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풀청년아트갤러리
2023년 4월 26일 ~ 2023년 5월 19일
A.I 소프트웨어가 쓴 시를 본 시인 정다연은 ‘새로운 동료가 생긴 것 같다’라고 표현했다. 이때 ‘새로운 동료’라는 표현은 그 대상의 인간 여부를 따지지 않는다. 현대인에게 있어 동료는 인간보다 선행하는 존재자인 셈이다. 이 인식은 AI의 능력에 대한 맹신 혹은 반지성주의적인 휴머니티 숭배를 떠나 있다.
이제껏 A.I 기술양상에 대한 반응은 극단적으로 낙관론과 비관론 두 편으로 나뉘었으며, 이는 창작 분야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두 관점 모두 과도하고 편협했다. 기술맹신의 낙관론은 외려 인본주의에 대한 무차별적 허무로 기울기 쉬웠고, 반대항인 기술비관적 휴머니티 숭배는 전근대에 대한 맹목적 판타지를 양산해왔다. 이 두 항은 너무나 쉬운 태도인 동시에 너무 편한 길이기도 하다.
《Liquid Crystal Friendship》은 이러한 이분법적 세계를 벗어나, A.I 창작 시대에 요구되는 새로운 인식론을 탐색한다. 그 탐색의 첫 시도로써, A.I 프로그램이 만들어낸 미적 대상물들에 대한 각 분야에 종사하는 작가들의 ‘리액션’을 포착하고자 한다. 본 전시는 참여자이자 창작자인 작가들이 자기 분야에 관련된 A.I 산출물을 보고, 이에 대한 반응을 시청각적 작업으로 포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본 프로젝트는 ‘A.I가 인간이 될 수 있는가’ 혹은 ‘A.I가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가’ 하는 고루하고 연역적일 뿐인 질문들에서 의도적으로 눈을 돌린다. 본 기획은 A.I를 ‘새로운 동료’로 인식하기 위해선 인공지능의 인간성 논의를 차치하는 데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진단하고, A.I를 예술 창작 노동의 수행성을 통해 파악한다.
액정(Liquid Crystal) 화면을 사이에 두고 교류하는 두 존재자들의 유연한 동료애를 기원하며, 본 프로젝트의 이름을 《Liquid Crystal Friendship》으로 짓는다. 이는 A.I 동료와의 관계를 추상적 이론의 망이 아닌, 구체적 사물에 기인해 판단하겠다는 의지 또한 내포한다. 창작 A.I를 동료라고 말할 때, 그것은 기존 인간예술가의 입지에 대한 불안, 작업 퀄리티에 대한 경탄을 포함하며, 이러한 양가적 감정을 모두 수용하겠다는 태도를 암시한다. 따라서, 본 프로젝트는 미술, 영화, 문학의 장르에서 현재 활동하고 있는 예술종사자들을 모아, 이들이 A.I의 창작 작업물을 보고, 그 A.I를 하나의 ‘새로운 동료’로 인식하는 ‘리액션’을 포착하고 전시하고자 한다. 이는 곧 왕성히 활동할 청년 예술가들의 유의미한 시도가 될 것이다.
팀 루트와 정다연은 각각 다른 방식으로 AI 소프트웨어에 대한 시각적 아카이브를 구성한다. 팀 루트는 AI 이미지 제작 소프트웨어를 활용하여 정원에 담긴 문화사적 데이터를 추적하고 모아 일련의 시각적 아카이브를 구성한다. 창작 소프트웨어가 만들어내는 정원 이미지 속에서 순간순간 포착되는, 이해 불가능한 이미지들을 전시장에 직접 모아 일말의 이해 가능성을 포착하려 한다. 정다연의 작업은 Chat GPT에게 자신에 대해 직접 물어보는 것에서 시작하였다. 2015년부터 시인으로 활동해온 정다연은 자신에 대해 알고 있느냐는 질문을 Chat GPT에게 던졌고, 챗봇은 전혀 정체와 근거를 알 수 없는 또 다른 존재자 ‘정다연’과 그의 작업물을 제시하였다. 또 다른 자신을 추적하는 작업을 통해 정다연은 AI 챗봇의 정보의 신뢰성과 창의성 사이를 가늠하고 새로운 자아의 가능성을 탐색하고 이를 기록한다.
박지해는 AI 소프트웨어에 대한 낙관론과 비관론을 포함하여 대부분의 피상적 반응들이 기술에 대한 무지와, 도출된 자연어라는 기호를 너무 쉽게 받아들이는 것에서 기인한다고 본다. 따라서 인터랙션 설치 작업을 기획하고, 입력에 대응하는 출력값을 새로운 문법의 시청각 언어로 제시함으로써 생기는 생경함을 관찰한다.
신재연은 AI 소프트웨어가 관람자 맞춤의 미래, 상황, 신체를 제시하도록 만든다. 이 맞춤 상황은 다시 AI에게 새로운 정보로 데이터베이스에 산입되어 대상과 주체가 계속 역전하며 서로를 참조하는 상태를 구현해낸다.
짤쭈는 기술적으로 재현된 신체에 대한 탐구를 시도한다. 짤쭈는 AI를 Artificial Intelligence인 동시에 Alternative Intelligence로 감각하며, 이와 대응하는 Artificial Body/Alternative Body를 만든다. 만화 속 캐릭터들의 유실된 신체를 모으고, 이를 데이터 크롤링에 유비하여,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하나의 신체로서의 정보를 만들어나간다.
글: 유미주
참여작가: 박지해, 신재연, 정다연, 팀 루트, zzalzzu
기획: 유미주
주최: 서초구청
주관: 서초문화재단
출처: 서리풀청년아트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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