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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7월 26일 ~ 2024년 8월 25일
전해지는 것들, 유산 안의 여럿
콘노 유키
테이블, 주전자, 포스터, 다리미 등 여러 물건들 중에서 정말 필요한 것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았다. 약 10년 동안 집을 비우면서 우리는 물건들을 선택해야만 했다. 아직 쓸 수 있는 물건은 다시 닦아서 집으로 가져오고, 쓰레기로 간주된 물건은 쓰레기봉투로 보냈다. 추억과 기억을 저울질하면서 심리적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100년이 넘은 조부모님 집은 원자력 발전소 사고의 여파로 10년 넘게 출입이 통제되었다. 그 사이에 사람들은 이곳을 떠났고, 집과 물건들은 그대로 방치되었다. 큰 사고는 이 사물들과 여기에 살던 사람을 강제적으로 추억과 기억으로 몰아세웠다. 10년이 지나 다시 와서 정리했다. 쓰던 물건들이 아무런 규칙 없이 놓여 있었다. 그 장면을 보다가 물건들의 내력과 추억, 유용성을 따지고 심문하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아직 모든 것들이 수평적으로 놓인, 선택 전인 이 상황이었다. 같은 시기에 부모님께 연락을 받았다. 초등학생 때 미술 수업 시간에 만든 작품들 중 몇 개는 사진으로 찍고 버렸다고 한다. 이사를 당장 떠날 것 같지 않지만, 여유를 확보해야 앞날을 생각하고 계획할 수 있다는 것을 나도 잘 알고 있다.
선택할 수 있는 것과 선택할 수 없는 것을 선택하는 것은 또 다른 갈림길에 놓이게 된다. 선택할 수 없는 것 중에는 기록한다는 선택을 받은 것과 받지 못한 것이 있다. 버리기 아까운, 그럼에도 버려야 할 물건들을 사진으로 기록해 두는 방법이 있다. 선택할 수 없는 것을 기록할 때 그 결과물은 극복과 부정을 내포한다. 물건은 사라져도 사진으로 기억과 추억, 경험은 충분히 남길 수 있다—그 자체가 아닌 온전하지 않은 모습으로. 사실 대부분의 기억은 선택할 수 없던 것들 중에서 남기고 싶었던 것 아니면 그럼에도 남아 버린 것들이다. '남아 버렸다'라는 표현에서 ‘남는 것’과 ‘버린 것’은 수평적으로 같이 놓인다. 일본어 표현에서도 '남아 버린' 것은 동시에 '남아서 보관해 둔' 것이다. 서랍에 보관해 둔 편지처럼, 내가 더는 기억하지 못해도 어딘가에 있는 것. 기록과 기억은 선택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수평화하여 연결한다.
하나의 유산을 떠올릴 때, 우리는 그것이 하나가 아니라 여럿임을 알게 된다. 어떤 유산은 공동의, 민족이나 사회 구성원 단위의 유산이다. 또 다른 유산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다른 사람이 내게 전달한 것이다. 공유와 쟁탈, 전승과 위탁의 관계 속에서 유산이란 사실 하나로 있기 어렵다. Materials for Legacy: Petty the Pities에서 팽창콜로니(김주원과 이은새)가 말하는 유산(Legacy)은 유적지처럼 거대한 존재가 아니라 선택할 수 없던 것들 중에서 남기고 싶어 한 것들이나, 어쩌다 남아 버린 것들이다. 최소한의 기록 행위인 사진과 드로잉은 팽창콜로니라는 공동 작업 혹은 협업에서 하나의 이미지로 포개어진다. 시선이 닿은 대상들은 작품에서 버릴 수 없이 남은—남아서 보관해 둔 또 하나의 기록물이 되는데, 이 이미지는 유산의 단일성 대신 복수성을 보여준다. 한 작가가 다른 한 작가에게 건네고 보여준 이미지가 또 다른 이미지를 만나 작품이라는 하나의 이미지로 같이 나타난다. 특정 시기나 인물의 우월함 대신 선택들을 두고 벌어지는 저울질, 그 흔들림이 팽창콜로니의 작업에 기록/기억된다.
하찮고 가여운 것들도, 연민하는 마음도, 남아-버린 또는 보관해 둔 상태 없이 생기지 않는다. 이리하여 선택할 수 있는 것과 선택할 수 없는 것 사이에서 후자는 다시 선택받을 수 있었다. 사진도 드로잉도 부정과 극복을 동시에 내포한다. 사진은 피사체를, 드로잉은 대상을 그 자체가 아닌 시각 정보로써 순간적으로 기록한다. 기억과 추억은 이때 남아 있지만 언젠가 버려질지도 모르는 단계에 있다. 유산은 견고하고 단일한 외적 혹은 내적 가치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이나 사회적 분위기, 사람마다 다르며, 궁극적으로는 건네고 받는 사람들의 관계 속에서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팽창콜로니의 작업에서 기록 위에 또 다른 기록이 포개어질 때 이 중첩의 경험은 현실과 다른 곳에 세워진다. 사진과 드로잉의 중첩은 또 다른 기억을 이미지로 기록하지 않을까. 물건과 정보가 전해지는 과정이 곧 가치가 전이되기도 변형되기도 하는 과정이라면, 이 기록물/기억은 김주원과 이은새 두 사람의, 더 나아가 보고 이해하는 사람들의 새로운 기록/기억으로 전해질 것이다.
참여작가: 팽창콜로니(이은새, 김주원)
출처: 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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