업들과는 조금 다른 결을 보인다. 드로잉 시리즈에서 배제되었던 작가의 행적이 자연스레 작업 전면에 나타난다. 만화의 대표적 형식인 ‘칸과 칸 사이의 마법’을 사용해 사각형 프레임 사이에 작가 자신의 시간을 채워둔다. 칸 사이의 공간은 상관관계가 없는 두 개의 이미지에 선형적인 시간을 담는다. 작가가 보고 경험하며 흡수했던 시공은 그림책을 바라보는 관객의 시간과 서서히 겹쳐진다.
이번 전시는 말장난이나 만화의 효과음같은 <seeeeeiiiiing>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여기에서 알 수 있듯이, 작가가 도시 속에서 ‘움직이며 보게 되는’ 것들의 총합인 셈이다. 도시에서의 삶의 경험은 어떤 평균치가 있기에 작가의 경험이 유달리 특별하다고 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작가의 작업은 우리가 매일같이 마주하는 반복적이며, 낯설고, 때로는 기시감이 드는 풍경들과 어떤 차이를 만들 수 있을까.
돈선필(작가, 반지하 관리자)
출처 - 가변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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