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22 익선
2019년 5월 22일 ~ 2019년 6월 23일
Another 나쁜 セカイ(세카이)
-불길한 상상의 근원을 찾아서
이번 전시의 출발은 ‘인류세’라는 대기화학자 파울 크뤼천이 대중화 시킨 지질시대 개념으로부터 시작했다. 인류세는 현세(홀로세)로부터 독립적인 세(世)로 구분지어야 한다는 아직 논의 중인 개념으로써, 방사능 물질, 플라스틱, 콘크리트 등의 물질로 대표된다. 그중에서도 흥미를 끌었던 것은 한 해 5~600억 마리가 소비되는 닭의 뼈가 인류세를 대표하는 화석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이 이야기는 훗날 인류가 공룡처럼 멸망한 뒤, 새롭게 나타난 다른 종의 생명체가 현재를 닭이 지배했던 시대로 오해할 수도 있겠다는 다소 우스운 상상으로 이어졌다.
인류 절멸의 위기를 맞이하는 상상. 그에 대한 공포는 시작이 있다면 끝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그림자처럼 근원적으로 같이 하는 것일 수 있다. 하지만 달라진 것이 있다면 과거 공포의 근원이 자연재해처럼 인간이 손쓸 수 없는 것이었던 반면 현재는 전쟁무기, 환경오염 심지어 자연재해마저 인간 스스로 만들어낸 공포와 맞닥뜨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산업혁명과 1차세계대전 이후 등장하기 시작한 많은 SF 문학과 영화들은 일종의 종말서사로써 인간이 스스로 만든 절멸의 위기를 그렸다. 그리고 그들이 그린 미래에 살고 있는 우리는 그 상상들이 현실이 된 것을 목격하고 있다. CCTV가 도처에 있는 소설 <1984(조지 오웰, 1949)>의 세계, 인간의 염색체 수정이 가능해진 <멋진 신세계(올더스 헉슬리, 1932)>의 세계가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또한 올해 2019년은 1982년 개봉작 ‘블레이드 러너’가 그린 미래의 시간이기도 하다. 이 영화가 만들어 낸 세상과 현재 역시 많은 부분이 닮은 그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들은 본질적인 질문을 불러왔다. 왜 우리는 부정적인 세계를 상상하는가? 그리고 인류 절멸의 위기라는 SF 소설의 주제가 될 법한 것들이 소비 가능한 문화 콘텐츠가 되는 것 이외에 개인의 삶과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지 등이었다. ‘닭이 지배했던 세상’. 사실 그런 오해 따위야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다만 스스로 만들어 낸 문명에 의해 스스로 죽어간 어리석은 종으로 남을 뿐.
멜팅포트는 부정적인 세계를 상상하는 문화 콘텐츠의 표현양식들에 매력을 느끼는 동시에 인류 전반을 대상으로 하는 거대담론을 논하기 이전, 그 담론이 출발하게 되는 상상의 근원이 무엇인지, 개인과 거대담론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우선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이번 전시기획은 공포의 근원과 그로부터 펼쳐지는 작가들의 상상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윤아미, <At night 2, 0026>, pigment print, 90 x 135 cm, 2012
윤아미의 셀프 포트레이트 사진은 개인의 불안과 공포를 그려내며 이번 전시가 전하는 이야기의 출발이자 맥락을 만든다. 그의 프레임 속엔 작가가 의식하고 있는 자아와 의식 뒤편에 숨겨진 자아가 형상화되어 등장한다. 의식 뒤편의 자아는 사회구조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무의식중 거부했던 기억의 불안과 공포가 만들어낸 존재이다. 작가는 외면으로 드러나지 않은 축적된 심리가 내면에 어떤 형식으로 구축되는지에 관심이 있으며 작업을 통해 그림자 같은 다른 존재를 마주하고 인정하는 행위는 그것을 의식의 구조 안으로 허용하는 것이라고 한다. 작가의 의도에 더해 이번 전시의 맥락에서 그의 이미지는 마치 도플갱어처럼 다른 선택에 의해 만들어진 또 다른 자아를 만나는 이중 세계의 시각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오제성, <광기의 시공간_미완의 평론(리마스터)>, 싱글 채널 비디오,10min. 6sec, 2019
3개의 시리즈로 구성된 오제성의 영상 작업에선 분절된 자아와 다중 세계가 더욱 본격화된다. <광기의 시공간> 시리즈는 크리스 마르케의 1962년 작 ‘La Jetée(라 제떼)’로부터 형식과 스토리의 배경을 차용한 작품이다. 흑백 필름 사진을 이어나가는 방식으로 완성된 영화 라 제떼는 사진사와 영화사를 비롯해 각종 인문학 분야에서 기념비적으로 여겨지는 작품으로 무빙 이미지의 형식에 정지된 이미지를 삽입해 이미지 사이사이에 관객의 상상이 끼어들 수 있는 여지를 개방한다. 오제성의 작품은 라 제떼에서 등장하는 주인공을 포함한 주요인물 3인을 동시대적 캐릭터로 각색해 각각의 시점에서 세 개의 이야기로 완성했다.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는 한 시점을 중심으로 인물들의 뒤틀린 시간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이야기가 펼쳐진다. 시적인 내레이션과 대비되는 너무도 동시대적인 풍경들이 다소 키치적인, 혹은 낯설고 이상한 감성을 유발한다.

ⓒ황민규, <나를 지켜줘>, HD video, 스틸이미지, 00:25:00, 2017
황민규의 <나를 지켜줘>는 일본 신혼여행 중 담은 풍경과 아내의 모습을 재편집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 영상 작업이다. 주인공인 여성은 제3차 세계대전을 앞두고 세상을 구할 영웅을 찾는다. 작가가 일본 여행 중 놀라웠던 것 중의 하나는 일본 음악의 상위 차트를 가상의 아이돌 캐릭터들이 휩쓸고 있다는 것이었다. 작품에는 일본의 소위 ‘오타쿠’ 문화가 반영되어 있으며, 영상에 들어간 모든 대사는 만화와 애니메이션에서 차용한 것으로 마니아들은 모두 출처를 짐작할 수 있다. 작가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문화 콘텐츠가 점점 더 현실로부터 괴리되는 경향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일본 문화 특유의 불길한 상상을 만들어내는 역사·사회적 배경과 더불어 서구권에서 만들어내는 많은 SF 문화 콘텐츠에서 동아시아권의 상징으로서 일본의 이미지가 덧씌워진 배경을 추측하게 한다.
윤아미, 오제성, 황민규 3인의 이야기는 각각 다른 주제이지만 동시성을 가진 다른 세계의 이야기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현실에서 부정하고 있고 드러나지 않는, 선택받지 못했거나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하지만 충분히 다른 선택이 있었다면 일어날 수도 있는 일들이다.
사진과 영상 등의 형태로 끄집어내어진 어두운 세계는 역사가 생성되는 원리처럼 우리의 선택을 되돌아보게 한다. 이것은 끝을 바라보며 말하는 현재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며, 동시에 이런 불안과 공포들이 거대 담론으로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사랑, 일, 취향, 나약함 등 개인의 정체성 및 삶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글 김연수│멜팅포트
작가소개
윤아미
경성대학교 사진학과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사진학과 석사를 받았다. 2014 대구사진비엔날레 포트폴리오 리뷰 ENCOUNTER IV 우수작가 및 제1회 한국 사진학회 우수사진상 3인 선정된 바 있다. 감정, 무의식, 꿈 등 존재하지만 드러나지 않는 것들을 셀프포트레이트를 통해 재현하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오제성
국민대학교 입체미술과를 졸업 미국 오티스 컬리지 오브 아트 앤 디자인(OTIS College of Art and Design)에서 순수미술 석사를 받았다. 2017년 프랑스 아뜰리에 데 쟈크 레지던시에 참여했으며, 2019년엔 송은아트큐브 전시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되어 개인전을 열었다. 주로 기억과 시간을 주제로 하는 서사가 있는 영상 작업을 하고 있으며, 영상 제작 기법에 다양한 매체 실험을 더하고 있다.
황민규
중앙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조소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17년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매거진 퍼블릭아트 뉴히어로에 선정된 바 있다. 물성의 의미를 주제로 삼는 조각․ 설치 작업으로 시작해 최근에는 소위 ‘오타쿠’같은 서브컬쳐(subculture) 성향이 반영된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오프닝: 5월 22일 18:00
오프닝 퍼포먼스: 5월 22일 18:30
퍼포머: 신지혜 CBS아나운서, 송봉기 사운드 아티스트
송봉기
전자음악을 기반으로 토탈미술관, 일민미술관 및 서울디자인페스티벌 등 여러 예술 관련 행사의 음악 및 오프닝에 참여했다. 최근에는 영상, 퍼포먼스 등 다양한 창작자들과 협업하며 음악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
신지혜
아나운서이자 CBS-FM <신지혜의 영화음악> 제작 및 진행을 맡고 있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집행위원을 역임했다. 다수의 영화음악 콘서트, 영화제, 영화상 사회를 보았고, 영화와 방송 콘텐츠를 묶어내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연계프로그램
전시연계 강연
일시: 6월 3일 19:00
강연자: 이충민 서강대 연구교수, <미미한 천사들>역자 및 강연자
이충민
서강대학교에서 불문학 학사와 석사를 받았고, 파리8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으며, 서강대학교에서 프루스트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강대학교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아티스트 토크
일시: 6월 21일 15:00
신청문의: https://blog.naver.com/art_meltingpot
주최: 스페이스22 익선
기획: 멜팅포트
참여작가: 윤아미, 오제성, 황민규
전시협력: 워크룸 프레스
후원: 호텔 다다
협찬: 네오다임, 스버그, 써머스비
출처: 멜팅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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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시간
월요일 11:00 - 19:00
화요일 11:00 - 19:00
수요일 11:00 - 19:00
목요일 11:00 - 19:00
금요일 11:00 - 19:00
토요일 11:00 - 19:00
일요일 휴관
휴관: 일요일, 공휴일
모든 프로그램은 주최측의 사정으로 변경될 수 있으니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