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지대창작샘터
2024년 10월 18일 ~ 2024년 11월 10일
《수원지에서의 보고》는 푸른지대창작샘터 4기 참여작가 13인의 예술 활동 성과를 알리는 결과보고전이다. 이 전시는 《수원지에서의 보고》라는 전시 제목처럼 예술 활동의 근원을 물길의 시작점에 두고 한해를 둘러보고자 기획됐다. 수원지라는 뜻 그대로, 물이 흘러나오는 출발점인 수원 푸른지대창작샘터 레지던시를 환기시키고, 수원이라는 장소성을 반복 각인시켜 이곳에서의 결실을 널리 알리고자 한다.
결과보고전이라는 특성 상 전시가 하나의 주제로 수렴되기에는 어려운 속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본 전시에 출품된 작품들의 경향성은 발견할 수 있다. 우선 주제가 좁게는 수원 시민농장 안에 자리한 푸른지대창작샘터라는 장소로부터 넓게는 수원이라는 지역 전반으로 동심원을 그리며 확장되는 양상이 엿보인다. 김민수는 레지던시 주변 지역에서 반복적으로 경험했던 감각을 단서로 회화를 그리고 이혜진은 이 근방에서 마주한 대지와 나무, 건축물로부터 거대한 순환을 작업의 쟁점으로 삼는다. 한지민은 장소에 대한 기억을 나의 기억으로 육화시켜 판화로 번안해 낸다. 윤이도의 작품은 무허가 농작물로 인한 갈등이 모티브가 되는데 이곳 시민농장이라는 허가의 땅과 대치되는 주제가 날카롭게 다가온다. 정원은 수원 내 인공저수지인 서호저수지의 가마우지로부터 영감을 받아 인공과 자연의 기묘한 공존을 주제로 삼는다. 임철빈은 〈원 안에 사람들〉이라는 영화 제목에서 짐작 가능하듯 수원이라는 지역을 구체적으로 상정한다.
이처럼 한편으로 레지던시의 특성상 장소로부터 비롯하는 경험이 동종의 지향점으로 수렴된다면 전시의 또 다른 축에는 레지던시에서 창작 일반의 밀도를 농축해 온 여정이 드러난다. 박미라는 새로운 장소와의 만남이 촉발한 새 세계로의 진입을 시각화하고 기민정은 언어와 소리, 언어와 이미지에 천착한다. 박예나는 과거, 현재, 미래가 뒤엉켜 만들어진 듯한 흔적을 수집하여 상상력을 고조시키는데 반해 손승범은 남은 것 이외에 희미해지는 것과 잃어버린 것에 시선을 돌려 쉽게 잊히는 것을 돌보게 만든다. 흙을 쌓아 올리다 망친 조각들을 살려내 실패를 성공으로 역전시키는 홍근영의 시도는 일견 표피만 남은 것 같은 덩어리에 궁극의 세계를 담길 희망하는 임선이의 역설적인 바람과 맥이 닿아 있다. 하이든의 두개골에 대한 일화에서 출발하여 인간 존엄을 복원하고 기념하는 최은철의 작품은 동시대 미술에 통시성을 부가시키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다양한 면모를 보이는 13명의 참여작가들은 각자의 기보에 따라 분방하게 움직이면서도 게임의 규칙 아래 지략을 십분 발휘한다. 이들에게 푸른지대창작샘터 그 자체는 장소로서 안식처이자 요새였다. 이들에게 제도의 측면에서 레지던시는 규율의 허용치와 자유의 최대치를 탐색할 수 있는 놀이터였다. 작가들은 이곳에서 만나 살고 이제 곧 이곳에서 나아가 살아갈 것이다. 수원지가 그렇듯 전과 후 언제나 작가로 살았을 이들이 만들어 온 물길은 쉽게 가시적이지 않더라도 아름답고 경이로운 결과를 이룬다. 《수원지에서의 보고》는 이 물길에 대한 보고이다.
김현주(독립큐레이터)
참여작가: 기민정, 김민수, 박미라, 박예나, 손승범, 윤이도, 이혜진, 임선이, 임철빈, 정원, 최은철, 한지민, 홍근영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운영시간
월요일 휴관
화요일 11:00 - 18:00
수요일 11:00 - 18:00
목요일 11:00 - 18:00
금요일 11:00 - 18:00
토요일 11:00 - 18:00
일요일 11:00 - 18:00
휴관: 월요일
모든 프로그램은 주최측의 사정으로 변경될 수 있으니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