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
2023년 5월 2일 ~ 2023년 6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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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nch Side⟫는 남성적, 이성애중심적, 정상성의 공간에서 가시화되기 어려운 퀴어성이 ‘외부’와 관계 맺는 방식을 살펴봅니다. 이를 필드와 그곳의 주변부에 위치해 있는 벤치의 시점을 통해 다룹니다.
아웃사이더의 시선으로 필드를 달리는 남성의 몸을 응시하며, 자신이 대상화한 그 존재에게도 ‘눈’이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을까요? 또 살아있는 몸이 있다는 사실도 말입니다. 이때의 응시는 필드 내부에 존재하는 남성에게 적대적이기만 하지는 않습니다. 그들을 둘러싼 시선의 이해관계는 언제나 복잡합니다. 아무것도 아닌 공놀이에 열중하는 모습을 비웃기도 하고, 그들에게만 스포트라이트가 비치는 상황에 질투와 원망을 느끼기도 합니다. 때로는 그들과 운동장에서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도 듭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땀을 흘리면서 달리는 그 몸을 보면서 사랑과 욕정에 빠지기도 한다는 점입니다. 소수자들은 차별화의 전략을 펼치고, 동경하고, 사랑하고, 증오합니다.
이들의 눈과 몸은 남성의 몸과 거리를 두는 와중에 흔들리고, 섞여 들어갑니다. 전시는 이러한 복수의 시선들을 불온하게 겹쳐두며, 새롭게 정의된 남성의(그리고 남성성의) 몸과 이미지를 상상합니다.
안초롱 작가는 스냅샷 형식으로 사진을 다룹니다. 매 순간 일상 가까이에 있는 대상과 공간, 주변 인물들의 사진을 찍으며 작가의 몸과 카메라의 몸은 쉽게 구분할 수 없이 붙어 있습니다. 이것은 자신을 독립적으로 구성하기보단, 주변의 대상을 통해서 바라보는 태도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잠자는 남편의 몸을 찍어온 “Sleeping Man”(2016-) 시리즈를 선보입니다. 작가는 잠자는 그 몸을 바라보며, “나를 사랑하는지, 왜 나와 함께 살고 있는지”와 같은 생각에 잠긴다고 합니다. 가족 안에서 가장 가까운 인물인 남편은 역설적으로 잠자는 동안, 비밀을 가진 ‘알 수 없는’ 몸이 됩니다.
최고은 작가는 냉장고, 벽장, 파이프와 같은 기성품에 ‘자르기’ 같은 단순한 행위를 가해 조각을 만듭니다. 작가가 관심을 가져온 대상들은 중심에 드러나지 않고 배경으로 물러난 사물들입니다. 가구와 설비용 사물은 우리 생활에 필요하지만, 시야를 끌거나 동선을 방해하면 안 됩니다. 그것들은 효율적으로 ‘빌트-인’ 됩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건물 안에 숨겨져 있던 ‘파이프’를 중앙으로 끄집어낸 조각을 선보입니다. 작가의 작업은 감춰진 몸체를 드러내거나, 대상을 가리는 배열을 폭로합니다.
이승일 작가는 이미지가 수집, 변환, 유통되는 과정에서 리얼리티를 왜곡하고 증폭시키는 방식에 관심을 가집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폼페이 벽화에서 떠온 16세기 판화 중, 남성의 누드와 장신구가 등장하는 수집된 이미지를 보여줍니다. 본래 의미를 파악하기 어려워진 2천여 년 전 서구 남성의 이미지는, 16세기 판화를 통해, 21세기 한국의 남성 작가에게 수집되고 재해석됩니다. 그의 작업은 진짜와 가짜의 차원을 넘어선 이미지의 효과를 탐구합니다. 동시에 이는 개인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내밀한 실재와 그것의 디스플레이에 관한 미적인 탐구이기도 합니다.
윤정의 작가는 작업의 키워드로 ‘살-근육 조각’을 듭니다. 그는 이런 덩어리가 큰(Hunk) 조각을 흠모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형상을 세우기 위한 심봉을 심지 않으면서, 살덩이 조각은 서기 위해 무거워지고, 운반을 위해 나눠집니다. 조각은 보여지는 과잉 이미지(피부) 세계에 반응하거나, 구조체(뼈)에 집중하기보단, ‘벌크업의 시간’을 통한 좀 더 육체적인 기반을 따릅니다. 이는 이상적인 몸의 이미지를 가지고 운동을 하며, 천천히 근육을 덧붙여 키우는 과정과 비슷합니다. 작가는 이 과정에서 생기는 변수, 축축한 땀자국, 수정되는 목표들에 주목합니다.
김민훈 작가는 명사적 이미지를 상상하기보단, 동사적 행위를 강령 삼아 조각을 만듭니다. 이 ‘강령’은 남성적이고, 전통적인 조각의 어법과 세계에 이미 있는 생성의 법칙들을 뜻하기도 합니다. 작가는 이를 몸으로 체득하고, 재방문합니다. 이 과정은 자신을 숨기는 ‘커버링’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직립해 있는 것들을 새롭게 교란하고 더럽히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의 작업에서 수직으로 세워진 것과 수평으로 누인 것은 완전히 나눠진 경계를 형성하지 않습니다. 이들은 이어지는 동선 속에서 긴밀하게 관계를 맺습니다. 이번 전시는 특히 김민훈의 조각 중 ‘면재’를 사용한 작업에 주목합니다. MDF, 공간 분리를 위한 폴리카보네이트 칸막이, 네거티브가 형성하는 화면 등은 납작한 두께를 가진 ‘면’을 조각적으로 탐구합니다. 여기서 얇은 측면은 드러나고 이내 감춰지며, 휙휙 전환되는 조각적 동세를 발생시킵니다.
참여작가: 김민훈, 안초롱, 윤정의, 이승일, 최고은
기획: QF(권시우, 하상현)
그래픽 디자인: 동동
도록 필진: 남웅, 리타, 양효실
주최: d/p, QF
주관: 새서울기획, 소환사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우리들의 낙원상가, 한국메세나협회, Jack’d
이 전시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23년도 청년예술가생애첫지원 사업을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출처: d/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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