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문화관
2021년 4월 20일 ~ 2021년 5월 5일
<DUCK IN: 수면 아래의 시간>
나는 복도에 서서 고개를 떨궜다. 이곳을 나갈 때만 해도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다짐이 있었는데, 이젠 아무 의욕도 없다. 세탁해서 입고 나간 셔츠가 구겨지고 얼룩져 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이곳 특유의 향이 신경을 누그러뜨린다. 나는 불을 켜지 않고 소파에 앉아 밖에서 밀려들어오는 빛을 지켜봤다. 빛은 점점 길어지다 어느 순간 희미해졌고, 갑자기 존재를 감췄다.
열기가 남아있을까. 나는 빛이 떨어졌던 벽을 만지며 오늘 만났던, 혹은 전에 만났던 사람들에 대해 생각했다. 세상을 살아가려면 무언가를 선택하고 그 선택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지만, 나는 어떤 것을 확실히 선택하고 주장하는 것에 자신이 없다. 자신이 없기도 하지만 정말 그래야 하나.
더 어두워지기 전에 조도가 낮은 조명을 켰다. 실타래처럼 엉킨 마음을 일단 모른체하고 더러워진 옷을 갈아입었다. 몇 달 전 선물 받은 허브티를 꺼내 따뜻한 물에 우려냈다. 잎이 퐁퐁 떠오르는 걸 보며 시간이 흐르는 것을 지켜봤다. 이곳에 있으니 딱히 나쁜 일이라거나 급한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경직됐던 근육이 점차 풀어져 머릿속도 조금은 느슨해졌다.
나는 오늘도 침대에 누워 글을 쓰기로 했다. 이번 주에 겪은 일들에 대해서 쓰다가, 사람들은 어떻게 자신이 내린 답에 확신을 갖는 걸까 하고 생각했다. 그 답이 어떤 미래의 가능성을 지나쳐버린 것일 수 있는데. 나는 글을 쓰던 종이를 들어 스탠드 빛에 대보다가, 다른날에 쓴 글에 겹쳐보았다. 묘하게 이어져 보이는 문장들이 많았다. 그렇다면 이 글들에 고민에 대한 해답이 담겨있는 게 아닐까?
나는 글을 문장 단위로 잘라 종이 위에 재배치했다. 이 행위는 의미 없고, 쓸모없어 보일 테지만, 내게는 놀이이면서 문제에 대한 해답을 구하는 일이었다. 종이 위에는 너무도 다른 것들이 한데 어울려 묘한 세상의 형상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이것은 글이었다가 그림이었다가 누군가의 초상화였다가 하면서 내게 쏟아져 내렸다. 나는 이 결과물들을 이번에야말로 사람들에게 전해줘야겠다고 다짐하면서 차를 삼켰다.
<DUCK IN: 수면 아래의 시간>
우리는 자신만의 공간을 필요로 한다. 변화가 빠른 세상을 복기해보기 위해, 그 안에서 자신은 어땠는지 떠올리기 위해서. 여기서 공간은 물리적인 것보다는 마음의 공간을 의미한다. 마음에 높낮이가 있다면, 다소 낮은 부분에서 우리는 과거를 떠올리며 놓친 것이 있었는지 점검한다. 그리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미래의 모습을 조정한다. 이 과정은 순탄치 않다. 홀로 있으면서- 기록하는 성실함, 날선 시선, 허무에 빠지지 않는 노력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 자연스럽게 낙서와 메모가 기록 사이에 새겨진다. 처음에는 그저 저장되었던 것들이 시간을 거치며 뒤섞이다, 새로운 결과물로 변화하는 것이다.
전시에 모인 네 명의 작가들은 이 시공간을 “수면 아래의 시간”으로 명명하여 구체화한다. 실체가 없는 시공간을 드로잉과 작업물로 드러내 눈앞에서 목격할 수 있게 만들었다. 수면 아래의 시간은 사람들 마음에 보편적으로 존재하기에 친숙하지만, 예술이 파생되는 곳이기에 독특하다. 어쩌면 예술이 생겨나는 것은 상이한 감각 속에서, 사소한 일상으로 반복될 때만이 가능한 것이 아닐까. 작가들은 이 시공간을 업으로 삼아 사람들과 결과물을 나누고, 더 작업을 이어나갈 것임을 약속하고자 조심스럽게 찻잔을 꺼내 들었다.
김주눈
참여작가: 김동호, 김진선, 이 념, 정승은
기획: 정승은
포스터디자인: 양채린
서문: 김주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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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시간
월요일 휴관
화요일 14:00 - 20:00
수요일 14:00 - 20:00
목요일 14:00 -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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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14:00 -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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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관: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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