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각 문서는 문서로서는 이미 실패한 시도다. 시청각 문서는 ‘제작자와 사용자의 편의’를 우선시한, 말하자면 타협의 결과물이다. 책보다 빨리 가볍게 만들 수 있도록 종이 한 장을, 유통의 번거로움이 없도록 무료 배포와 웹사이트 PDF 업로드 방식을 선택한다. 문서에 담는 생각들, 필자들의 성격, 문서끼리의 연결성 그 무엇도 애써 편집하거나 맞추지 않는다. 읽혀지는 방식도 제어하기를 포기한다. 실패를 염두에 둔 타협이지만 실제 그것이 ‘읽히는’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은 행위들이 가능해진다. 시청각 문서는 누군가의 손을 통해 종이로 어딘가를 떠돌아다니며 읽혀질 수도 있고, 웹사이트의 PDF 파일의 링크나 Copy-Paste된 조각으로 떠돌아다니며 읽혀질 수도 있다. ‘읽는다’라는 단어는 ‘스크롤한다’라든가 ‘소비한다’, ‘포착한다’, ‘언뜻 본다’ 등 다른 단어와도 호환된다. 결국 시청각 문서의 오리지널리티는 종이와 웹을 비롯한 플랫폼과 스마트폰, 랩탑 등 각종 기기 어디에나 있고, 또 어디에도 없다.
‹/documents›는 시청각 문서에 ‘전시한다’라는 행위와 3차원의 전시 공간이라는 플랫폼을 추가하려는 시도다. 시청각 문서의 조각들을 영상, 페인팅, 사운드, 목소리, 게임으로 재전송하고, 문서를 묶어 책이라는 가장 오래된 매체로 제작한다. 그 과정에서 시청각 문서의 단어와 표현, 문장들은 몸에 눌리고 발에 밟히는 설치물이 되고, 잃어버린 그림 조각 대신 덧대어진 또 하나의 그림이 되기도 하며, 누군가의 머릿속에서 그 안의 규칙에 따라 재조합되면서 새로운 또 다른 이야기로 변환된다. 문서는 현실과 가상 현실을 잇는 통로가 되기도 하고, 마이크와 레코더를 거쳐 완전히 다른 규칙을 가진 공간으로 들어가는 문이 되기도 한다. 시청각 문서가 그러하듯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웹 영상 플레이어 속에서 반복재생되는 또 다른 전시장으로 연결된다. 이 모든 것들을 ‘/documents’라는 보이지 않는 폴더에 다 넣고 랜덤으로 이것저것 꺼내보며 각자 자기만의 ‘지금’을 불러내어 놀다보면 2015년은 어느새 끝나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