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립미술관
2016년 2월 18일 ~ 2016년 4월 3일
2016 넥스트코드 : 모험도감

미술관은 지난 17년여 간 젊은 작가에 대해 골몰했다. 특히 소모되고, 지나치기 쉬운 젊은 작가에 주목했다. 이 젊은 작가군에는 시류에 민감한 20대 작가부터 자신의 작업을 찾아가는 40대 초반의 작가까지 고루 분포되어 있지만, 그들을 칭하는 ‘청년’이란 그 말은 애초부터 모든 젊은이가 푸르른 시절을 보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거무죽죽한 일상을 겨우 살아내고 있는 몇몇 젊은 작가도 있기에, 그들을 마냥 푸른 나이의 작가라 쉽게 생각해 버리는 것은 오류이다.
조금 잠잠해지는가 싶으면 다시 고개를 내미는 것이 어쩌면 위기론이다. 젊은 작가들, 아니면 미술계에 위기라는 이야기들은 매 시대마다 반복된다. 어떤 위기론은 다소 엄숙하고 자조적인 어투로 위기를 이야기하고, 어떤 위기론은 사태를 촉발시킨 세력에게 각성을 촉구하기도 한다. 일부는 이 위기론이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는 투로 말문을 열기도 한다. 위기를 생각하고 그것을 말한다는 것은 어쩌면 그동안의 미술 정체성에 질문하고, 그 성격을 다시금 강화해보겠다는 의지를 품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 전시는 그런 다양한 위기론들을 생각하며, 젊은 작가들이 이제껏 열심히 정진해왔던 지금까지의 길을 무겁고 진중하게 갈무리해보고자 했다.
젊은 작가들은 감성으로 세상을 해석하고 미지의 세계와 조우하며 언제 끝날지도 모를 작가의 길에 발을 들여놓은 거침없는 모험가로, 낙관하기에는 앞이 보이지 않는 캄캄한 터널을 걷는 수행자와 같다. 본인만의 새로운 조형세계에 대하여 끝없는 반성과 물음을 보이고, 급변하는 시대와 더불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젊은 작가들이다. 이 젊은 수행자들은 선배 세대나 기존 미술의 관습, 혹은 과거의 성과를 답습하기보다 그들만이 느낄 수 있는 현재의 미술, 문화, 사회를 꾸밈이 없는 솔직함, 남다른 사고와 감각을 바탕으로 재료나 매체에 접근하고 있다. 더욱이 여기 4인의 작가들이 대전, 충남, 그리고 충북이라는 곳에 뿌리를 두고 살아오면서 얻어진 의식과 정서는 독특하다. 이 젊은 창작자들에게 그 무엇도 흡수되지 않은 자유롭고 풍부한 상상력으로 기성세대의 틀을 넘어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펼쳐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더불어 우리와 중부권 미술을 돌아보면서 동시에 앞으로 펼쳐질 예술세계의 지향점을 함께 논의하고, 그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위기론이라는 친숙한 분위기 안에서 어렵고도 불편한 마음으로 성원하는 자리이다. 이번 전시가 작가들의 앞으로의 작품 활동에도 힘을 보태어 모험을 이어갈 수 있는 열쇠나 나침반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넥스트코드’는 대전을 비롯해 충청을 기반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젊은 작가를 소개하는 전시다. 이 프로젝트는 ‘전환의 봄(1999~2007)’이라는 전시명으로 시작하여 ‘넥스트코드(2008~)’로 발전하였다. 중부권 미술의 정체성을 찾고자 1999년부터 중장기 계획을 가지고 진행한 프로젝트이며, 17년 동안 올해의 작가를 포함해 120명의 역량 있는 젊은 작가를 찾아 소개했다.
중부권 젊은 작가들은 각자 조금씩 다른 시선으로 고유한 감성과 솔직한 사고를 보다 적극적으로 표현하여 다른 지역과는 차별화된 조형언어를 선보였다. <2016 넥스트코드 : 모험도감>은 2015년 한 해 동안 대전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젊은 작가들의 포트폴리오를 수집하고 연구하는 것을 기반으로 진행되었다. 먼저 미술관의 회의와 논의를 거쳐 11인의 작가가 후보로 선정되었고, 그 중에서 4작가를 최종 선정하였다.
한동안은 젊은 작가들을 인큐베이팅하는 시스템을 구상해서 이들이 일련의 프로그램을 통해 전시를 만들어나가는 시스템도 기획해봤지만, 회의를 거듭할수록 선정 기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할 수밖에 없었다. 미술관이 제시하는 기준(예컨대, 나이의 상한선, 경력의 범위)의 당위성은 무엇인지, 과연 ‘젊은 예술가’들이 누구인지 모호했다. 중요한 것은 상대적 구분인 ‘젊음’을 어떤 프레임으로 규정하는가에 따라 전시의 방향성이 결정된다는 점이었다.
이번 전시회에 참가한 작가들은 비교적 주변의 흐름에 흔들리지 않고, 대부분 묵묵히 자기 자신의 길을 가는 작가 군이다. 이들의 활성화된 시각의 정점은 타고난 감수성과 작업과정을 즐길 줄 아는 수행적 태도, 그리고 그 태도에서 움튼 작업 과정의 긴 시간을 거쳐 작품에 압축적으로 표출되는 것이다. 그 결과 때로는 가시성과 비가시성의 중간 형태에 머물기도 하고, 아름다움 그 이상의 것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그들의 작품이 보여주는 축적된 시간은 작가로서 가지는 내적 견고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모험을 이끌어갈 유용한 원동력이 되리라 믿는다.
김연규 (충북 청주 출생)
작가 김연규는 스펀지를 활용해, 소비의 맥락에서 일상의 사물들을 소재로 다루고 있다. 외적으로 가벼우면서 습도와 압력에 따라 형태가 유동적인 스펀지를 이용한 그의 작업은 일상의 단단한 사물들을 변형하고 왜곡시킨다. 특히 작가는 스펀지로 만들어진 사물들의 가벼운 특성을 활용해, 작품을 단순한 공간의 이동을 넘어 일상에서 다양한 맥락에 놓여 지도록 했다. 용도가 있는 사물들을 물렁한 스펀지로 제작하고, 항상 위치하는 공간과 다른 곳에 작품을 놓는 방식으로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사물의 다른 이면을 보여준다.
김우진(대전 출생)
김우진은 어린 시절 동물 사육사의 꿈을 바탕으로 플라스틱 의자 조각을 활용해 다양한 동물의 형상을 만든다. 그 형상들은 말, 산양, 사슴 등 주로 자신이 사육하고 싶은 동물이다. 즉, 작가는 작품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동물의 외형적 유사함보다는 작가 개인이 가지고 있는 동물의 인상을 정서적으로 재현하는 것에 집중한다. 김우진에게 플라스틱을 가지고 동물들을 소조(조각)하는 작업은 동물을 키우는 과정과 같고, 이는 못 이룬 그의 어린 시절 꿈을 해소하고 실현하는 방식 중 하나이다.
성민우(충남 서산 출생)
성민우의 그림에는 금색의 풀숲과 그 수풀 사이의 작은 곤충들이 화면을 장식적으로 채우고 있다. 작품을 찬찬히 살펴보면 작가가 그린 풀들의 공간 사이로 작은 풀벌레들이 모여들어 있다. 풀과 괴석 사이에선 간간히 사람의 형상도 읽혀진다. 성민우의 재현은 대상에 몰입한 감성적인 태도가 아니라 담담한 관찰자의 시선에서 풀어가는 비현실적인 재현에 가깝다. 이는 무거운 것을 가볍고 아름답게 치장함으로써, 그렇게라도 삶이 가벼울 수 있기를 바라는 자세인 것이다. 초월과 숭고를 포기하고 시간을 버텨내는 이들의 의미 없어 보이는 시간들이 어쩌면 더 아름다워 보일 수 있음을 작가는 작업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지영(충북 증평 출생)
동물에게 있는 털이라는 소재로 다양한 디자인의 세티(settee, 두 사람 이상이 앉는 긴 안락의자나 소파) 이미지를 그리는 이지영은 대전과 서울을 비롯해 러시아, 중국, 독일, 터키, 프랑스 등 국내외에서 개인전과 다양한 전시로 왕성하게 활동하는 작가이다. 이지영이 형식적으로 차용한 보편적인 초상화 양식에서는 단색 배경과 의자에 앉은 인물이 있다. 그러나 작가는 의자에 앉는 인물을 화면에서 없애고 ‘털’이 빼곡한 의자만을 그린다. 일반적으로 누군가 앉는 용도로 사용해야 했던 의자에 작가는 털이라는 소재를 더하여 주관적 ‘의견’을 첨가한다. 더불어 그녀는 짐승 털처럼 문화 ‘안’으로 들어오지 못한 채 주변 어딘가에 있는 여러 종류의 타자들을 통해 문화의 허약함, 사회적 정체성의 취약함을 시각화한다.
출처 - 대전시립미술관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운영시간
월요일 휴관
화요일 10:00 - 19:00
수요일 10:00 - 19:00
목요일 10:00 - 19:00
금요일 10:00 - 19:00
토요일 10:00 - 19:00
일요일 10:00 - 19:00
휴관: 월요일, 1월1일, 설(당일), 추석(당일) (다만, 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그 다음날)
관람료 어른(25~64세) : 500원 어린이(7세~12세(초등학생 포함)), 청소년 및 군인(13세~24세 및 하사 이하 군인) : 300원
모든 프로그램은 주최측의 사정으로 변경될 수 있으니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를 확인하시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