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안갤러리 서울
2015년 11월 19일 ~ 2016년 1월 30일
리안갤러리는 세계적인 작가 프랭크 스텔라(Frank Stella, 1936~ )의 개인전 “Frank Stella: Recent Sculpture” 을 선보입니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후기조각 시리즈인 <발리 시리즈(Bali Pieces)>(2003-2009)와 <스카를라티 소나타 K (Scarlatti Sonata Kirkpatrick>(2006-) 작품들로 구성됩니다. 이들은 1970년대 말부터 계속된 무겁고 거대한 사이즈의 조각 작업들과는 확연히 구별됨으로써, 혁신적 기술과 미학적 표현법들로 전개된 작가의 새로운 행보를 보여줍니다.
프랭크 스텔라를 대표하는 <Black Painting>은 캔버스의 평면성을 강조하고, 페인트로 뒤덮인 2차원 표면으로서의 회화에 대한 관람자의 인지를 유도합니다. 1960년대 중반까지 이어진 <Black Painting>은 1960년대 미니멀리즘(minimalism) 작가들의 작품 제작 방식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매우 중요한 촉매제가 되었고, 1970년대 이후로 오면서 평면성과 끊임없이 고심해왔던 환영에 대한 연구를 조각을 통해 더욱 심도 있게 다가갔습니다. 평면에서 조각적 회화라고 불리는 3차원의 영역으로 돌출된 부조형식의 회화작품은 1980년대 중반에 이르러 작품의 규모와 색채의 범위를 더욱 과감하게 확장하였고 드디어 완전한 조각으로 변화하였습니다. 여기에서 한발 나아간 작가의 실험은 관람자의 물리적/시각적 영역을 압도하는 크기로도 제작되어 일상공간은 물론 건축적 공간으로까지 나아가게 되었습니다. 1950년대부터 가장 미국적인 작가이자 끊임없는 창작열정과 실험정신으로 새로운 시도와 형식의 문제에 정면으로 마주해 온 프랭크 스텔라는 현재까지 끊임없는 변화와 실험의 대명사로 우뚝 서 있는 작가입니다.
리안갤러리에서는 2006년부터 2014년 사이 제작된 작품으로, 크게 두 개의 시리즈로 구성되며 1층과 지하1층 전시장에 13점이 전시됩니다. 2003년부터 2009년 사이에 제작된 <발리 시리즈>와 2006년부터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는 <스카를라티 소나타 K.> 시리즈가 소개되며 프랭크 스텔라 특유의 새로운 추상회화와 조각에 대한 영역의 실험과 시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2003년 시작하여 2006년까지 총 17점이 제작된 발리 시리즈는 “엔게레카(ngereka)”, “킴불(kimbul)”, “페파티(pepatih)” 등 모두 낯선 언어를 작품명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이들은 1942년 미국의 문화인류학자 마가릿 미드(Margaret Mead)의 글과 그레고리 베이트슨(Gregory Bateson)의 사진으로 엮은 “Balinese Character: A Photographic Analysis” 에서 차용한 언어입니다. 특히 이 시리즈 작품들은 제목뿐만 아니라, 작품을 구성하는 시각적, 재료적 요소에서도 발리 문화의 깊은 연관성을 드러냅니다. 예술학 교수 프란츠-요아킴 버스폴(Franz-Joachim Verspohl)은 각각의 조각에서 강하게 드러나는 회화적 선이 대나무의 특성에서 비롯 되었음을 주목 합니다.1) 스텔라에게 대나무는 발리의 삶과 문화를 상징하는 요소로, <Bali Pieces>시리즈에서 이것을 직접 사용하기 시작하였으며 구부리기 용이한 특성을 통해 조각적 추상성을 드러냈습니다. 이후 대나무의 관의 형태는 스테인레스나 알루미늄 튜빙을 통해 표현 되었으며, 이로써 작품을 구성하는 선의 요소는 더욱 부각되었습니다.
<ngereka>(2006) 이나 <oekoen>(2006)에서 볼 수 있듯, 다양한 길이와 두께의 스테인레스 스틸 튜빙은 사각형의 프레임 사이를 부드럽게, 때로는 과감하게 관통하며 3차원적 형상을 구축합니다. 벽면에 매달린 채 공간을 아우르는 스테인레스 스틸 튜빙의 자유로운 움직임은 3차원으로 되살아난 드로잉 같으면서도, 작품 속에 자리잡은 색색의 추상적 조각은 페인팅의 일부분과도 같습니다. “조각은 공간 속에 있는 회화이자, 공간에서 반응을 한다” 라고 설명하듯, 스텔라의 조각은 회화적 요소는 물론 건축적 요소를 포괄합니다. 초기 조각작업들이 “2차원보다는 더, 그러나 완전히 3차원은 아닌”2) 것으로 보았듯, 벽면으로부터 외부 공간의 3차원으로 확장된 <Bali Pieces> 역시 이러한 작가의 예술적 접근을 반영함으로써, 회화와 조각, 그리고 건축적 요소가 작업 속에 공존하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스카를라티 소나타 K.>시리즈 (또는 “K” 시리즈) 에서는 위와 같은 작가만의 조각적 특징이 더욱 빛을 드러냅니다. 이 시리즈는 ‘근대 피아노 주법의 아버지’라 불리는 이태리 작곡가 도메니코 스카를라티(Domenico Scarlatti, 1685-1571)와 미국을 대표하는 음악학 연구가이자, 12년 동안 스카를라티 소나타시리즈 555 장을 정리한 랄프 커크패트릭(Ralph Kirkpatrick, 1991-1984)를 참조한 것입니다. 스카를라티가 아름다운 리듬을 이끌며 피아노 건반을 따라 전개한 청각의 세계는 스텔라의 영감으로 원천이 됩니다. 깔끔하면서도 화려한 피아노 선율을 자랑하는 소나타 순서는 “K+숫자”로 구성되어 있는데, 스텔라의 작품 제목 역시 스카를라티의 소나타를 따라 “K.450”, “K.37” 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스카를라티 소나타 K. > 작업에서 중요한 것은, 음악적 교류를 물리적으로 시각화한 스텔라의 예술적 접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예술가로서의 긴 여정의 중심에 있는 작가의 ‘추상성’과 함께 밝은 색채와 움직임의 변주가 증폭된 결정체 입니다. 특히 3D-프린트 기법으로 제작됨으로써, 고도의 기술에서 나타나는 정교함과 함께 자유롭게 휘어지며 유기적으로 연결된 스틸 튜빙은 이전의 거대하고 무거운 조각 작업들과는 달리 피아노 선율에서 느껴지는 가벼움, 속도감, 율동성을 드러냅니다. 이들은 <Bali Pieces>와 마찬가지로 벽면에서 부유하지만, 외부 공간과 온전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이 속에서 관람객은 서로 다른 각도에서 드러나는 각각의 형상과 화려한 색채로 구성된 시각적 다양성에 이끌려 끊임없이 움직이며 작품을 바라보게 됩니다. 스텔라는 “만약 당신이 이것의[작품] 가장자리를 따라 움직이고 이것을 빠르게 수행할 수 있다며, 당신이 음악을 통해 얻는 리듬과 움직임의 감각을 얻은 것 이다” 라고 설명한바 있습니다. 이처럼 스텔라의 <스칼를라티 소나타 K.>시리즈의 각 작업은 악장/악보를 보는 듯 여유로우면서도 생동하는 호흡을 고스란히 전달하고자 합니다. 리안갤러리 프랭크 스텔라 전시는 전후 60년 세계현대미술의 흐름 속에서 과감하게 자신만의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넓혀 온 작가의 근작을 통해 아직도 끝나지 않은 그의 끊임없는 새로운 실험과 창작의 열정을 느껴보실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1) Franz-Joachim Verspohl, “In memory of Robert Rosenmelm”
2) Frank Stella in Frank Stella 1970–1987, The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1987, p. 77. Quoted in Franz-Joachin Verspohl ““In memory of Robert Rosenmelm”.

K.401, 2012, ABS RPT and stainless steel, 193 x 162.6 x 129.5 cm,
©2015 Frank Stella / SACK, Seoul. Photo credit: Jason Whyce.

K.337, 2014, Stainless steel and ABS ivory, 248.9 x 94 x 142.2 cm,
©2015 Frank Stella / SACK, Seoul. Photo credit: Bruce White.

K.37 (ABS Blue), 2012, ABS, stainless steel and lacquer paint, 271.8 x 167.6 x 132.1 cm,
©2015 Frank Stella / SACK, Seoul.

boedjoeh(model), 2008, Carbon fiber, stainless steel tubing, 157.5 x 43.2 x 63.5 cm,
©2015 Frank Stella / SACK, Seoul. Photo credit: Jason Wyche.
출처 - 리안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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