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포토스페이스
2017년 6월 30일 ~ 2017년 8월 26일
ⓒDebi Cornwall, Gitmo at Home, Gitmo at Play series, Smoke Break, Camp America, Inkjet Print, 86x107cm,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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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월 개관한 BMW Photo Space는 부산, 영남지역 BMW MINI 공식 딜러 동성 모터스와 고은문화재단, 고은사진미술관이 함께 운영하는 사진 전시 공간이다. 부산 해운대에 위치한 이 공간은 ‘청사진 신진작가 지원 프로젝트’, ‘해외 신진작가 교류전’을 중심으로 한국의 신진작가를 발굴·지원하고 해외의 주목할 만한 경향을 소개하고 있다. 그 중 ‘해외 신진작가 교류전’은 동시대 다른 문화권 작가들의 작업을 선보임으로써 한국 사진의 위치를 확인하고 발전을 모색하기 위한 기획전이기도 하다. 2015년 첫 번째 해외 신진작가 교류전에서는 일본의 Kura Masumi를 선보였다. 2017년에는 두 번째 해외신진작가 교류전으로 미국 작가 Debi Cornwall의 《Welcome to Camp America》를 선보인다. Debi Cornwall은 2015년부터 고은사진미술관과 꾸준한 교류를 이어온 미국 휴스턴의 포토페스트를 통해 선정된 작가이다. 고은사진미술관 ∙ BMW Photo Space
호모 사케르를 위하여
행성, 관타나모
고대 로마법이 정한 호모사케르가 있다. 신성한 인간이라는 원래 뜻과 달리 그들은 언제든 죽임을 당할 수 있었고, 그들을 죽인다 해서 누구 하나 처벌받지 않았다. 그런데도 신의 제물로 바쳐질 자격은 안 되는 사람들. 사케르란 만지기에 더럽고 추한, 신성함과는 거리가 먼 저주와 경멸의 대상이었다. 당시 호모사케르는 목숨이 어찌되건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존재 밖의 사람들이었다. 이탈리아 사상가 조르조 아감벤은 현대 국가의 폭력성을 설명하기 위해 이 호모사케르 개념을 부활시킨다.
출산과 질병 등의 관리를 명분으로 생명에 관한 통제와 차별을 강화한 근대 국가의 속성을 푸코가 제시했다면, 아감벤은 한발 더 나아가 국가의 이익을 위해 생명 자체를 수단으로 삼는 현대 국가의 교활함을 고발한다. 특히 관타나모 미군 기지는 현대판 호모사케르가 존재하는 가장 극명한 치외법권 장소로 보았다. 9•11 이후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적의 전투원’으로 의심되는 민간인들이 기소나 재판 절차 없이 관타나모에 수용되었다. 그 의심의 주체는 미국이었고, 국제 정치의 역학 관계 속에서 그 누구도 이들의 횡포에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다. 테러는 비윤리적이며 응징받아 마땅하다는 당위 아래 미국이 호모사케르를 만들어 내는 과정은 묵인되고 심지어 정당화되었다.
미국은 잠재 테러범 혹은 테러 동조자로 의심되면 누구든지, 전 세계 어느 곳에서든지 잡아들여 관타나모에 가둬 버렸다. 관타나모는 감옥이 아니라 용의자를 위한 수용 시설이기에 전쟁 포로에 관한 제네바 협약의 적용을 받을 수도 없고, 쿠바령에 위치한다는 이유로 미국 내 인권보호법도 빗겨 나간다. 조사를 핑계로 구금은 무기한 연장되었고 법의 감시망을 피해 어떤 인권 남용도 방조되었다. 흡사 외계 행성인 듯 전혀 다른 세상처럼 작동한 것이다. 강제적인 튜브 영양을 통해 단식의 권한마저 박탈당한 관타나모의 수용자들은 죽을 권리조차 빼앗긴 생명이다.
이미지의 충돌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관타나모 수용소의 폐쇄와 고문 중단을 명령했지만, 이곳은 여전히 건재하다.
관타나모 미 해군 기지는 그 지명을 축약한 GTMO 혹은 소리 나는 대로 GITMO라 부른다. 데비 콘월은 무려 9개월 동안 서류 작업과 신원 조회를 거쳐 GITMO 촬영에 성공했다.
그녀의 관타나모 작업 이전에 우리는 이미 이와 연관된 세 갈래의 이미지를 경험했다. 하나는 호모사케르를 가두고 감시하는 장소로서의 팬옵티콘(panopticon)이다. 18세기 말 영국의 공리주의자 제러미 벤담이 제안하고 이후 사회주의 국가 쿠바가 정치수용소로 직접 설계해 운영한 이 시설은 정중앙의 감시탑에서 감시자가 수용자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원형 감옥이다. 수용 시설의 효율적 운영을 위한 벤담의 애초 제안과 달리, 푸코는 수용자가 감시 상태를 내재화해 스스로 길들임을 당하는 상징적인 감시 기구로 파악했다.
이미지로서의 팬옵티콘은 신체가 가둬지고 감시받는 감옥의 원형(原型)이다. 감시탑을 중심에 두고 원 구조로 늘어선 똑같은 크기의 방들. 감시탑에서는 감옥 내부가 들여다보이나 감방에서는 감시탑을 들여다볼 수 없는 일방적인 시선의 차단. 비인간적으로 기계처럼 나열된 그 구조는 일사불란한 감시가 가능한 전형적인 수용 시설로 떠올랐다. 다만 이 공간이 작동하는 원리를 넘어 이 공간에서 벌어지는 사건은 공백으로 남겨져 있을 뿐이다.
대신 우리는 다른 이미지들을 통해 이 감시 체계 내부의 실상을 들여다본다. 그 하나는 테러와의 전쟁 직후 관타나모에 수용 시설이 갖춰지기 전, 철망으로 엮은 동물 사육장 같은 곳에 수용자들을 가둬 둔 장면이다. 또 다른 하나는 이라크 아브 그라이브 감옥에서 유출된 학대당하고 고문당하는 사진들이다. 관타나모 수용자들이 오렌지색 죄수복을 걸치고 얼굴이 봉지에 가려진 채 뜨거운 맨땅에 경직된 자세로 앉아 있는 모습은 팬옵티콘의 시스템 자체를 초월한다. 두 눈이 가려지고 귀마개까지 씌워진 용의자들은 자신이 어디에, 누구와 있는지 가늠할 수조차 없는 극단의 고립 상태다. 생물학적 인간으로서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감각 기관마저도 제거당한 셈이다.
설령 그들이 좀 더 개량된 시설로 옮겨져 수용된다 할지라도 더욱 끔찍한 학대와 고문이 기다릴 거라고 아브 그라이브의 사진들은 폭로한다. 더욱이 아브 그라이브의 잔혹한 이미지들이 내부자의 고발이나 사진기자의 밀착 취재에 의한 것이 아니라 어느 병사가 SNS에 장난으로 올린 거라는 점에서 사진의 역할과 운명은 꽤 복잡해진다.
병사들이 죄수를 학대하는 과정에서 촬영한 기념 사진은 수용자에게는 수치심을 동반한 끔찍한 시각적 고문이고, 병사에게는 그릇된 애국심이 불러일으킨 유희의 인증샷이며, 감옥 밖 목격자에게는 미국의 야만을 드러낸 증거였다. 아브 그라이브의 사진 이후 사진가들은 그보다 더 자극적인 사진을 만들어 낼 수 없었다. 그들은 기록의 주체이지 그런 상황을 생산하는 주체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사진의 순기능이 존재한다면, 세상에서 이런 끔찍한 일들이 사라졌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려 한다는 명분 아래 더 자극적인 사진을 기대할지도 모른다.
투명 인간
데비 콘월의 관타나모 작업, <미군 부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Welcome to Camp America)>는 사진을 둘러싼 이 무기력하고 혼란스러운 질문의 연장선에 있다. 까다로운 절차와 통제, 엄격한 사후 검열을 통과한 사진에는 그 누구의 얼굴도 어떤 사건도 등장하지 않는다. 이미 목격한 수용소 사진들에 비한다면 한없이 냉정하고 정제되어 있다. 이 구도와 포즈는 미군의 검열을 전제로 한 작가의 전략적 판단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중립적이고 냉정해 보이는 데비 콘월의 이미지는 엄밀한 의미에서 정교하게 계산된 작가의 주관적 시선이기도 하다.
미군 당국마저 공개해도 된다고 판단한 데비 콘월의 사진들은 미국이 자국의 평화 유지를 명분 삼아 저지르는 폭력성과 위선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야외 바비큐장과 수영장은 물론이고 18홀 골프 코스와 카트체험장까지 갖춘 관타나모는 미군과 그 가족에게는 100년 역사를 지닌 이국적인 카리브 해의 휴양지일 뿐이다. 심지어 데비 콘월을 안내한 병사는 ‘즐거움이 가득해 병사들이 배치를 원하는 최고의 부대’라는 말도 빠뜨리지 않았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끌려와 고문과 학대 속에 놓인 용의자에게는 끔찍한 지옥일 뿐이다. 수용자가 등장하지 않는 이장소는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화려한 부대 모습 뒤 감춰진 현실의 더욱 모순적으로 보여 준다.
12년 넘게 출옥자를 위한 인권 변호사로 활동한 데비 콘월의 작업은 치밀한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한다. 그녀는 관타나모 시설에 그치지 않고 풀려난 용의자들을 추적하여 기록하는 일도 계속하고 있다. 그녀가 조사한 내용을 보면 지난 15년 동안 780명의 용의자가 수감되었으나 단 8명만 유죄를 선고 받았다. 현재 관타나모에는 41명의 수용자가 남아있다. 그중 5명은 항소심에서 판결이 뒤집혔다. 무죄 판결을 받았는데도 혐의가 중대하다고 판단된 용의자들은 고향이 아닌 제3국으로 보내졌다. 이들은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미국과 비밀 협정을 맺은 최소 35 개국 중 어딘가에서 가족과 헤어진 채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중이다. 그들이 버려지다시피 정착한 땅의 언어를 모르는 것은 물론이다. 12년 동안의 수감 생활을 마치고 슬로바키아로 보내진 예멘 출신 후세인의 경우처럼.
그들은 지구상 어딘가에 존재하나 아무도 그들을 보았다고 말하지 않는 투명인간, 호모 사케르다. 데비 콘월의 작업은 미국은 어떤 나라인가가 아니라 현대 사회에서 국가란 그리고 생명이란 무엇인가를 묻는다.
글 : 송수정 기획자
출처 : BMW포토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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