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국가정원
2018년 8월 30일 ~ 2018년 9월 9일
잠시 신이었던 것들
동서고금의 많은 신화들에서 신이 세상을 창조했다고 한다. 20세기를 목전에 두고 어느 철학자는 “신은 죽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10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인류의 역사에서 수많은 신들이 만들어지고 사라졌지만 또 여전히 존재한다.
이번 2018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에서는 이미 사라졌거나 언젠가는 사라질 무수한 신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다시 말해서 지금은 하찮고 별 볼일 없지만 한때는 “신이라 불린 것들”에 대해 주목하고자 한다. 그들이 잠시 신이라고 불렸던 이유는 그들이 이 세상을 만들고 구축하는데 아주 지대한 역할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세상을 창조한 수많은 신들을 또 다른 이름으로 “액터”라고 부르고자 한다.
세상을 만들고 구축해왔던 수많은 “액터들”이 우리가 이번 전시에서 다룰 신들이다. 바람과 물 같은 수많은 비유기체들, 인간을 비롯하여 고래, 개미 같은 수많은 유기체들이 우리가 사는 세상을 삶의 터전으로 만들고 지금의 형태로 만들어온 “액터들”이다. 수많은 액터들에 의해 형성되어온 내재된 시간에는 과거와 미래가 얽히고, 서로 충돌하고 횡단된다. 그래서 이번 전시에서는 비선형적 시간, 이항대립의 동시성을 강조함으로써 일시적이고 찰나적 현재를 사유하고자 한다.
또한 인간-물질-기호 등의 상호작용 속에서 ‘테라포밍(terraforming)된 태화강, 우리가 사는 지금 속에 내재된 액터들의 활약상을 담아내고자 한다. 반구대 암각화에 기록된 태화강, 산업화를 이뤄냈던 태화강, 지금 시민들의 여가의 장소 태화강 등 다양한 모습으로 변이되고 변신되어온 태화강을 통해서 우리는 수많은 액터들에 의해 집단 창작된 신화와 기록과 기억, 그곳에서 창발된 자연문화, 중첩되고 얽혀진 시간들을 다루고자 한다.
그리고 그들을 신이라고 불렀던 이들 역시 이미 사라졌거나 사라지기에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기록하여 신들의 활약상을 공동체가 기억하기를 바란다. 한때는 별만큼이나 반짝였던 신성도, 이젠 전깃불에 별빛이 사라지듯 빛이 바랜, 신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고자 한다.
일시성과 수행성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를 기획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설치미술제”라는 전시 성격에 대한 정체성이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무엇을 중심으로 설치미술의 매력을 시민들과 공유할 것인가? 라는 질문에서 시작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두 가지 측면, 즉 조각전시와 자연미술전시가 되지 않게 경계했다.
우리는 “일시성”과 “수행성”을 통해 이번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의 성격을 보여주고자 한다.
먼저 설치라는 아주 일시적이고 일회적인 속성을 강조하는 작업을 전시하고자 한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들은 태화강이라는 장소의 특이성과 역사와 환경을 고려한 장소 특정적이며 실험성이 강조된 일시적 작업을 설치할 것이다. 또한 관람객들이 작품과 공간에 참여함으로써 다양한 감각과 신체적 수행을 통해 직접 작품과 교감할 수 있게 할 것이다.
야외 공간에서 이뤄지는 전시이기에 관람객의 동선을 유도하는데 어려움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소주제를 잡아 동선을 강제하기 보다는 어느 곳에서 시작하고 끝내던지 자연스럽게 작품과 전시를 즐길 수 있도록 전시를 구성하였다./ 박수진 예술감독
웹사이트: http://www.teaf.co.kr/
출처: 테화강국제설치미술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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