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아트센터
2026년 8월 28일 ~ 2026년 10월 4일
가나아트는 도자의 경계를 끊임없이 확장하며 현대 도예사의 새로운 장을 열어온 에드문드 드 발(Edmund de Waal, b. 1964)의 개인전, 《rain diary》를 개최한다. 그는 사물의 물성, 이주, 그리고 그것에 깃든 기억이라는 주제를 기반으로 도자 기물을 시적으로 배열한 설치 작업을 선보여 왔다. 영국 박물관(British Museum), 유대인 박물관(Jewish Museum, New York), 영국 왕립미술원(Royal Academy of Arts)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으며, 빅토리아 앤 알버트 박물관(V&A Museum),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The Rijksmuseum) 등 세계 유수의 기관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2022년 가나아트센터에서 개최된 첫 번째 개인전 《their bright traces》가 2013년부터 2021년까지의 작업을 망라한 전시였다면, 4년 만에 가지는 두 번째 개인전 《rain diary》는 근 2년간 천착해 온 최근작들을 선보인다.
본 전시 《rain diary》는 드 발이 오랫동안 탐구해 온 사물에 깃든 역사와 기억이라는 화두를 확장하여, 집과 안식처, 사람, 사물의 이주, 그리고 시(詩)에 대한 사유를 담고 있다. 동명의 전시작 〈rain diary〉는 청자 유약을 입힌 기물 118점과 도자와 은의 파편을 담은 작은 백자 상자 14점으로 구성된 작품으로, 흰색 진열장 안에 여러 단으로 늘어선 좁고 긴 선반 위로 크기와 형태가 다른 흰빛과 청회색 기물들이 저마다의 리듬으로 놓인 것이 특징적이다. 전시에는 흑자도 포함되는데, 아일랜드 킬케니산 검은 대리석과 은 조각이 함께 놓인 〈Coptic Light〉와 웨지우드(Wedgwood)의 석기 파편과 송대(960-1279) 도자 파편이 나란히 진열된 〈precious beyond measure〉가 대표적이다. 특히 〈precious beyond measure〉는 조선 문인 이하곤(李夏坤, 1677-1724)이 1709년 분원 가마를 찾아 남긴 글에서 제목을 가져온 흑자 연작으로, 한국에 대한 드 발의 관심을 짐작케 한다.
전시의 제목은 인도네시아 출생의 미국 시인 리영리(Li-Young Lee)의 동명 시에서 비롯되었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과 상실을 비(雨)의 이미지에 실어 서정적으로 그려낸 시는 하루아침에 반체제 인사로 몰려 망명길에 오른 시인의 아버지에게 바치는 헌사이기도 하다. 리영리의 시가 그리는 것이 끝내 닿지 못한 안식처를 향한 갈망을 그린다면, 드 발은 이주와 귀환, 그리고 상실에 대해 이야기한다. 동시에 그에게 이번 전시는 한국으로 다시 돌아오는 자리이기도 하다. 그는 첫 작업실 물레 앞에 조선시대 백자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고 회고한다. 복수(複數)의 흰색을 품고 있던 찻사발의 아름다움에 다가가기 위해서 그는 시(詩)라는 언어 양식을 빌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나에게 만드는 일과 쓰는 일은 한 가지의 일이다. 도자가 언어가 되고, 언어가 곧 도자가 된다. (My making and my writing is one thing. Pots turn into words, and words turn into pots)”는 그의 말처럼, 그에게 언어는 도자를 설명하는 도구를 넘어 도자 그 자체가 되기도 한다. 즉, 그에게 도자란 이주와 귀환의 언어이다. 조선시대 찻사발의 사진을 시작으로 도자의 기억과 역사를 따라 여행해 온 드 발은, 도자와 시를 함께 이끌고 한국으로 다시 돌아왔다. 전시는 드 발의 여정을 따라 걸어 보기를 제안하며, 그가 지나온 여정과 귀환을 함께 사유하는 자리가 되기를 기대한다.
참여작가: 에드문드 드 발 Edmund de Waal
출처: 가나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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