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각미술관
2015년 5월 3일 ~ 2015년 6월 14일
2015 Peeping of Reminiscence- '기억을 엿보다'
관음증의 쾌락을 넘어..
근자에 들어 우리 일상의 상당부분을 잠식하게 된 행동양태 중 하나가 엿보는 행위가 아닌가 싶다. 관음증의 욕망이야 오래 전부터 잠재된 본능이었을지 모르나 최근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덕에 욕구 충족의 방식은 대단히 간편해졌다. TV를 통해 보던 ‘몰래카메라’는 이제 고전적인 기법이 되었다. 수감시설의 감시장비처럼 도처에 설치된 cctv와 자동차의 블랙박스는 우리의 온전한 은신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셀카봉의 열풍에서 확인할 수 있듯 SNS를 통해 유포되는 나르시시즘에 기초한 지극히 자발적인 노출까지 더해져, 관음 쾌락의 핵심이라 할 은밀함은 외려 거세되어 가는 느낌마저 든다. 노출과 관음이 뒤범벅된 작금의 현실이 과연 우리가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 반대인지 혼란스럽기도 하다.
이 시점에서 나날이 정교하게 진화하고 있는 관음증의 욕망실현을 위한 메커니즘에 대해, 우리에게 요구되는 윤리적 태도나 그와 관련한 ‘정치적 올바름’을 논하고 싶은 의지가 내겐 없다. 단지 눈앞에 벌어지는 현상과 환경을 흥미롭게 관찰할 따름이다.
이번에 기획한 전시 역시 부분적으로는 동일한 맥락 위에 놓여 있다.
참여한 작가들이 작품을 통해 표현한 다채롭고 풍요로운 내면의 풍경들을 엿보거나 훔쳐보면서 관음의 욕망이 충족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전시기획 취지의 바닥 층위에 자리한다.
물론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스마트폰에 저장되어 있는 사진이미지를 손가락으로 넘겨보다가 몇 년 전 방문했던 유원지의 추억을 상기하게 되는 상황과는 사뭇 다른 차원의 의미와 가치가 숨겨져 있다. 기억에 대한 기억을 이야기 하는 것, 즉 기억의 메타적 실현이라고나 할까. 이건 생각보다 의미심장하다. 작가들은 기억한다. 가령 이런 것들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어머니의 자궁으로부터 영원히 추방당하던 무의식에 저장된 원초적 트라우마에서 부터, 낮잠 재우려 토닥여 주시던 할머니 손길의 촉감이 야기하는 유년의 나른함일 수도 있고, 곰팡이의 발효를 촉진할 법한 음습하고 침침한, 그래서 스치는 장면하나를 떨쳐내기 위해 진저리 치게 되는 열등감에 멍든 사춘기의 성장통이거나, 혹은 눈부신 광채로 시야가 하얗게 휘발되는 청춘의 현기증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이 모든 것들이 하나의 화면 안에 농축한 정제된 이미지거나, 어지럽게 배열된 혼돈의 이미지일수도 있을 것이다.
손거울로 햇빛을 반사해 친구의 눈가에 비추어 눈부심의 안통(眼痛)을 선사하는 짓궂은 사내아이처럼, 작가들은 내면에 장착한 손거울의 앵글을 조절해 가며 기억의 어렴풋한 이미지들을, 캔버스를 비롯한 다양한 매개질료에 투영한다. 그 위에 작가만의 개성 있는
조형어법을 활용해 형상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작품 안에 오롯이 녹아있는 것이다. 작품에 따라서는 지워버리고자 한 것인지,
드러내고자 한 것인지, 혹은 기억의 블랙박스를 여는 것인지, 닫는 것인지 모를 만큼. 의도는 모호하고 이미지는 느슨하고 몽환적이다. 다양한 이미지들은 아마도 작품을 제작하던 시점에서 판독되었던 기억에 대한 자의적 해석이자 재구성이고 왜곡일 수도 있으리라. 이는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객에게 또 하나의 손거울을 슬며시 쥐어주는 행위일 것이다.
이를 통해 작가들은 거울을 건네받은 우리에게 자유롭게 앵글을 맞추어, 투영된 기억의 화면 위에 나만의 색채를 배합하고 휘도를 조절하도록 유도함으로써 기억의 자가증식을 자극한다. / 리각미술관 부관장 이 상 원
출처 - 리각미술관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운영시간
월요일 11:00 - 18:00
화요일 11:00 - 18:00
수요일 11:00 - 18:00
목요일 11:00 - 18:00
금요일 11:00 - 18:00
토요일 11:00 - 18:00
일요일 11:00 - 18:00
휴관: 없음
모든 프로그램은 주최측의 사정으로 변경될 수 있으니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를 확인하시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