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오뉴월
2015년 11월 19일 ~ 2015년 12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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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새 전시는 열린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예연감’에 따르면 2010년 이후, 한 해 평균 13,000여 회의 전시가 꾸준히 열리고 있다. 공식 집계 외에 다양한 프로젝트 전시까지 포함한다면 실제 개최되는 전시는 그 수를 훨씬 웃돈다. 한 번의 전시를 위해 소비되는 인적, 물적 자원의 생성과 소멸은 새로운 전시의 횟수만큼이나 반복되고 있다. 매끄러운 전시장 이면에서 사라져간 수많은 실패와 노력, 망설임의 순간은 전시의 시작과 함께 사라져야만 하는 것일까?
<Hesitation Form: 시작되면 사라질 것>은 예술가의 창작물이 전시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담고 있다. 관람자는 전시가 열리고 닫히는 순간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작가와 기획자의 안내에 따라 전시장 뒤에 숨겨진 예술가들의 다양한 이면과 묘한 긴장감을 마주하게 된다. 일반적인 전시장에서는 감춰져야 할 망설임과 시행착오의 흔적은 오히려 이번 전시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그 흔적에는 예술가라 하면 흔히 떠올리게 되는 창작의 고통에서 작품 활동의 외적인 부분까지 포함되어 있다. 전시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기획자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이 의도는 안대웅의 <공 이야기>에서 잘 나타난다. 기획자이자 비평가로 활동하는 안대웅은 이번 전시에 작가로 참여하여 미술계의 시스템적 모순을 드러낸 실제 사건에 기반한 소설을 통해 동시대 기획자의 현실을 이야기한다. 안대웅이 픽션 창작의 형식을 빌어 기획자가 당면하는 전시의 준비과정을 이야기한다면 이샘, 임영주, 최윤석, 홍정욱은 작가로서 작품을 모색하는 단계에서 수행된 여러 습작과 미완의 작품, 그리고 외부적 요건 등을 이유로 끊임없이 완성을 의심했던 고민의 과정을 영상, 설치, 회화 작업으로 표현한다.
전시는 크게 작품이 ‘만들어지고’ ‘보여주는’ 두 개의 카테고리로 나뉜다. 전자가 창작자의 작품 모색 과정을 담고 완성된 작품과 전시의 귀결 과정을 역추적하는 등 창작과정에서 생기는 다양한 이면을 드러낸다면, 후자는 실제 전시를 위한 진행 과정을 담고 있다. 먼저 작가의 창작과정을 보여주는 홍정욱의 <Bullpen>은 매끄러운 완결성을 강조하는 작가의 평소 작업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작업실을 옮겨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설치는 이번 전시의 준비 과정에서 생성된 부산물들과 작가의 실제 작품, 보관용 박스, 프로토타입(prototype)의 구조물들이 뒤섞여 작품과 사물간의 새로운 구조를 만들고 있다. 회화 작업과 영상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다루는 임영주의 <미완성 효과> 시리즈는 리서치 과정에서 얻은 작가만의 기묘한 컬렉션과 미완성 습작들로 이루어져 있다. 실제 작품에선 탈락되었으나 작업이 완결에 도달하는 긴 여정에서 얻은 인터뷰와 사소한 사건들은 작가만의 규칙을 따른 분류를 거쳐 전시된다.
일상생활과 작업 간의 경계에 관심을 갖고 활동해온 최윤석은 퍼포먼스와 소리를 결합한 영상작업 <Anecdote>에서 자신의 작업 소개서를 읽는 과정을 담았다. 평소 작품 설명에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몇몇 단어와 구절로 이루어진 이 소개서는 이미 수많은 시간과 단계를 거쳐 완성된 것으로 작가에게는 매우 친숙한 글이다. 그러나 그의 낭독은 의도치 않은 실수들로 순탄치 않다. 실수와 재낭독의 단순한 반복은 마치 미술계의 치열한 경쟁에서 고군분투하는 작가의 또 다른 모습을 투영하고 있는 듯하다. 창작 활동 외 이런 외적인 요소들은 현실과 가상, 사적 개인과 공적 집단의 경계와 그 속성을 탐구하는 이샘의 <-이다, 아니다 >에서도 볼 수 있다. 작품을 이루는 다양한 요소와 기준이 평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근본적 질문을 던짐으로써 작품을 읽을 때 발생하는 오역과 '현대미술의 어법(contemporary art grammar)'이 지니는 모순을 비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예술가의 사고 과정과 전시장에서는 보이지 않는 이면의 상황을 여과 없이 보여줌으로써 창작자 스스로 그간의 전시와 작업을 돌아보는 한편, 관람자에게 전시를 준비하며 빚어지는 다양한 상황과 관행을 솔직히 토로하고, 전시의 다양한 과정을 들여다볼 계기를 마련하고자 기획되었다.
<Hesitation Form: 시작되면 사라지는 것>은 2015년 11월 19일부터 12월 10일까지 스페이스 오뉴월에서 열린다. / 송고은 (스페이스 오뉴월 큐레이터)



출처 - 스페이스오뉴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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