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XPRESS
2026년 4월 14일 ~ 2026년 4월 19일
기계가 기억하는 방식
기억이란 온전히 저장된 과거가 아닌, 매번 새로이 발생하는 현재적 사건입니다. 우리의 뇌는 경험한 모든 것을 사진처럼 완벽히 기록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한 폭의 인상주의 회화처럼 감정과 맥락이라는 렌즈를 통과한 인상의 파편들이 의식 저편을 부유하다가 어느 순간 수면 위로 떠올라 매번 새로운 콜라주를 완성합니다. 인간의 기억이란, 결국 흩어진 조각들을 그러모아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내는 느슨하고도 집요한 재구성의 과정인 셈입니다.
디자이너 김민지는 이 불완전한 재구성의 메커니즘 속에서 생성형 AI의 작동 방식을 포착합니다. 우리가 AI를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존재로 상상할 때, 그의 시선은 전혀 다른 방향을 향합니다. 김민지에게 AI는 방대한 데이터의 바다에서 파편들을 건져 올려 엮어내는 직조공, 즉 ‘합성자’로서 다가옵니다. 이러한 관점은 StyleGAN3 모델의 작동 방식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뉴런의 시냅스 어딘가에 잠복해 있던 기억의 조각들이 서로를 호출하고 결합하듯, StyleGAN3 역시 ‘잠재 공간(Latent Space)’이라는 심연 속에서 데이터의 조각들을 연결하고 보간(Interpolation)합니다. 이렇게 생성된 이미지는 우리에게 낯설고도 익숙한 감각을 선사합니다. 분명 언젠가 본 듯하지만, 실제로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환영과도 같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감각은 완전한 재현이 아니라 불완전한 잔여들이 빚어낸 또 다른 차원의 흔적입니다.
이 지점에서 김민지는 묻습니다. AI가 수행하는 이 조합의 과정을 과연 기계의 ‘기억’이라 부를 수 있을까?
전시 《Latent Memories》는 이러한 질문을 시각적 형식으로 전개하는 무대입니다. 이번 전시는 AI의 이미지 생성 방식을 개인적, 일상적, 집단적 기억이라는 세 개의 층위로 나누어, 그 사이를 유영하는 감각의 결을 드러냅니다. 관람객은 이 장면들을 따라가며 기술이라는 표면 아래 작동하는 기계의 감각 구조를 발견하고, 그 구조가 다시 인간의 기억을 은유하는 역설적인 순간과 마주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이 전시는 AI를 단순한 도구로 환원하거나 인간을 중심에 두는 위계에서 한 발 비켜섭니다. 대신 인간의 기억과 기계의 연산이라는, 서로를 비추는 두 개의 체계를 나란히 놓고 그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유사성과 간극을 탐색합니다. 전시장에 흩어져 있는 ‘기계의 기억’을 따라 걷는 동안, 우리는 어느 순간 그것이 이미 우리 안에서 반복되어 온 기억의 방식과 닮아 있음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결국, 불완전한 조각들을 엮어가며 세상을 이해하는 우리 자신의 기억 방식에 대해서도 깊이 사유하게 됩니다.
글 석재원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 교수
참여작가: 김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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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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