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립미술관
2016년 1월 14일 ~ 2016년 4월 3일
이기철, Camouflage Seires No.1, 340x160x140cm,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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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미술관에서 준비한 ‘2015 신新소장품전’은 지난해 구입과 관리전환, 기증 등으로 수집된 작품 중에서 선별하여 소장품 수집정책과 현황을 관람객에게 알리고, 현대미술의 흐름과 그 예술적 가치를 공유할 수 있도록 마련된 전시이다. 지난해 구입은 소장품 수집공고를 통해 접수한 작품을 부문별 전문가로 구성된 작품평가위원회에서 심의하여 결정하였다. 또한, 관리전환 작품은 2013년과 2014년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을 개최하면서 페스티벌 운영위원회에서 구입한 작품들이다. 그리고 여러 차례 우리 미술관에 기증한 하정웅 선생의 컬렉션이 기증되어 그 의미를 더하고 있다.
먼저 우리 시민에게 이렇게 2015년에 수집된 작품들을 소개하기 위해 전시회를 마련하였다. 이번 전시는 스틸아트페스티벌에서 관리전환된 작품을 제외한 구입작품과 기증작품 중에서 선별하여 회화, 조각, 영상, 판화로 구성하였으며, 그 작품의 특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배명학(1907~1973)은 대구미술의 태생적 단체인 ‘영과회(零科會)’와 ‘향토회(鄕土會)’, 그리고 대구미술협회의 중추적인 회원으로서 “그 자신이 살다간 생활신념에서처럼 전통에도, 형식에도, 또 그 어느 유파에도 얽매이지 않는 그 만의 회화를 자유로이 구사하다간 작가”이다. 그의 작품은 “몽환적인 대상의 파악과 이를 강조시키기 위한 부드럽고 다양한 색조의 정도의 차”, 이를 통해 독특한 화풍을 이루었다. 그리고 박상현의 ‘전설(傳說)’은 세월의 깊이만큼이나 수많은 사연을 내포하고 있는 ‘폐선(廢船)’을 통해 어부들의 투박한 삶과 애환을 표현한 작품이다.
신철균의 ‘산운(山韻)’은 빛이 소멸하면서 점차 구체적인 형상이 사라지며 때로는 실루엣만, 때로는 평면적으로 보이는 산과 들의 모습을 먹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전통적인 한국화 재료인 먹은 단순한 검은색이 아닌 다양한 농도를 가지고 있으며, 산과 사물의 형상을 단순하게 표현하면서도 무게감과 깊이감을 살려 그리고자 한 작품이다. 이태호 ‘물-결’은 일렁이는 물결을 종이 위에 먹의 음영만을 이용하여 매우 사실적으로 재현한 작품이다. 잔잔하게 일렁이며 하얗게 부서지는 물결은 시작도 끝도 없는 시간을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2015년 제16회 ‘이인성미술상’을 받은 이태호 작가에 대해 심사위원장인 미술평론가 성완경은 “집중력과 엄격함이 있고, 화면과 맞서는 치열한 작가 정신이 있다.”라고 말한다. 이철량의 ‘도시(City)’는 이율배반과 모순의 질서가 하나의 탐미적이고 상징적인 가치구조를 형성한다. 동양화 본래의 자연주의적 중심시각을 ‘자연+인간’이라는 일종의 상호주의적 시각으로 제시하고 있다. 과묵하고 농축된 먹의 농담, 그리고 붓의 대담한 동시에 섬세한 움직임이라는 화면 상의 모순적 조합을 통해 하나의 ‘실존적인 이미지’를 체험하게 하는 작품이다.
김상일의 ‘드럼라인(Drum line)’은 악기의 율동적인 모습을 철을 소재로 조형적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압축되고 왜곡된 선적인 표현을 통해 유기적인 리듬을 재현하고 있다. 이기철은 주로 동물을 모티프로 사실적인 형상작업을 하고 있다. F.R.P.로 탄생한 대상들은 일견 민첩하게 움직이는 각종 동물의 동작을 순간 포착해 재현한 것이다. 그러나 주의 깊게 살펴보면 실상은 상상 속에서 가공된 허구의 동물상들이다. 작가는 강렬한 허구를 조성하여 그것으로 내면세계의 “희열과 욕망의 순간”을 가시화하게 한다. 김영섭의 검은색 원형 오브제 중앙에 있는 대형 스피커는 어떤 소리라도 내고 싶은 듯 강하고 빠르게 상하로 요동치듯 움직인다. 사람의 심장박동 템포 보다도 빠르게 움직이는 스피커의 움직임은 무엇인가 자신의 의사를 절실하게 표현하고 싶어하는 사회 속에 있는 개인의 느낌과도 유사하다. 스피커 중앙을 향해 떨어질 듯 위태롭게 천장으로부터 배치한 무겁고 강한 스테인리스 스틸 원형추는 스피커의 움직임과 함께 묘한 긴장감을 유도한다. ‘Ruhe Bitte!(루에 비테)’는 독일어로 ‘조용히 해주세요!’라는 뜻이다. 장준석의 ‘판타지리스(Fantasiless)’는 한글 ‘꽃’을 입체적으로 조형화한 작품으로, ‘판타지’가 ‘없음’ 또는 ‘부재함’을 강조하는 작품제목이다. 꽃은 모양과 색깔에 따라 상징적인 의미가 있으며, 우리의 희로애락과 함께하여 삶을 대변하는 하나의 기호로서 단순한 아름다움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장준석의 기호화된 ‘꽃’은 아름다움에 대한 관람객 자신의 상징적인 의미와 인공시대의 획일화된 부산물로써 꽃이 우리에게 던지는 ‘판타지의 부재’를 통해 부정의 미학을 드러낸다. 김태인은 금속에 열을 가하면 금속을 이루는 입자들의 운동에너지가 증가하여 부피가 커지는 ‘열팽창(熱膨脹)’ 현상을 이용하여 작업한다. 특정한 시간의 찰나적 공기상황과 상태를 저장하고 열처리를 통해 팽창시킴으로써 마치 쿠션과 같은 부드럽고 유연한 형태를 얻고 있다.
특별히 지난해 수집된 소장품 중에서 이이남의 ‘내연삼용추’는 청하 현감(1733~1734)을 지낼 때 보고 그렸던 겸재(謙齎) 정선(鄭敾, 1676~1759)의 ‘내연삼용추도(內延三龍湫圖)’를 현대적 관점에서 디지털 기술과 작가의 상상력이 접목하여 제작된 움직이는 대형 영상작품이다. 우리는 이이남의 디지털 작품을 통해 우리 고장 내연산의 아름다운 풍광과 겸재의 원숙한 필력으로 ‘진경산수화(眞景山水畵)’가 등장하는 계기를 제공했다는 한국 회화사의 중요한 사실을 새겨볼 수 있다.
한편, 동강(東江) 하정웅(河正雄, 1939~) 선생은 재일교포 사업가로서 지난 40년간 수집한 일만여 점을 공공미술관에 기증한 미술문화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남다른 분이다. 우리 미술관에도 여러 차례 기증이 이루어졌고, 지난해에는 재일한국인 작가 문승근의 판화 10점을 기증하였다. 문승근(1947~1982)은 일본의 정치, 사회, 문화, 사상의 큰 전환기였던 1960년대 후반 미술계에 입문하여 실험성이 강한 작업으로 인정을 받은 후, 예술의 꽃을 피워가던 39세의 나이에 안타깝게 생을 마친 재일작가이다. ‘구타이미술(具體美術, Concrete Art)’에 영향을 받은 문승근의 작품에는 반복적인 점과 선, 면을 통해 직조하듯 일정한 규칙을 지닌다. 이러한 반복을 통한 자기 확인은 물론, 단순한 집적에서 깊은 울림과 무한성을 추구한다. 그는 자기존재에 대한 확인과 예술의 본질에 대한 궁극적인 질문을 던지며 독창성이 뛰어난 예술작품으로 ‘디아스포라(Diaspora)’의 삶을 승화시킨 작가이다. 문승근의 작품을 통해 하정웅 컬렉션에 내포된 재일교포로서의 특수한 역사적 배경 속에서 체득한 아주 구체적인 인생철학이 담겨 있는 것을 우리는 알 수 있다.
신규로 소장된 작품들은 실측, 촬영, 이력 정리 등의 등록과정을 거쳤으며, 자료조사와 함께 우리 미술관에 영구 소장되어 다양하게 활용될 것이다. 포항시립미술관의 소장품 수집은 관람객에게 당대의 미술문화를 누리는 기회를 제공하고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보존ㆍ관리하여 후대에 물려주는 것에 그 정책의 목적이 있다. 앞으로 소장품 수집은 스틸아트뮤지엄(Steel Art Museum)을 가시화하기 위하여 우수한 스틸작품에 대한 조사와 연구, 객관적인 수집절차를 통해 계속해서 이루어질 것이다. 이런 소장품 수집정책은 수준 높은 상설전시를 기획하고, 작가와 작품에 대한 미술자료의 확보를 통해 궁극적으로 우리 지역미술의 발전과 창작의욕을 고취할 것이다.

문승근, 99x69.5cm, 1981

이이남, 내연삼용추, 600x320x150cm, 2015

김태인, 107x60x195cm, 2015
출처 - 포항시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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