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갤러리 부산
2026년 8월 28일 ~ 2026년 10월 31일
국제갤러리는 오는 8월 28일부터 10월 31일까지 부산점에서 코라크릿 아룬나논차이(Korakrit Arunanondchai)의 개인전 《제의를 품은 신체들(Post Ritual Bodies)》을 개최한다. 지난 10여 년간 작가는 회화, 조각, 영상, 퍼포먼스를 넘나들며 예술 작품이 신체와 기술, 그리고 시간의 경계를 넘어 어떻게 기억을 매개하는지 모색해 왔다. 개인과 공동체의 서사를 엮어내는 그는 이미지를 고정된 재현물로 대하기보다 애착과 상실, 그리고 변형이 끊임없이 순환하는 하나의 장(場)으로 본다. 이때 작가에게 작품을 만드는 행위란, 곧 영적 변형의 과정이자 일상적인 사물과 삶의 경험 속에 내재된 힘을 가시화하는 과정이 된다.
《제의를 품은 신체들》에서 작가는 그의 가족들과 그들이 가장 아끼던 애착 인형들 사이에 일어나는 에너지 순환의 장을 그린다. 전시에 초대된 ‘부드러운 신체들(soft bodies)’에는 조부모의 생의 마지막 순간 병상에서 곁을 지킨 토끼 인형들, 작가와 그의 쌍둥이 형제의 걸음마 시절을 함께 보낸 곰인형 ‘마이클’과 ‘테드’, 그리고 조카의 동물 인형 등이 포함된다. 12세기 중세 유럽 베네딕토회 수녀원장이자 신비주의자인 힐데가르트 폰 빙엔(Hildegard von Bingen, c.1098–1179)이 언급한 개념인 ‘비리디타스(viriditas, 만물에 깃든 생명력)’의 맥락에서 해석해 보면, 이 인형들이 사람과 교류하는 방식은 ‘생동하는 푸르름’이 태양에서부터 잎사귀, 수액, 육체, 그리고 영혼(anima)에 이르기까지 살아있는 모든 존재를 관통하는 방식과 닮아 있다. 이에 착안해 작가는 에너지가 우주에서 생명체로, 나아가 비생명체로 이어지며 애착 관계가 맺어지고 의미가 생성되는 순환의 과정을 작품으로 형상화한다.
아룬나논차이는 열화상 카메라를 이용해 가족들이 애착 인형을 안고 있는 모습을 포착했다. 인형을 끌어안으면 사람의 체온이 전달되어 접촉한 부분이 일시적으로 밝게 노출되는데, 이 장면을 일종의 ‘영상 초상화’로 기록한 것이다. 작가는 이렇게 만들어진 영상 초상화를 투명 스크린 위에 투사한 후, 그 표면에 안료와 폴리머를 덧입혀 ‘회화적 신체(paint-body)’를 구축했다. 본래 홀로그램 투영을 위해 사용되는 스크린은 이 작업에서 투사된 이미지를 받아내는 ‘피부’와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이렇듯 경계를 부유하는 탈육화된 신체들은 독립된 주체로서 존재하기보다는 가시성과 비가시성의 영역 사이에 머물러 있는 환영이나 유령 혹은 잔존하는 흔적에 가깝다.
어느 늦은 밤, 작가의 집 주변 야외에 작업을 위해 조성한 임시 상영 공간에서 필름이라는 매체는 대상을 ‘재현’하는 도구에서 전이를 위한 ‘제의(祭儀, ritual)’의 일환으로 탈바꿈한다. 나아가 작업 당시의 설치 모습을 기록한 사진을 스크린 자체에 UV 인쇄로 다시 입혀내어, 과거와 현재가 단일한 표면 위로 중첩된다. 그 결과 남겨진 것은 빛과 시간에 의해 활성화된 ‘매개적 신체(transitional body)’이며, 이는 물질적 형태로 다시 압축된 움직임과 공간, 그리고 존재의 파편화된 기억이다. 이로써 영상은 공간으로, 회화는 육체로 재구성되며, 전시는 곧 하나의 애니미즘적 신체로 거듭난다.
전시장의 다른 한편에는 작가가 직접 쓴 기도문이 새겨진 바닥 파편들이 놓여있는데, 이는 태국에서 경작이 끝난 농작물을 태우고 남은 재를 모아 조각한 것이다. 정화와 소생의 과정에서 비롯된 그을려진 농업의 잔해들은, 역설적으로 최근 몇 년간 태국 전역을 위협하고 있는 심각한 대기 오염의 현실을 환기시킨다. 여기서 재는 이중의 기억을 품는다. 즉, 만물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원동력으로서의 불의 흔적인 동시에, 생의 조건 자체를 변화시키는 과정으로서의 불의 잔재이기도 한 셈이다.
작가 소개
코라크릿 아룬나논차이(b. 1986)는 태국 방콕에서 태어나 현재 방콕과 뉴욕을 오가며 활동 중이다. 작가는 2009년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RISD)에서 미술학사 학위를, 2012년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미술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프랑스 디종 르 콩소르시움(2025), 자카르타 뮤지엄 마찬(2024), 방콕 쿤스트할레(2024), 스톡홀름 현대미술관(2022), 서울 아트선재센터(2022), 싱가포르 아트 뮤지엄(2022), 트론헤임 쿤스트할(2021), 포르투 세랄베스 미술관(2020), 밀라노 스파치오 마이오키(2019), 헬싱키 키아스마 현대 미술관(2017), 볼차노 무세이온 미술관(2016), 파리 팔레 드 도쿄(2015), 뉴욕 모마 PS1(2014) 등 전 세계 유수의 기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하며 폭넓은 활동을 펼쳐왔다. 또한 제14회 타이베이 비엔날레(2025), 제3회 타일랜드 비엔날레(2023), 제13회 광주 비엔날레(2021), 제16회 이스탄불 비엔날레(2019), 휘트니 비엔날레(2019), 제58회 베니스비엔날레 국제미술전(2019), 제20회 시드니 비엔날레(2016) 등 다수의 국제 비엔날레에도 참여했다. 그의 작품은 뉴욕 휘트니 미술관, 파리 퐁피두 센터, 파리 루이비통 재단 미술관, 런던 테이트 모던, 오슬로 아스트루프 펀리 현대 미술관, 런던 자블루도비치 컬렉션, 난징 시팡 미술관 등에 영구 소장되어 있다.
참여작가: Korakrit Arunanondchai
출처: 국제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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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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