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2014년 6월 13일 ~ 2014년 6월 13일
우리는 ‘난지인’들이다. 바다에 유출된 석유 기름띠처럼 한국 미술계에 만연해 있는 공허한 관념들, 작가들에게 한국적 알리바이를 끊임없이 요구하는 평론가들, 빠르게 변모하는 미술 시장의 유행 등을 피해 쓰레기더미로 이루어진 난지도에 왔다. 우리는 세상을 남들과는 다른 시선에서 바라보고 장난 치고 실험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 누구보다도 자유로울 수 있는 특권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가난, 제약적인 공간, 남들의 시선 때문에 우리의 폭발하는 상상력을 가까스로 억눌러 왔다. 그리하여 우리는 캡틴 박의 주도 아래, 진정한 자유를 찾기 위해 아무도 찾지 않는 난지도에 모여 공동체를 형성했다. 그리고 쓰레기를 주웠다. 그것들을 가공해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를 세웠다.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는 레지던시 공간이 아니다. 그것은 사실 SEMA 110-248-463566라는 우주기지다. 최근 지구와 22광년 떨어진 곳에서 QUIRA 1218이라는 지구와 환경이 매우 흡사한 행성이 발견되었다. 제도, 형식, 말이 통하지 않는 공무원 등에 구석으로 내몰린 우리들이 완전히 뜻을 펼칠 수 있는 곳은 이 외계행성뿐이다.
우리는 곧 송?수신탑을 건립했다. 남들은 그것이 송전탑인 줄로 착각하고 우리를 불쌍히 여기지만, 이것은 QUIRA 1218에 문명을 가진 생물이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하는 전파 망원경 역할을 하는 탑이다. 수소 연료탱크도 한강 옆에 근사하게 만들었다. 이 정도 양이면 22광년을 여행하는 데 끄떡없다. 마지막으로 우주선도 두 대 만들었다. 남녀 따로 쓴다. 지금은 우주선을 전시장으로 위장하고 있다. 이 모든 시설들을 난지도의 쓰레기에서 자원을 직접 추출해서 우리가 세웠다. 8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이제는 떠날 때가 되었다. 지금 떠나지 않으면 안 된다. 우주기지의 엔진이 수소 탱크의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있다. 엔진 냉각통에 금이 가 윤활유가 새는 바람에 곳곳에서 코를 찌르는 휘발유 같은 냄새가 난다. 기지가 폭발하기 전에 올해 안에는 여기를 빠져나가야 한다.
지구력으로 2014년 6월 13일 5시, 우리는 Quira1218로 떠나기 전에 고별 파티를 연다. 우리의우주선을 개방하고, 비축해 놓은 우주 양식들을 대접하고자 한다. 우주를 관찰하며 얻었던 정보들도 함께 전시하고자 한다. 송전탑 전파망원경이 QUIRA 1218을 면밀히 관찰한 결과 그 행성에 인류와 비슷한 생물이 살고 있는 것이 확인되었다. 그들은 농업 혁명 전의 수렵 채집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우리가 하는 모든 것이 ‘최초’가 될 것이다. 그리고 후대에 길이 남는, 미술사 시간에 첫 번째로 나오는 전설이 될 것이다. 우리의 영광스런 새 시작을 관객들이 기쁜 마음으로 축하해 주기를 바란다.
본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운영하는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8기 입주작가의 기획전시 『2014 NANJI ART SHOW』로서 두 번째 전시입니다. 전시는 현재 입주활동을 하는 작가들에 의해 기획되었으며 입주기간이 끝나는 12월 말까지 7회에 걸쳐 지속해서 진행됩니다.
전시기획 : 이피
출처 :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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