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가비
2019년 7월 3일 ~ 2019년 7월 20일
황현숙, A little girl’s hairpin 2019 Ink, Korean color on Korean paper 100×10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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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노트
파란색 철제 사탕 케이스 안에 사탕은 없다. 어린 나와 젊은 엄마와 아빠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볼 뿐이다. 언제부터인지도 모르게 색이 바랜 어린 시절 옷가지들은 시간이 늦은지도 모르고 높이 그네를 타던 그 때로 데리고 간다. 분홍색 플라스틱 작은 서랍을 열면 색색 머리핀이 보인다.
색색의 머리핀은 곧 나의 그림이 될 것이다.
나는 종종 쉬지 않고 흘러가는 강을 보며 생각했다. 그날의 햇살, 온도, 바람, 하얀 미소, 단정한 손, 다정한 눈빛, 유머와 웃음....... 내 앞을 유유히 지나는 강물은 어디로 가서 무엇이 되었는지 알 수 없다.
나는 해가 긴 여름이 좋다. 무성하게 자란 풀과 나무, 가벼워진 옷차림이 경쾌하다. 여름은 많은 것을 떠오르게 하고많은 것을 섞어 버린다. 내가 되었다가 나를 놓아버린다. 1과 0을 무수히 건넌다.
시간은 끊임없이 흐르지만 나의 기억은 조각으로 남아 영원히 그 자리에 머무를 것만 같다. 시간은 머무르고 또 머물러 나를 이루는 조각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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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의 무성한 초록과 겨울의 하얀 눈은 다른 듯 닮았다. 초록은 초록을 덮고 하양은 하양을 덮는다. 하지만 어느새 눈앞에서 사라져 버린다. 나의 그림은 이것과 다르지 않다. 지난 전시에서의 포도 그림이 하얀 눈을 닮았다면 이번 전시에서의 포도는 무성한 초록을 닮았다. 전시는 ‘1 너의 조각들’, ‘0 여름’으로 구성되며 오랜 시간 간직해 온 사물로 인해 촉발된 삶의 의미를 되짚어 본다. 시간의 조각들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결국 ‘0[空]’이라는 집합으로 수렴됨을 제시한다. 사물은 서로가 서로를 비추는 거울과 같아서 사물을 알아가는 것은 결국 나를 알아가는 것이 된다. 사라진 것이 아닌 단지 깊은 바다에 잠겨있었을 뿐인 기억은 일상을 함께한 사물과의 만남을 계기로 수면 위로 떠오른다. 화면에서 사물들은 유희하고 깊은 생각에 잠기기도 한다. 사물은 삶 속에서 구체적이고 유동적이다. 사물이 일깨워준 나의 조각들은 과거의 관점에서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
출처: 갤러리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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