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공간루프
2024년 11월 30일 ~ 2024년 12월 21일
캐나다의 웅변술가이자 일로쿠셔니스트 엘시 맥루한(1889-1961)은 31세가 된 1922년 야심 찬 공연 투어를 떠난다. 가족을 돌볼 가정부를 고용했고, 아들 마셜 - 나중에 유명한 미디어학자가 되는 - 이 11살 때였다. 웅변술은 지금으로선 생소하지만 20세기 초중반엔 활발했고 대학에 전공 학과도 있었다. 단순히 말을 잘하는 기술을 넘어, 설득력 있는 커뮤니케이션, 논리적인 사고, 그리고 청중과의 효과적인 상호작용을 다루는 학문이었다. 오늘의 커뮤니케이션이나 미디어학의 기초를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
엘시의 공연은 캐나다 동부 끝인 핼리팩스에서 서부 끝인 빅토리아까지, 또한 미국 전역을 순회하며 진행되었다. 엘시는 발성학에 대한 탐구를 기반으로 무대에서 이야기를 전달하는 개성 있는 화법과 자신만의 공연 레퍼토리를 발전시켜 나간다. 흑인과 선주민의 문화와 방언을 백인이 재전유하거나, 가부장적 목적을 위해 남성을 조종하는 여성의 이미지라는 양가적인 이미지를 불러일으키는 내용을 포함했다. 셰익스피어, 테니슨을 낭송하면서 아프리카계 미국인, 유럽 이민자의 방언, 또는 어린이 말투를 흉내 내거나 보드빌에 적합한 유머러스한 이야기를 전하기도 한다.
다양한 계층의 문학을 함께 다루는 엘시의 태도는, 이후 마셜이 고급 모더니즘 문학뿐만 아니라 대중문화에 관심을 갖는데 영향을 미친다. 어머니와 아들이 나눈 편지에서 마셜은 어머니가 연습하는 연극적 독백의 수사학을 들으며, 청중의 중요성과 취향, 수용의 뉘앙스를 일찍이 배웠음을 보여준다. 당대 대중문화의 슈퍼스타였던 맥루한은 제 유명세를 의식적으로 도구화하여 전국의 청중을 대상으로 미디어에 관한 다양한 실험을 했다. 마셜은 청중을 ‘입고’ 다양한 표정을 지으며 배우처럼 다양한 톤의 목소리를 내며 제 이야기를 전했다.’
<엘시와 마셜: 피드백 #7>은 20세기 주요 사상가인 캐나다의 미디어 이론가 마셜 맥루한의 연구를 전문적인 일로쿠셔니스트였던 그의 어머니 엘시 맥루한의 예술 활동과 관계 짓는 프로젝트다. 엘시의 영향으로 마셜은 글을 읽기 전 글을 ‘들었고’ 구두 및 청각적 매체를 통한 의사소통 전달방식을 습득했다. 1962년 마셜 맥루한의 책 <구텐베르크 은하계>는 구술 문화와 문자 문화의 차이와 활판 인쇄술의 발명이 가져다준 인간의 의식 변화를 담고 있다. 1964년 <미디어의 이해>에서 모든 테크놀로지는 우리 감성의 특정 부분을 확장하고 강조하는 반면, 다른 부분은 무감각해지고 절단시키며 인간의 능력을 확장시킨다고 말한다.
<엘시와 마셜: 피드백 #7>는 미디어와 구술 문화, 청각 문화에 대한 진보적 예술 실천을 해온 지금의 엘시들을 찾는다. 개막 6개월 전 두 큐레이터는 한국의 현대 미술계, 학계와 페미니즘 커뮤니티의 관심을 구하기 위해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드럼업 미팅을 가졌다. 관심 있는 이들이 제 아이디어를 제안했고, 이를 기반으로 신작을 커미션 하는 새로운 큐레토리얼 접근 방식을 개발했다. 현대 예술가의 유쾌하고 도발적인 작업과 함께, 맥루한의 급진적인 출판 방식을 보여주는 잡지, 단행본, 사회적 사이버네틱스 자료 같은 아카이브를 한국어로 번역하여 함께 전시한다.
오프닝으로 사라 샤르마의 테크노-페미니즘 비평 강연과 함께 한국 페미니즘 연구자와의 라운드테이블 토론을 진행한다. 엘시 맥루한의 1인극을 떠올리는 히토 슈타이얼의 새로운 에세이를 기반으로 한 렉쳐 퍼포먼스를 소개한다. 산야 이베코비치의 <General Alert (Soap)>는 크로아티아 독립 전쟁 중 자그레브를 향한 마지막 미사일이 발사된 순간 크로아티아 공영 텔레비전에서 방송했던 연속극을 보여준다. 이슬기의 〈현판프로젝트〉는 도안화된 의성어나 의태어를 나무 널빤지 위에 새겨 단어의 의미와 외형의 연결고리를 해학적으로 형상화한다. 김다우 배우는 1930년대 장애 여성에 관한 소설 <아다다>를 낭독하며 가부장제와 혐오사회의 혼성이 낳은 폭력과 자본에 대한 냉소를 전한다.
<엘시와 마셜: 피드백 #7>은 2017년 네덜란드 웨스트덴하그에서 시작된 <FEEDBACK: 마셜 맥루한과 예술> 프로젝트의 7번째이자 가장 야심 찬 에디션이다. 페미니스트 방식으로 양지윤과 바루흐 고틀립이 큐레이팅한 이번 에디션은, 여성이 전통적으로 담당해 온 재생산 노동, 양육과 생계라는 시스템의 맥락에서 “위대한 사상가”를 칭송하는 전기를 연다. 새로운 에디션은 전형적 형식을 넘어 예술가, 예술 기관, 대중의 새로운 시너지 효과를 탐구한다. 급격한 기술 변화의 시대에 재앙을 피하는 방법에 대한 단서를 찾기 위해, 예술가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자는 마셜 맥루한의 주장을 시험한다.
“사회에서 과도한 잔해를 막기 위해, 지금 예술가는 상아탑에서 사회의 관제탑으로 이동하는 경향을 보인다. 고등교육은 더 이상 장식이나 사치가 아니라 전기 시대에 생산과 운영 디자인의 엄연한 필요인 것처럼, 예술가는 전기 기술로 창조된 형태와 구조의 삶을 형성하고 분석하고 이해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어떤 사회도 제 행동을 충분히 알고 새로운 확장이나 기술에 대한 면역력을 키운 적이 없다. 오늘 우리는 예술이 그러한 면역력을 제공할 수 있음을 감지하기 시작한다.”
마셜 맥루한, 미디어의 이해, 7장
글: 바루흐 고틀립, 양지윤
참여자: 곽영빈, 김다우, 김혜정, 노경택, 줄리아 E. 디크, 콜비 리처드슨, 파울라 맥도웰, 크리스토프 미곤, 민예은, 사라 샤르마, 히토 슈타이얼, 양지인, 유하나, 산야 이베코비치, 이석중, 이슬기, 이연숙(리타), 이진실, 장영혜중공업, 전보경, 나오미 클라인, 허지윤
기획: 바루흐 고틀립, 양지윤
주최: 사운드 아트 코리아
주관: 대안공간 루프, 사운드 아트 코리아
협력: 달링 파운더리, 맥루한 인스티튜트, 웨스트 덴 하그, 주한독일문화원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국제예술공동기금, 캐나다 아트 카운슬, 플랜더스 예술 스테이트, 발로니-브뤼셀 인터네셔널
크리에이티브 파트너: 토론토 대학교 켈리 도서관, 토마스 피셔 희귀 도서 도서관
도움: 스테파니 맥루한, 마이클 맥루한, 앤드류 맥루한, 그레이엄 라킨, 재닌 마르케소, 마이클 대로치, 사이먼 로저스, 사라 샤르마
추모: 에릭 맥루한
대안공간 루프
큐레이터: 이선미
코디네이터: 박서진, 이은서
디자인: 안그라픽스
<피드백: 마셜 맥루한과 예술>은 바루흐 고틀립이 구상하고 큐레이팅했으며, 웨스트 덴하그에서 시작하고 제작했다. <듀-라인 뉴스레터 DEW-Line Newsletter>와 <탐구 Explorations>는 마이클 대로치, 재닌 마르케소, 그레이엄 라킨과 사이먼 로저스가 큐레이팅했다.
<피드백: 마셜 맥루한과 예술>은 헤이그(2017), 라이프치히(2017), 베를린(2018), 디트로이트/윈저(2019), 프랑크푸르트 (2020), 몬트리올(2022) 개최되었고, 이번 서울 버전은 7번째 에디션이다.
출처: 대안공간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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