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무장 17길 2
2024년 11월 23일 ~ 2024년 12월 2일
서울특별시 성동구 연무장 17길 2' 에서 우리의 연구는 시작되었습니다. 오래전 철공소였던 공간은 지난 12년 동안 두 예술가의 창작공간이 되어주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성수동의 젠트리피케이션이 예술가들을 이곳으로부터 밀어내고 있습니다. 자본주의는 과거의 흔적을 지우며 자신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본 전시는 이 공간이 갖는 역사적, 사회적, 예술적 함의에 기반하여 공간의 정체성이 변모되기 직전 상황, 즉 예술의 이주가 임박한 시간성과 장소성에 주목합니다. 창작의 짐이 모두 빠져나간 빈 공간은 전시를 통해 다시금 예술의 공간으로 잠시 지연되고, 비로소 우리는 미끄러지듯 천천히 이곳과 이별하고자 합니다. 공간의 상징적 오브제인 75개의 바나나 박스를 매개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의 작품을 호명함으로써, 이 공간에 층층이 쌓여 있는 기억을 당신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갈색 문 너머로 들어 온 당신 앞에는 자신의 내부를 용감하게 드러내고 있는 75개의 바나나 박스가 있습니다. 바나나 박스들은 본래 이 공간을 작업실로 사용하던 창작자들이 책을 비치하던 선반이었습니다. 그 이전에는 방치된 폐기물에 불과하였으며, 그 이전에는 대규모 창고형 할인마트인 코스트코에 캐번디시 바나나를 운반하기 위한 상자였습니다. 그 이전에는 또 무엇이었을까요? 바나나 박스는 납작하게 짓눌린 직사각형 골판지였거나, 미표백 펄프와 폐지 더미가 뒤섞인 뜨거운 혼합물 용액, 인부의 전기톱날에 잘려나가는 침엽수의 줄기, 나무의 물관을 타고 흐르는 지하수, 또는 부식 중인 딱정벌레의 사체였을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바나나 박스는 운반 수단을 넘어 다양한 의미와 기능, 존재 형태를 내포하고 있는 복합적인 사물입니다. 따라서 우리의 연구는 과학적 방법론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우리의 실험은 꿈과 망상, 사변이라는 용액으로 바나나 박스의 화학 반응식을 유도하며, 감각입자가속기를 통해 바나나 박스의 구성 물질을 분리합니다. 감각 입자들이 충돌하는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존재하지 않았던 초감각 입자들의 세계가 펼쳐집니다. 바나나 박스론적 기분과 느낌들이 음향과 색채, 언어와 몸짓을 통해 결합과 분열을 반복합니다. 우리가 바나나 박스의 가능한 존재방식과 형태를 계속 연구한다면, 바나나 박스는 하나의 우주이면서 동시에 한 사람의 가장 내밀한 보관함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연구 목록이 하나씩 늘어나는 것은 곧 우리 우주의 존재론적 다양성을 확장하는 일입니다.
참여 작가
강동균 구자은 김경란 김도균(kdk) 김도연 김태용 김해솔 박소현 서이제 소수빈 슬릿스코프 심미나 오상택 이강우 이민혁 임준빈 정승호 주정현 최민지 현정아 류지영
코디네이터: 강동균 박소현 이민혁
기획: 류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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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 성동구 연무장 17길 2
운영시간
월요일 11:00 - 19:00
화요일 11:00 - 19:00
수요일 11:00 - 19:00
목요일 11:00 - 19:00
금요일 11:00 - 19:00
토요일 11:00 - 19:00
일요일 11:00 -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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