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아트스페이스
2021년 3월 10일 ~ 2021년 7월 3일
송은 아트스페이스는 2021년 3월 10일부터 7월 3일까지 «Artists Take-Over»를 개최합니다. 이 전시는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이 만연한 시기에 작가들에게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는 공간을 지원하기 위한 프로젝트로 기획되었습니다. 송은문화재단의 전시 프로그램에 참여한 작가 중 내용과 형식에 제약을 두지 않은 공모를 통해 선정된 12명은 3부에 걸친 기간 동안 각자의 전시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네 개의 공간으로 나뉜 전시장 안에서 동시대를 사유하는 작가들의 이야기에 주목하는 동시에 전시 사이를 잇는 느슨한 선들을 발견해보기를 기대합니다.
이번 전시는 송은 아트스페이스와 송은 아트큐브의 신사옥 이전을 앞두고 그동안 두 공간을 거쳐 간 이야기들을 현재형으로 회상해볼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팬데믹으로 물리적인 공간과 시간의 의미가 변화하는 시점에서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고 내일을 상상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며 «Artists Take-Over»에 많은 관심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1부
기민정 «불의 습기» (3F-A)
«불의 습기»는 내면화된 자아와의 관계에 집중하며 순류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역류만을 갈망하는 것은 아닌 삶의 양가적인 태도를 내재한 자아의 에너지를 표출한다. 얇은 화선지 위에 붓을 얹어 물기가 스며들게 하고, 붓이 이끄는 순간적인 행위를 통해 탄생한 형상은 선명한 색감으로 인해 생명력이 더해진 유기체의 형상을 띠며 오묘한 인상을 남긴다. 불특정한 형상 또는 불, 물, 안개나 연기와도 같은 순간적인 현상에 가까운 유기체가 젖은 채로 화선지에 존재하다 서서히 말라가는 과정은 어떤 시점에서 순응하며 살아가는 인간의 삶처럼 보여진다. 종이에 물감이 스며드는 순간의 강렬한 색감이 유지되는 과정은 흐르는 물을 거스르고 잘게 부서진 파도에 부딪혀 포말이 생겨나듯 잔잔한 일상에 대항하는 작가의 자아가 작업 속에 스며드는 과정과도 같다.
김지선 «White Wind and Brighter Shadows» (3F-B)
«White Wind and Brighter Shadows»는 이전부터 다뤄왔던 캔버스의 평면적 물성과 그로인해 회화 또한 평면적으로 보일 수 밖에 없는 물리적 한계에 대한 탐구를 이어온다. 일반적으로 전시장 벽에 걸려 평면성이 강조되는 회화 전시와 달리, 곳곳에 작가가 의도하여 각기 다른 형태로 설치한 작업은 질량감의 차이를 나타내며 회화의 물성에 대해 실험적으로 다루고 있다. 작가는 여러 시점에서 관찰한 자연의 풍경에서 특정 오브제에 중점을 둔 채 단조로운 소재에 극적인 요소들을 더해 회화를 완성한다. 특정 장소로부터 출발해 장소적 특성이 사라져 어디선가 본 듯하지만 실존하지 않는 공간으로 흐르면서 화폭 안에서 자연의 오브제만이 재구성된 작업을 선보이며, 관람객이 이를 마주하는 과정에서 온전히 풍경에 드러나는 감각과 감정에만 몰두하고 작가가 느꼈던 그때의 순간을 공유하기를 기대한다.
정소영 «TWILIGHT ZONE» (2F)
전시 제목이자 작품명인 트와라이트 존(TWILIGHT ZONE)은 해가 지는 찰나의 빛이 머무는 시간으로 낮 동안 선명했던 우리의 인식 체계를 밤으로 이행시키는 과정 속 중간 단계에 위치한다. 오래 지속되지 않는 이 희미한 빛은 환상과 미지의 심리적 세계로 상상되기도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육지와 바다도 빛의 단계로 나누어진다. 육상에서의 트와라이트 존은 경계가 불분명한 장소 또는 변두리를 지칭하며, 바다에서는 빛이 도달하는 바닷속의 가장 깊은 층-약광층을 의미한다. 약한 빛에 의존하며 살아가는 바닷속 생명체는 낮에는 가라앉고 밤에는 떠오르며 어둠과 밝음 사이를 유영한다. 극명한 대비 사이에서 존재하는 공간에는 수많은 파동이 일고 이 희미한 빛의 파동은 잔상을 남긴다. 그 빛에서 사물은 유연해지고 시간은 지연된다. 땅속에서 캐낸 감자 같기도, 바다의 광물과도 같은 것. 한 손에 잡힐만한 크기의 익숙한 덩어리. 이 덩어리는 빛의 층위 속에서 물질과 비물질의 경계를 오간다. 그는 이러한 조각적 실험을 통해 물질의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드는 방식과 이를 인식하는 우리의 감각을 섬세하게 조절한다.
최성임 «잠시 몸이었던 자리» (4F)
«잠시 몸이었던 자리»는 하루를 보내며 느끼는 단상을 표현한 것으로, 매일의 해와 달을 낮과 밤의 몸으로 은유해서 재료의 물성과 공간 안에 덩어리를 찾는 과정을 통해 완성됐다. 유한한 존재로서 생명에 대한 애처로움과 그럼에도 잠시의 영속성을 가능하게 하는 예술에 대한 고민이 작업의 전반을 이룬다. 제목처럼 '잠시'라는 시간의 유한함과 '몸'이라는 덩어리, 그리고 지나갔지만 차지하고 있었던 흔적이나 무늬의 '자리', 이 세 가지 요소를 촘촘하게 연결 지었다. 그동안 작업 안에 사용했던 비닐, 아크릴, 실, 황동 등의 여러 재료의 조합으로 형체를 만들기도 하고 무너뜨리기도 하며 막으로 나눠진 각 줄거리를 만든다. 긴 터널 같은 전시공간에서 낮과 밤으로 상정한 이쪽과 저쪽이 어느 지점에 이르면 낮도 밤도 아닌 빛과 모양이 서로 스며들고 번져서 새로운 기운을 내고 있기를 바란다.
2부
이병찬 «지하실 표준 대기압» (2F)
«지하실 표준 대기압»은 지하와 지상의 다른 기압 차이와 대기의 파장을 설명하는 작업이자 지상과 지하의 모호한 경계선에 있는 사람들이 갖는 기복적 염원에 관한 이야기다. 낮게 공간을 가로지르는 스프링이 일렁이며 소리를 내고, 발광체가 늘어뜨린 촉수를 하늘거리며 춤추는 전시장 풍경은 캠핑장을 연상시키면서 지하의 암흑에서 그리는 지상의 낭만을 보여준다. 일회성 플라스틱 소재의 파라솔과 트램폴린 장치 연주는 계층 이동을 꿈꾸는 사람들이 갖는 불안한 환경과 일회성으로 공간을 소비하고 이동해야 하는 긴 한숨을 설명한다.
유영진×정지돈×최재훈 «존.D» (3F-A)
«존.D»는 시각예술가 유영진, 소설가 정지돈, 만화가 최재훈이 협업해 서울 다세대 주택 밀집지역에서 발견되는 건축 기생물을 채집하고 관찰하면서 생물학적 종으로 정리하는 유영진 작가의 작업 ‹Cambrian Explosion›의 세계를 확장한다. 사진, 소설, 그림이 연계하며 만들어가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올 하반기에 책으로 발간할 예정이다. 출간 예정인 『존D : Book of Sondergut』는 도시의 구조물과 인간의 신체 등에 기생하는 미지의 존재 ‘존더구트’를 기록한 책이다. 세 작가는 ‘존더구트가 증식하는 시대와 그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을 함께 그리고 각자의 방식으로 쓰고, 그리고, 찍으며 일종의 ‘공동집필’ 방식으로 진행된 이 프로젝트를 통해 이야기의 현실성과 허구성, 매체의 경계와 한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협업의 가능성을 상상한다.
전민혁 «Corpus_몸» (3F-B)
«Corpus_몸»은 특정한 상황과 조건, 행위 수행 등의 설정을 이용해 인물들이 자기 자신을 다시 의식할 수 있도록 의도했던 자기인식에 관한 탐구의 연장선상에서 육체적인 차원에 주목한다. 회전판을 돌려 바늘이 가리키는 색상과 같은 색상의 매트를 짚는 게임 ‘트위스터’에서 착안한 신작 ‹Twist›(2021)는 두 명의 무용수가 트위스터 게임을 진행하면서 뒤틀리고 겹치는 몸, 자세를 유지하면서 떨리는 근육, 시간이 지나면서 힘에 부치는 모습을 롱숏과 클로즈업숏을 오가며 보여준다. 신체를 불편하게 하는 형식을 일종의 작업 도구로 삼아왔던 전민혁은 우리가 일상에서 습관적으로 하게 되는 움직임이 아닌 비일상적인 신체적 활동을 통해서 신체의 존재 자체를 강렬하게 경험하는 순간을 만들어낸다.
염지혜 «[~]» (4F)
«[~]»는 지난 2년간 공생, 진화, 생물학, 기후 위기 등에 대한 관심으로 제작했던 새로운 작업을 통해 첨단 과학 기술과 인간 중심적 사고로 대체될 수 없는 지구 생명의 역사와 현장을 담아낸다. 2018년 남극 세종기지를 방문하여 촬영한 영상을 주요 푸티지로 사용한 ‹검은 태양›(2019)은 자연에 대한 제어와 그것의 불안정성, 인간관계의 통제와 그것의 실패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 이면에 있는 과학의 권력과 성역화 그리고 관성적인 믿음에 대한 의심 등을 암시한다. ‹심바이오 플롯: 함께 사는 터›(2020)은 지구 상의 모든 생명을 연결하는 공생의 힘을 발견함으로써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기후 변화에 따른 재난 서사를 파국의 상상에서 비롯된 절망의 서사가 아닌 다른 이야기를 상상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피터 브뤼겔(Pieter Bruegel the Elder)의 판화 “Fortitude”의 세부를 확대해 그린 템페라화 ‹용기›(2021) 연작을 함께 선보인다.
3부
오연진 «기억의 조차» (2F)
«기억의 조차»는 작가가 다양한 매체를 다루는 과정에서 목격한 감각적인 순간으로부터 출발하여, 이를 회화적 제스처와 사진 매체 상의 번역으로 풀어낸 전시이다. 이전 작업에서는 주로 그래픽 프로그램으로 만들어낸 패턴이나 역사적 참조점이 있는 레퍼런스 이미지를 활용했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순간적인 기억에 기반해 즉흥적으로 그려낸 다양한 드로잉 시리즈 ‹Solitaire›를 기반으로 한 신작을 선보인다. 유화 드로잉의 일부분을 확대해 인화한 사진 연작 ‹Over All› 시리즈는 ‹Solitaire› 드로잉 시리즈의 일부분을 그대로 복제하면서도 이를 사진적 기법을 통해 전혀 다른 위상으로 변주한다. 작가는 끊임없이 과거의 한 순간으로 회귀하려고 하지만 결코 닿을 수 없는 기억의 움직임을 '조차(Tides)'에 비유하며, 하나의 이미지가 다른 이미지로 미끄러지듯 파생되는 일련의 과정을 보여준다.
신정균 «Lift & Drift» (3FA)
«Lift & Drift»는 건축 현장에서 촬영한 신작을 통해 예측 불가능한 미래를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는 사고와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태도, 미래에 대한 불안을 기대로 바꾸기 위한 방법을 제안한다. 지하와 지상을 잇는 건물 중심부의 특정 공간을 배경으로 촬영된 신작 ‹Space Opera›(2021)는 건물 지하에 무대를 세우고 곡예사가 지상을 향해 오르내리면서, 신체적 한계를 넘는 동작과 직관적인 판단을 통해 현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대안을 제시한다. 우주 활극을 뜻하는 제목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반영된 SF적 세계관과 활극이 더해져 초현실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Space Opera›의 사전 리허설 작업인 ‹Dry Rehearsal›(2021)은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터로써 작동하는 가상의 영역을 상상한다. 건물 외장 마감재 테스트를 위해 임시로 조성된 정방형의 목업(mock-up) 공간의 한정된 프레임 속에서 무대를 넘나드는 퍼포머는 불확실성이 만연한 사회 속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미래에 대처해가는 우리의 태도와 닮은 몸짓을 보여준다.
정지현 «Reconstruct» (3FB)
«Reconstruct»는 오랜 기간의 변화와 시간이 무너지고 철거되는 현장에 직접 개입하여 건축물의 벽에 스며든 역사적 흔적과 기억을 기록한다. 근대화의 상징물이었던 삼일빌딩의 리모델링 복원 사업 현장에서 진행한 ‹Reconstruct›(2020)는 복원 중인 건축 자재를 현장에 평면적으로 설치하거나 입체적인 건축 구조가 평면적인 미감의 현대적인 공간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Construct›(2017)는 벽면에 사용되었던 얇은 건축 폐기물로 구조물을 만들어 설치하고 공간이 완성되는 과정을 기록하면서 현대 건축물의 특성인 조립식 벽면의 얇은 층위를 드러낸다.
이은우 «쌍» (4F)
«쌍»은 사물의 질서에서 가짜와 진짜, 장식과 실용 같은 수직적/대립적 위계질서를 삭제했을 때 이들의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빨강, 파랑, 노랑 3원색의 수직 수평선으로 이뤄진 오브제로, 평범한 선반 형태를 닮았지만 측면에는 나무 무늬 장판을 덧붙인 ‹고약한 짓›(2021), 벽돌 패턴의 합판 구조물에 인체를 연상시키는 석고 블럭을 끼워 넣은 ‹동네 리얼리즘›(2021) 등을 선보인다. 이 밖에도 즉흥적이거나 의미 없는 무늬를 토대로 한 일련의 스킬 자수 작품과 ‹탁자›(2017~2021), ‹아저씨›(2021) 같은 원목으로 제작한 가구와 조각을 통해 평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수공적 노동, 남성적인 일이나 여성적인 일과 같은 사물의 가치에 의문을 제기한다.
1부
기민정 김지선 정소영 최성임
2021. 3. 10. – 4. 10.
2부
염지혜 유영진 이병찬 전민혁
2021. 4. 21. – 5. 22.
3부
신정균 오연진 이은우 정지현
2021. 6. 2. – 7. 3.
출처: 송은아트스페이스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운영시간
월요일 11:00 - 19:00
화요일 11:00 - 19:00
수요일 11:00 - 19:00
목요일 11:00 - 19:00
금요일 11:00 - 19:00
토요일 11:00 - 19:00
일요일 휴관
휴관: 일요일, 공휴일
모든 프로그램은 주최측의 사정으로 변경될 수 있으니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를 확인하시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