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온
2022년 10월 8일 ~ 2022년 10월 16일
1 / 4
<BOX ON THE TABLE>
-각자의 고민과 시간과 부피-
정 민주
유난히 비가 많이 내렸던 22년의 여름, 지하 작업실 창고는 물이 차올랐고 종이로 된 작업의 대부분이 젖게 되었다. 그리고 그의 일부를 폐기했다는 누군가의 고민으로부터 이 전시는 시작되었다. 작가의 작업실은 분명 각자의 짐들과 씨름 중일 것이다. 그게 디지털 데이터의 메모리 용량 일지라도. 좀 더 이를 직관적으로 관찰하기 위해 김문기, 모유진, 박준형 세 작가에게 일정한 용량의 BOX를 보냈고, 아래와 같은 전제 조건을 붙였다.
BOX의 전제 요건
① 제공하는 박스에 담아서 가져올 것.
130L 1개 이상 or 65L 2개 or 45L 3개 이상 기준 이상의 박스 구성은 자유
(예 130L +65L, 65L+65L+45L 등 총 130L 이상)
② 박스의 내용물은 완성된 작품이 아니어도 되며, 작가를 나타낼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가능함.
③ 박스의 내용물 중 30%는 판매가 가능할 것.
④ 판매금액의 10%는 23년도 개인전 또는 개인 프로젝트 비용으로 사용할 것.
작가가 가장 본인다운 혹은 가지고 있는 고민, 실험 작 등 을 제공한 박스에 담아 옮겨온다. 상자 안에 담기는 내용은 제한이 없으며, 작가를 표현할 수 있는 것이라면 어떤 것이든 상관이 없다. 작가가 사용한 노트, 다 쓰고 남은 몽땅 연필, 작품이 되지 못한 습작 들, 드로잉 등으로 본인을 소개하고 작가의 일부를 관람자에게 소유 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그럼 이 전제 요건들이 필요했던 이유를 키워드로 살펴보자.
하나. 순환
작가가 만들어내는 어떤 것, 그것들은 부피를 만들어내고 그가 가진 면적을 차지하게 된다. 전시 일정에 따라 짧은 이사를 반복하고, 작품이 다른 주인을 만나지 않는 이상 다시 작가의 영역으로 되돌아오게 된다. 물론 매우 전략적으로 판매를 겨냥하여 작업할 수도(작업하는 이도) 있겠지만, 보편적으론 작가가 마음먹은 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작업실을 비워 내기 위해 전시를 만드는 것도 아니니, 제법 복잡한 기로에 서있다. 순환 보다 축적물이 더욱 많다. 순환을 위한 폐기가 반복되기도 한다.
하나. 과정
완성 작, 작품의 결과물을 보며 과정에 대해 알고 싶어지는 것들이 있다. 김문기 작가의 종이와 테이프가 사용된 ‘가난한 조각의 원칙’, 뭐 유진 작가의 사물과 실루엣, 그리고 덧붙은 얄팍한 한지 조각들과 구멍이 뚫린 한지, 박준형 작가가 타임라인 드로잉이 나오기 전 실제 시간의 기록이 담긴 수첩이 그것들이다. ‘테이블’의 등장도 일련의 과정에 대한 상징성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하나. 스케치
작가 평소에 하던 재료 연구, 매체 연구, 작가 연구, 리서치 등 작품에 분류되지 않는 것을 ‘스케치’라는 대괄호에 넣어보자. 실제 스케치가 담긴 드로잉 북일 수도 있고, 평소 머릿속에만 있던 재료 매체 작가에 대한 실험작이 될 수도 있다. 누군가에겐 정리 혹은 다음일 수 있을 것이다.
한정되고 일정한 상황 속(BOX의 전제 조건 같은)에서 각기 다른 부피를 확인할 수 있다. 정제된, 혼재된, 공기가 가득 찬 마법 상자라도 되듯이 각자의 온도가 담긴 이야기들이 퍼진다. 우리가 이 상자를 열었으니, 우린 그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시간을 함께하며 이 부피들을 지켜줄 의무가 생겼다. 마치 물과 산소처럼 없어선 안될 것들을 같이 나눈 셈이다. 말이 길어졌다. 각설하고, 상자 밖으로 튀어나온 테이블 위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RGB 색으로 가득한 그의 일상, 한지와 작가 자신을 동일시하는 태도, 누군가 소유하지 않으면 뭉개져 버릴 그가 만든 말.
우린 조금 더 대화가 필요하다.
p.s. 이 전시는 23년도 세 작가 각자(김문기, 모유진, 박준형)가 개인전 혹은 개인 프로젝트로 더욱이 진득하게 나눌 이야기의 예고편이다. 오늘 가진 작가에 대한 마음을 품고 내년에 다시 찾아와 주길 바라면서 글을 마친다.
그럼 정말 이만.
작가 소개
김문기
김문기(b. 1993)은 경제적인 미술을 연구한다. 개인전으로 《스카치》(얼터사이드, 2021)를 개최하였으며 그룹전으로 《점멸하는 집》(인사미술공간, 2021), 《제3의 과제전》(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 2019), 《Corners 4》 (킵인터치, 2019), 《박하사탕》 (별관, 2019) 등에서 전시하였다.
모유진
모유진(b. 1989)은 관계가 끝난 후에 남겨진 대상과 그 순간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이 다음을 준비하는 것에 관심을 갖고 작업하고 있다. 사람이 떠난 직후의 흔적들을 정리하고 치우는 방식으로 화면에 기록하고 지워나간다. 최근에는 개인의 이야기가 녹아있는 사물을 중심으로 리서치하고 화면에 기록하고 있다. 주요 전시로는 개인전 《흩어진 연결_두번째》(2022, Artspace창, ) 사이 (2022, 갤러리 밤부) 가 있다.
박준형
박준형(b. 1990)은 자신의 생활을 그림으로 기록한다. 그에게 그림이란 한 걸음 느리게 생각하는 것이다. 그 속에서 항상 더 재밌게 그릴 방법을 궁리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타임라인 드로잉>(2017~)의 바탕이 되는 생활 기록인 '스크립트'를 다른 방식으로 시각화한 작품을 선보인다.
참여작가: 김문기, 모유진, 박준형
기획: 정민주
영상: 우청파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운영시간
월요일 휴관
화요일 휴관
수요일 12:00 - 19:00
목요일 12:00 - 19:00
금요일 12:00 - 19:00
토요일 12:00 - 19:00
일요일 12:00 - 19:00
휴관: 월요일, 화요일
모든 프로그램은 주최측의 사정으로 변경될 수 있으니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