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버
2023년 9월 13일 ~ 2023년 9월 25일
권다예는 유구히 전승되고 전형화된 회화성에 대한 근원적인 의문을 기반으로 매체 실험을 수행해 왔다. 무엇보다 회화의 본질을 「그리는 행위」 그 자체로 정의하고 있으며, 회화가 성립되는 메커니즘 안에서 그리는 자와 그려지는 대상의 역학관계를 구분하고 작업에 필연적으로 개입하는 작가의 역할을 완전히 분리해 자신을 관찰자이자 설계자로서 3차원 공간에 배치한다. 그리고 관습이 된 회화의 방법론적인 부분을 붓질이 아닌 설치, 조형, 퍼포먼스 등으로 풀어낸다. 즉, 평면성을 띤 캔버스를 입체 공간으로 확장하고, 신체적 활동으로써 그리는 행위를 물질성으로 변환하는 과정에 ‘(정신적 식량의)재배’라는 키워드를 더해 작가가 추구하는 예술관을 이번 전시로 풀어내고자 했다.
회화의 메커니즘 구축: 물리적 장치와 우연의 시너지
20세기 모더니즘의 등장 이후, 현대 미술론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미국 비평가 클레멘트 그린버그는 미술에서의 가치나 완성도의 궁극적인 원천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며 “회화 예술의 환원 불가능한 본질은 평면성과 평면성의 한계 설정이라는 오로지 두 가지의 구성 관례 또는 규범에 존재한다는 것”이라는 말을 남김과 동시에 모든 예술은 타 예술 매체로부터 빌려온 효과에 의지하지 않고, 매체 고유의 본성에 집중함으로써 순수성을 복구할 수 있을 것이라 주장했다. 회화성에 대한 탐구를 기반으로 전개되는 권다예의 창작관 역시 ‘회화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서 비롯해 ‘어떻게 그릴 것인가?’라는 방법적 탐색으로 서서히 이어진다. 그는 다매체와 산업 기술의 발달로 이미지와 데이터가 쉽게 복제·생산될 수 있는 시대 안에서 순수미술로서 회화가 정체성을 유지한 채 생존할 수 있도록 자신만의 창작 메커니즘으로 구체화한다.
회화가로서 권다예는 이미지를 생성하는 ‘그리기’ 과정에서 자신을 배제하는 대신 색을 도출하기 위한 물리적 장치를 배치하고 시간성이 더해진 우연의 효과를 활용해 회화의 형식을 해체하면서도 전통 회화가 지닌 본질과 조형성을 와해하지는 않는다. 더구나 색을 서로 중첩하거나 분리하는 등의 실험을 통해 순수미술이 지닌 추상적인 감각을 환기하는데, 자신의 시각 언어에 부합하는 형태소로써 검은색을 해체하거나 구현하는 등, 검정을 중심으로 다양한 색이 함축되거나 다채로운 스펙트럼으로 치환되는 지점을 가시화하기 위한 은유적 상징으로 활용한다. 즉, 그린버그가 말했듯 그 역시 작품의 미학적 성질이자 요소로써 색을 회화의 주요 형식으로 앞세우며 매체의 측면에서 회화 재료로 주요하게 쓰이는 유채·수채 물감과 잉크를 매개적 도구로 사용해 물리적 장치로 그려질 대상에 순수성을 부여한다.
재배의 공간: 색을 도출하는 회화 공간의 구현
지붕 경사를 따라 첩첩이 겹쳐둔 판자와 낡았지만 튼튼하게 건물을 지탱하고 있는 목조 구조는 1930년대 경성의 도시형 한옥을 가장 적나라한 형태로 드러낸다. 생활 동선에 따라 벽으로 구분됐던 경계는 허물어지고 날것의 질감만이 혼재하는 곳에 원색 안료와 PVC, 비닐, 스테인리스스틸 등 산업 소재로 이뤄진 설치물이 들어찬다. 한때는 목조단층 주택이자 창고였고, 어느 때에는 공장이자 사무실로 쓰였던 챔버1965는 전시 《Chromarium》으로 비롯해 회화의 전형성·형식성 탈피를 보조하는 도구 및 색을 도출하는 공간으로 전환된다. 미술 양식으로서 회화가 성립하는 조건으로 평면성이 전제되는 점을 고려해 작품을 배치할 장소에서조차 평평한 양감을 최대한 배제하고자 했다. 이는 권다예가 품은 회화에 대한 근원적인 단상과 맥락을 가시화함에 있어 종종 하얀 캔버스로 비유되는 화이트큐브가 결정적으로 제외된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작가는 앞선 일련의 맥락을 통해 단색화적 특징이 두드러지는 반복과 수행의 성격을 물리적 장치에 부여하고, 시간과 중력이 개입하여 발생하는 우연성에 의해 회화가 지닌 전형성에서 벗어나는 연출을 계속해서 시도한다. 그리고 권다예는 이를 단순 회화가 아닌 ‘회화 설치’라고 일컬으며 입체적인 회화의 형식을 성립시킨다.
전시명 《Chromarium》은 ‘색’을 뜻하는 chrom과 ‘~에 관한 장소’라는 사전적 뜻을 담은 접미사 –arium의 합성어로 색의 공간이라는 의미로서 시간의 흐름을 담은 공간 안에서 색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상태 메시지를 대변한다. 그만큼 이번 전시에서의 공간은 단순히 작품을 배치하고 선보이는 장[場]으로만 활용되지 않으며, 창작자가 설계한 매커니즘을 물리적으로 제어하는 하드웨어로 기능한다.
닮은 꼴 찾기: 창작 세계를 확장하기 위한 환기 혹은 방점
장성한 성인 셋 이상 서면 꽉 찰 공간에 작가가 설계한 장치들이 설치된다. 작가의 기술과 노동은 모터, 펌프와 같은 장치로 대체됨으로 공간은 마치 스마트팜과 같은 모습을 갖춘다. 인공적으로 설계된 장치는 장소-사람-사물 모두에게 적용되는 시간과 중력의 힘으로 가동된다. 그렇게 종유석처럼 생긴 석고 오브제는 유기체적 형태를 모방하고 전시장 한편에 심어져 시간과 함께 흙에 스며든 검은색을 빨아들여 다채로운 색으로 무르익어 간다.
앞서 풀어낸 작업에 관한 설명은 권다예의 창작 세계가 농사, 재배라는 키워드로 연결되는 흐름을 이해하도록 돕는 실마리다. 무엇보다 이번 전시를 관람하는 제삼자의 입장을 고려해 최대한 세세하게 작성했으며, 특히 작가의 회화론이 전시 핵심 주제인 (정신적 식량의) 재배로 결부되어 작품으로 구현되기까지 과정을 추론함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정신적 식량의) 재배나 농사와 같은 요소로의 접근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권다예는 어느 날 문득 시골에서 농사꾼이 농작물을 수확하기까지의 과정을 지켜보며 그것이 마치 과거로부터 현재로 이어진 자신의 작업과 매우 닮은 꼴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다. 씨가 뿌리를 내리고 온전한 수확물로 성장하기 위한 바탕은 자연으로부터 주어진 땅, 기후, 계절에 의존하지만, 그 외적으로 사람의 관여해야 하는 영역에서는 그 역할을 기계로 대체하고, 설치된 장치는 신경을 기울여 관리한다. 이러한 모습을 통해 권다예는 자신이 발전시켜온 창작 세계를 농업의 총체적인 이미지와 연결해 전시의 형태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Chromarium》은 권다예가 지금까지 쌓아온 그만의 회화론과 창작 관점을 확장하기 위한 환기 혹은 방점으로 찍힌 전시라고 볼 수 있다. 그동안 그가 집중해 온 기술과 기법 위주의 매체 실험에 농업 현장의 이미지를 덧씌움으로 자신만의 식량을 재배하고자 했으며, 이것을 다시 관객과 공유하고 나눔으로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작업적 확장을 야기한다.
클로징 파티
· 2023.09.24.(일) 17:00~19:00
· CHAMBER1965
※ 전시장으로 향하는 길목이 협소하니 방문 시, 대중교통을 이용하시길 권장합니다.
전시 연계 퍼포먼스
① TAKE: 재배
· CHAMBER1965
2023.09.15.(금) 16:00~16:30
2023.09.19.(화) 16:00~16:30
2023.09.22.(금) 16:00~16:30
② GIVE: 전달
· CHAMBER1965
2023.09.16.(토) 15:00~16:00
2023.09.23.(토) 15:00~16:00
※ 재배된 오브제를 전달하는 퍼포먼스 「GIVE」는 준비된 작품 및 참여 관객 수에 따라 예정보다 일찍 종료될 수 있습니다.
CREDIT
주관·주최: 권다예
기획·글: 오상은
그래픽 디자인: 김시마
사진 촬영: 박윤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이 전시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23년도 청년예술가생애첫지원 사업을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운영시간
월요일 휴관
화요일 12:00 - 19:00
수요일 12:00 - 19:00
목요일 12:00 - 19:00
금요일 12:00 - 19:00
토요일 12:00 - 19:00
일요일 12:00 - 19:00
휴관: 월요일
모든 프로그램은 주최측의 사정으로 변경될 수 있으니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