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랙션
2017년 9월 10일 ~ 2017년 10월 15일
Preface–Behind a Mask: 양가적 데이터 수집과 활용의 공조 가능성
1 2017년 9월, 인터랙션 서울은 윤영완, 장진승, 그리고 장진택의 전시 «Behind a Mask: 양가적 데이터 수집과 활용의 공조 가능성»을 개최한다. 전시 참여자들은 점차 고도화되는 데이터 축적 기술의 발전 양상과 맞물린 사회 구조틀 안에 존재하는 양가적 대상, 즉 기계와 인간의 위치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서로 다른 데이터 수집 방식을 고수 혹은 공유한다.
2 인간은 제 존재의 삶을 좀 더 효율적이고 용이한 상태로 전개시키기 위해 기계를 발명했고, 수십년의 시간을 거쳐 이제 기계는 지구상에 유일하게 존재하던 인류의 정체성을 좀 더 다른 의미로 탈바꿈해 놓았다. 이러한 현상은 마치 유일신의 정체를 자연스레 소거시켰던 수많은 신들의 존재 (가능성)를(을) 인정하는 태도를 우리에게 부여하면서, 세상을 이루는 다양한 겹겹의 역사를 존중하는 것이 곧 각기 다른 세계 구성원들 사이의 평화와 안정을 가져다 줄 수 있으리라는 인식을 일깨워 주었다. «Behind a Mask» 전은 이처럼 인간에 마주하는 기계와 인공지능의 존재 사이의 미묘한 관계와 그 근원을 탐구한 잠정적이고 일시적인 결론이자, 작금의 현상 그 자체를 그려낸 관계적 풍경이 된다.
3 사실 인간과 기계의 존재를 이분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이미 무효화되어버렸고, 남아있는 것은 그저 양가적 속성을 가진 데이터 수집과 활용 방식의 병렬적 나열일뿐이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인간은 기계의 힘을 빌려 해결 불가능한 문제들을 풀어낼 수 있었으며, 그 댓가로 기계는 마침내 스스로의 존재를 그 창조주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게 되었다. 자칫 평화로워 보일 수 있는 이와 같은 두 종의 이해관계는 서로에 대한 필요가 아직까지 존재하기에 그 상응의 관계적 균형이 유지되는 중이다. 때로 이들은 주종의 관계에 처하기를 주저하지 않으면서 이른바 두 대상의 혼종 가능성이 실현되는 사례도 어렵지 않게 등장하고 있지만, 실은 그 평화의 지속이 쉽사리 가정하기 어려운 사실임은 점차 자명해지고 있다. 정보의 가치가 그 어떤 무형의 가치들보다 중요해져버린 상황에서 돌이킬 수 없이 기계에 대한 의존도를 높여버린 우리는 그저 가까운 미래를 내다보며 일단은 이 상태를 그저 지속하려는 듯하다. 이 지점으로부터 윤영완과 장진승의 작업은 보통의 사람들이 지속고자 하는 안주의 현 상태를 어떻게든 타파하려는 일종의 절박한 몸부림에서 출발한다.
4 윤영완은 너무나도 인간적인, 어쩌면 우리가 인간으로서의 존재를 자가증명하는 수단이 되는 주관적인 감정의 데이터를 그의 초상 작업을 통해 개인적으로 기록하고 저장한다. 지극히 사람다운 영감을 통해 수집된 윤영완의 인간 초상들은 서로 다른 크기의 캔버스나 종이 위에 다양한 색채로 그려지면서 인간이 내포하는 개별적 정체성의 의미를 상기시킨다. 풍부한 유채색, 때로는 모노톤으로 나타나는 윤영완의 페인팅과 드로잉 작업들은 특정한 상황에서 나타나는 개인의 감정을 옮겨냄과 동시에 이를 포착하는 작가의 감정 상태를 함께 표현하고, 하나의 초상을 스스로 살아 꿈틀대는 감정과 감상의 집약체로 만들어낸다. 실제 휴먼-스케일을 유지하는 그의 얼굴 초상은 실제 전시 공간에서 군상을 이루어 떠다니며, 소위 ‘인간적인 감성’의 분위기를 한층 더 짙게 풍겨낸다. 서로 다른 정체성을 지니는 객체 자아를 통해 진정으로 자신을 마주하고자 하는 윤영완의 작업은 과거 우리가 아날로그 데이터에 익숙해져 있던 그 때의 인간적 몰입의 상태를 상기시킬 뿐만 아니라 ‘주관적인’ 혹은 ‘인간적인’이라는 형용사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 볼 수 있도록 사람들을 이끈다. 결코 수집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인간의 감상과 느낌을 담아내는 윤영완의 행위는 그가 지향하는 인간적인, 오롯이 인간적인 삶을 위한 자기명상의 흔적들이자, 별다른 설명 없이도 통상적인 대표성을 획득할 수 있었던 외로운 인간 자아의 미묘한 마음의 상태를 그려낸 일종의 향수라고 할 수 있다.
5 이에 반해 장진승의 작업은 인간과 기계 사이를 곧 어색하게 만들어 버릴 수 있는 기계 우월성의 인정을 극대화하면서, 기계 존재에게 새로운 인간 이해의 가능성을 마련해준다. 본래 작가는 개인의 차이가 창출하는 인류 역사 속에서 자연스럽게 발현되는 사회 내의 차별을 타파할 가능성을 모색하려는 차원에서 그의 기계 장치를 발명했다. 때문에 장진승은 각기 다른 정체성을 지니는 인간 존재가 공유하는 최소한의 구성요소를 선정하고, 이를 소거해 내기 위하여 사람들의 얼굴이 가지는 외형의 특징에 집중한다. 그러나 그가 개발한 기계 장치를 통해 수집된 수많은 인간 군상의 얼굴 데이터들은 서로 다른 사람들이 지니는 개별의 정체성을 지나치게 소거시키고 기계에게 그들의 방식으로 인간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기계의 입장에서) 한층 더 간편한 분류 체계의 개발 가능성을 제시한다. 그의 작업은 카메라 렌즈를 통해 담기는 사람들의 얼굴을 흑백의 데이터로 일차 저장하고, 이차적으로 그들의 얼굴 표정에서 나타나는 감정의 다양성을 단순한 소리 정보로 변환한다. 그 후 오실로스코프Oscilloscope를 통해 수집된 중간 결과물을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경계에 있는 시각적 정보로 단순 가공해 그 최종 데이터를 기계 저장 매체로 집약시킨다. 적극적인 기계의 활용을 통해 마침내 분류 불가능해 보였던 인간의 개별적 데이터를 분류, 종합해 낸 그의 기계 장치는 일종의 기계-중심 매트릭스Machine-centered matrix의 구현 가능성을 위한 하나의 프로세스로 기능하면서도, 한편으로 안티-휴먼 매트릭스 시스템Anti-human matrix system의 구축 가능성을 시사하는 역설적 기능을 내포하기도 한다.
+ 전시에 덧붙는 장진택의 짧은 글은 이 둘의 어색한 관계를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이 작성했을 법한 노트의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오로지 인간 삶의 편의라는 선의를 품고 기계 발전을 위해 자신을 헌신해온 어떤 개발자의 단상을 기록한 이 작업은 인간과 기계 사이에서 탄생한 새로운 시대에 대한 기대와 회의를 그리며, 인간 존재의 진정한 의미와 점차 선명해지는 기계 존재 의미 사이에서 부유하는 인간의 복잡한 심경을 대변한다.
6 실재계와 가상계를 각기 지배하는 인간과 기계, 양측의 입장을 대변하는 양가적 데이터 방법의 수집과 방법에 대한 탐구에서 시작된 본 전시는 어느 한 쪽의 입장을 대신하기 위함이 아니라, 그저 불확실한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극단적인 상상을 드러내고자 한다. 이제 분리불안장애를 의심케 하는 수준까지 점철되어버린 인간과 기계의 혼종적 접합은 우리의 예측보다 더 신속하게 전개되어버렸고, 앞으로는 더욱더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인간으로서 우리 스스로의 존재를 유지하기 위해 어떠한 태도를 견지해야 할까. 이처럼 이번 전시는 인간과 기계 사이의 관계에서 잉태된 ‘데이터’의 새로운 의미가 선도하는 불확실한 미래를 시사하는 한 편의 디스토피아 소설과 그 발상을 공유한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불현듯 인간을 삼켜버린 무한한 정보의 범람이 끝나고 나면 과연 우리는 어떠한 건기를 맞이하게 될 것인가?
장진택(인터랙션 서울 큐레이터)
Opening reception
2017. 9. 9 (Sat), 6pm
주최: 인터랙션 서울(대표: 허중원)
기획: 장진택
디자인: 윤현학
전시 디자인: 곰 디자인
출처 : 인터랙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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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시간
월요일 휴관
화요일 휴관
수요일 14:00 - 19:00
목요일 14:00 - 19:00
금요일 14:00 - 19:00
토요일 13:00 - 19:00
일요일 13:00 - 19:00
휴관: 월요일, 화요일, 공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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