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2022년 5월 3일 ~ 2022년 5월 29일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에서는 히치콕과 트뤼포, 영원히 빛나는 두 거장의 우정을 기리는 기획전을 엽니다. 닳지 않는 영화 교과서들인 알프레드 히치콕, 프랑수아 트뤼포는 영화적 본령의 세계를 구축하면서 서로 다르면서도 닮아 있는 욕망과 전율을 맛보게 해 줍니다. 이 공동 기획전은 언뜻 낯설어 보일 수도 있습니다. 알프레드 히치콕이 서스펜스 가득한 금단과 억압을 가로지르는 스릴러 장르를 집대성한 대가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면, 프랑수아 트뤼포는 자유로운 예술 영화의 전형을 보여 준 누벨바그의 서막을 올렸기 때문입니다.
이번 기획전은 히치콕과 트뤼포가 쌓아 온 관계가 세계 영화사에서 기념비적인 우정의 징표일 뿐 아니라, ‘예술 영화’와 ‘상업적’ 스릴러에 몰두한 둘 간의 거리가 순수하게 영화라는 매체를 다루는 능력에서 결코 멀리 떨어진 것이 아니었음을 입증해 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우선, 프랑수아 트뤼포는 자타 공인한 히치콕의 열혈 팬이었습니다.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의 영화광을 거쳐 영화감독이 된 누벨바그 멤버들이 히치콕에게서 배운 영화적 언어는 유명한 사실이지만, 트뤼포는 가히 프랑스적이라고 할 로맨스 치정물의 아이콘이 된 <피아니스트를 쏴라>, <부드러운 살결>에서 덫에 빠진 남자, 범죄와 추리의 테마를 덧씌우며 히치콕 세계에 누구보다 깊숙이 빠져들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트뤼포가 필생에 걸쳐 탐구한 것은 영원한 타자로서 여성의 아름다움이 자아내는 동요와 그 여성을 향한 남성들의, 혹은 감독 자신의 욕망이라는 주제였습니다. <검은 옷의 신부>는 잔 모로의 치명적인 반영웅을 통해 히치콕적인 범죄물이 애수 어린 비련의 복수극으로 흐르는 대담함으로 드러났고, 카트린 드뇌브와 장-폴 벨몽도가 연인으로 주연한 <미시시피 인어>에 이르러 이는 극도로 아름답게 요동치는 미스터리 가득한 사랑 이야기로도 형상화됩니다.
알프레드 히치콕은 이러한 트뤼포의 애정에 응답하면서, 진심 어린 ― 누구에게도 밝히지 않았던 ― 영화 찍기의 비밀들을 공유했습니다. 금욕적이던 가톨릭 가정의 성장 과정을 들춰내 보임으로써 스크린에 아로새겨진 인간의 원초적인 정신 병리학적 틈새를 엿보게 하는 등 이례적인 고백을 들려주었던 것입니다. 당시 젊은 초보 감독이던 트뤼포가 무려 50시간에 걸쳐 63세에 도달한 히치콕과의 인터뷰를 기록한 『히치콕과의 대화』가 바로 그 결실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제작된 <히치콕 트뤼포>(2015, 켄트 존스)는 두 거장이 주고받은 영감과 우정이 현세대 영화에 끼친 영향력에 바치는 진정한 오마주라고 할 법한 영화입니다.
오늘 우리는 히치콕을 다시 만날 때, 공포와 불안이 잔뼈 굵은 영국 출신의 장인 감독 히치콕의 원재료였다면, 충동적 에로스와 그에 대한 억압으로서 꿈의 논리로 펼쳐지는 이미지가 <너무 많이 안 사나이> <사보타주> <숙녀 사라지다> 등 고몽 브리티시 스튜디오 시대에서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전성기를 구현한 <의혹> <의혹의 그림자> <오명> <로프> <열차의 이방인> 등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걸작들에서 만개한 풍경을 확인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만일 할리우드식 첩보물의 진수로 꼽히는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를 관람하실 예정이라면, 그 원형적 작품이자 숨겨진 영국 시절 걸작인 <39 계단>도 놓치지 마시길 바랍니다.
이번 기획전에는 “히치콕은 무성 영화에서 출발했기에 순수하게 영화적 이미지로 사유할 수 있다.”라고 했던 트뤼포의 말에 충실하고자, 무성 영화의 대표작인 <하숙인>도 상영됩니다. 당시 가히 새로운 서바이벌 드라마였기에 묻히는 듯했지만 동시대 관객의 눈으로 보면 너무도 탁월한 <구명선>이나 <프렌지>와 같은 후기 문제작도 우리의 시선을 기다립니다.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프로그래머 박은지
출처: 영화의전당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모든 프로그램은 주최측의 사정으로 변경될 수 있으니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를 확인하시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