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291
2015년 8월 5일 ~ 2015년 9월 5일
이미지는 환영, 복제, 가상성, 스펙터클 등과 엮여 갖가지 담론들을 생산해왔고 미술은 그것에 끊임없이 반응해왔다. 이후 미술은 이미지를 해체하거나 삭제하고 이제는 이미지에서 완전히 벗어나 전혀 다른 형태로까지 나타나는 경우도 생기게 되었지만 이미지와의 끈끈한 관계는 아직까지도 유효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술이 이미지에서 시작하여 그것을 거세하는 방식으로 변화해왔기 때문이기도 하며, 더 크게는 예술이란 항상 삶의 현장을 기반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미지의 시대’라 불리우며 일상의 소통마저도 ‘이미지’로 환원되어 버리는 지금, 미술은 여전히 시대의 반영으로써 이미지를 참조한다.
두번째 291 발전소인 <291발전소 -이미지 사이>전을 통해 선보이게 될 네 명의 작가 역시 ‘이미지’를 통해 작신들의 주제를 끄집어낸다. 작가들은 이번 전시에서 현실안에서의 이미지와 감각하는 이미지의 유사/차이를 드러내거나 사회의 제도와 구조를 비판하기 위해 이미지를 유희적으로 이용한다. 또는 공간에 평면이나 선을 배치시켜 3차원적 이미지를 생산하고, 원래의 이미지에서 분리되어 흩어져 버리는 이미지들을 쫓기도 하면서 ‘이미지’를 주제 또는 소재로 다룬다.
네 작가들의 관심이 모두 ‘이미지’를 향해 있는 것은 아니다. 류현민에게 이미지는 작업을 드러내는 소재일 뿐, 그 자체가 이야기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전지현에게도 역시 이미지는 공간을 감각하게 되는 하나의 방법일 뿐이다. 하지만 이 네 작가가 이미지를 생산/제시하는 방식은 그 자체에 대한 관념에서부터 감각에 대한 문제, 사회/정치적인 이슈까지 끌어들이고 있기 때문에 주목할 만 하다. 저자는 이제 사라졌다고 여겨지는 이 시대에 <291 발전소-이미지 사이>가 여러 맥락들과 마주치며 다양한 이야기들을 생산해내길 기대한다.

강소연, Wall post series Digital collage painting 2014, Green 25.8×17.9cm Oil on canvas 2013, etc
강소연(Soyeon Kang)은 입체적 공간과 이미지의 평면성을 대비시키며 그 둘의 혼란을 유희적으로 드러낸다. 아주 오래전부터 회화는 과학과 함께 ‘시각’에 대한 연구를 해왔다. 이미지들은 인간의 눈을 간단하게 속여왔고, 어떻게 더 잘 속일 수 있는지 또는 시각이 가진 한계는 무엇인지를 탐구해왔다. 강소연은 이에 덧붙여 한 공간 안에 사진과 페인팅, 설치를 뒤섞거나 또는 전복시켜 시각의 한계가 새로운 이미지의 창출로 연결되는 상황을 연출한다. -어쩌면 능력이라 볼 수도 있을- 시각의 한계는 실제 공간을 가늠하기 위해 각 사물들을 당기거나 밀어내며 새로운 이미지들을 만들어내고 그렇게 각자에 의해 생산된 공간의 감각들은 실제와 가깝거나 전혀 다른, 각자의 이미지들로 존재하게 된다.

류현민, Untitled, 33x50cm, pigment print, 2015

류현민, Untitled, 33x50cm, pigment print, 2015
류현민(Hyun-min Ryu)은 사회구조(예술의 장) 안에서 무력한 작가-예술의 위치를 은유하는 작업을 해왔다. <Dizzy Game>(2012)에서 그는 런던 테이트모던 터빈홀의 안쪽에서 숨을 불어 탁구공을 공간 밖으로 밀어내는 상황을 연출하는데 작가의 반복되는 행동에도 공은 다시 뮤지엄 안쪽으로 구른다. 이는 끊임없이 반복해온 제도의 장 안에서 예술을 밖으로 끌어내려는 미술의 역사와 유비되며 그것의 실패가 예견되어 있음에도 여전히 반복적으로 시도할 수 밖에 없음은 그 역사를 지켜봐온 현시대 작가로서의 입장을 드러낸다. 이러한 점은 색이 곱게 칠해진 여섯 쌍의 못을 정성스레 찍은 6장의 사진 <Untitled>(2015)에서도 엿볼 수 있다. 작가는 의도적으로 비뚤게 설치된 마지막 사진을 통해 액자를 지탱하는 못을 노출시키고 그것과 사진 속 피사체의 동일함을 드러낸다. 이는 실제 삶 속에 존재하던 물건이 본래 지니던 맥락과 유리된채 작품으로써 공간(제도) 안에서 보여지게 되는 방식에 대해 의문을 품게한다.

전지현, 무제, 150 x 100 x 50 cm, 테이프, 2014
전지현(Jihyun Chun)은 이번 전시공간의 중앙홀을 선택하여 건축적 요소가 갖고 있는 특징과 창, 문 등을 통해 보여지게 되는 장면 위에 자신의 공간드로잉을 첨가한다. 이때 작가의 드로잉들은 공간 안에서 3차원적 이미지로 다가오게 되는데 이는 본래 공간의 본질을 더욱 드러내는 장치가 된다. 이번 전시에 소개되진 않았지만, 2014년 작 <무제>에서 그는 나무 판넬 위에 물감을 붓는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소리(물감이 떨어지는 소리)’와 ‘순간’을 공간해석에 더함으로써 한층 더 다각적인 감각을 유발시킨다. 이로써 평면적으로 지각되었던 장면들이 작가의 드로잉을 통해 입체적이고 사유적인 공간으로 전환되고, 새로운 순간과 현재를 공유하도록 한다.

정운, Baird’s Circling Appoadhes, 싱글채널비디오, 2’23”, 2015
정운(Zung, Woon)은 발명가 베어드(John Logie Baird, 1888~1945)의 최초의 TV 이미지 텔레포트에서 나타난 세로로 잘려진 이미지들에서 시작하여 이제는 지상의 중력으로부터 완전히 원심분리되어 두께를 잃고 헤메는 이미지들을 탐구한다. 작가는 형태적으로 유사한 것들을 탐구함으로써 사라졌지만 다른 형태로 계속 존재하게 되는 사물이나 사건들의 연대기에 관심을 가져왔는데, 이는 <밤섬 혹은 폭탄섬(The Isle of Bomb)>(2008), <세계에서 가장 낮은 땅(The Lowest Land on Earth Performance)>(2012)등의 작품을 통해 지리적 관심으로도 표출된 바 있다. 이제 그는 <베어드 이미지들(Baird’s Images)>에서 우리가 매일 접하는 송출된 이미지의 근원과 그 이면에 있는 이미지들의 회전성을 탐구한다.
2015.8.5(수).6pm
출처 - 공간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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