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논갤러리
2019년 3월 22일 ~ 2019년 4월 14일
2018 미래작가상
박현서 작업노트
Backstage life
낯선 땅 제주에서 또 다른 존재들의 다면적인 삶을 담았다.
서커스, 대중문화의 모태로, 백 년에 가까운 역사를 헤아리는 한국의 서커스.
낮이든 밤이든 늘 작은 빛과 시작되는 일상.
전부 중국인 단원이었다.
적게는 9살부터 많게는 16살 까지.
나는 그 자리에 존재한 그들의 자기표현을 중립적인 입장에서 기록하는 조력자가 되었다. 이들 존재는 공연장 안의 어둠과 빛의 대비 속에서 드러나는 불안정한 아름다움이다.
현대에 패배한 전통은 사라진다고, 현재 이 제주 서커스 공연장은 대한민국 유일한 상설 서커스 공연장라는 자부심을 뒤로한 채 끝내 관람객 급감으로 제주 땅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이나현 작업노트
I make
과거 사진은 기계적, 물리적 프로세스에 기반을 두어 실재하는 대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었다. 카메라 옵스큐라는 그림으로 대상을 묘사하기 위해 상을 정착시키길 원했고, 이것이 초기 사진이었다. 이후 이러한 기술은 세상을 미러링해 보여주는 하나의 매체가 되었다. 하지만 오늘날의 사진은 대상을 재현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사진 프로세스 안에서 변형이 일어나기도 하고 다른 매체와 함께 사용되기도 하며 더 확장된 차원에 진입했다.
이미지 생산에 대한 기준이 무너진 지금, 넘쳐나는 디지털 이미지는 손에 잡히지 않는 데이터라는 특성을 가지고 세상의 모든 면을 드러내 보이는 상태에 접어들었다.
평면이 된 개인의 경험은 디지털 환경 속을 유영하며 실재하지 않는 환영이 되어 현실 속 주변의 것들을 정확히 바라볼 수 없도록 머릿속을 뒤섞어놓는다.
이윽고 이와 밀착된 인터넷과 소셜 네트워크에서 매일 수천 장의 이미지가 되어 쏟아진다. 계속되는 경험의 이동은 프레임 안과 밖을 이동하며 어느새 눈앞에 유령처럼 다시 나타난다.
나는 이 환영과 뒤섞인 경험들이 만들어낸 장면을 가상의 공간으로 불러 들여왔다.
상상 속 파편들은 반복되는 일상이 환상처럼 느껴지는 순간에 이미지로 발현되며 이는 결국 본다는 것에 익숙함을 가장한 ‘사실은’ 허구의 이미지이다.
이제 바라봄의 경험은 프레임 밖으로 자리를 옮겨 낯익은 사물의 물성을 분리하고 변형시켜 각각의 존재감을 드러내 보인다.
그리고 뭉뚱그려져 있던 나의 감각을 무질서하게 흩트려 뜬눈으로 체험했던 수많은 시각적 경험을 보기 좋게 해체한다.
I make는 이 일련의 식별 과정을 거쳐, 디지털 시대의 사진-이미지는 우리가 보고 느끼는 것들의 반복으로 만들어낸 환영일지도 모른다는 시각 인식을 제시하며 사각의 평면 속을 떠도는 존재들의 예기치 않은 만남의 순간을 기다린다.
황연진 작업노트
Odd things
사물을 단순히 사물로만 보지 않는 관점은 나에게 상상 · 관찰하는 기쁨을 준다. 주의 깊게 살펴보면 그들은 말없이 존재하는 듯하지만, 컬러와 형태로 관심을 끌고, 나를 생각에 잠기게 한다.
특히 그들이 지닌 고유한 쓰임새와 물성을 잊고 조형성에 집중할 때면 아름다우면서도 유연한 상태가 드러나는데, 이것이 내 생각과 만나서 기묘한 언어로 이루어진 대화로 느껴질 때가 있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나 자신을 마주하는 일은 특별한 기억이었다. 이후 흔하진 않지만, 사물이 자아내는 이색적인 언어를 느낄 때마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보여주는 강력한 에너지가 그들 속에 있다고 생각했고, 이때 경험한 대화를 더듬어가며 ‘Odd things’ 사진 작업을 시작하게 됐다.
따라서 이번 작업은 사진에 등장할 사물을 선택하는 일도 중요하게 생각했지만, 촬영 시 나와 이들 사이에 생성되는 이야기와 의미를 기이하고 매력 있게 만들 수 있도록 대상을 세심하게 배치하는 일에도 주의를 기울였다.
마지막으로 작업자로서 기대하는 것은 관람자가 사진 속 사물이 드러내는 신기한 언어에 흡수되어 그들과 대화하는 자신을 발견하는 일이다.
단순히 사진을 감상하는 행위에만 그치지 않고, 보이지 않는 자신 내면을 작품 속에서 찾게 된다면, 사진 ‘Odd things’는 관람자가 비로소 완성하는 작업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출처: 캐논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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