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서울
2019년 10월 26일 ~ 2020년 2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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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윤범모)은《MMCA 현대차 시리즈 2019: 박찬경 – 모임 Gathering》을 10월 26일부터 2020년 2월 23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개최한다.
박찬경은 분단, 냉전, 민간신앙, 동아시아의 근대성 등을 주제로 한 영상, 설치, 사진 작업으로 국내․외 미술계의 주목을 받아온 작가다. 1965년생으로 서울에서 태어나 자랐다. 미술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졸업 후에는 주로 미술에 관한 글을 썼고 전시를 기획했다. 1997년 첫 개인전 《블랙박스: 냉전 이미지의 기억》을 시작으로, <세트>(2000), <파워통로>(2004~2007), <비행>(2005), <반신반의>(2018) 등 한국의 분단과 냉전을 대중매체와의 관계나 정치심리적인 관심 속에서 다뤄왔으며, 주로 사진과 비디오를 만들었다.
2008년 <신도안>을 발표하면서 한국의 민간신앙과 무속을 통해 한국의 근대성을 해석하는 장·단편 영화를 연출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주제는 <다시 태어나고 싶어요, 안양에>(2010), <만신>(2013), <시민의 숲>(2016) 등으로 이어졌다. 그는 작가로서 활동하면서 작가론, 미술제도, 민중미술, 모더니즘, 포스트모더니즘, 전통 등에 관한 에세이를 써왔다. 에르메스 코리아 미술상(2004), 베를린국제영화제 단편영화부문 황금곰상(2011) 등을 수상했다. 직접 기획한 전시로는 SeMA비엔날레 미디어시티서울 2014 《귀신 간첩 할머니》가 있다.
‘모임 Gathering’을 제목으로 한 이번 전시는 대표작 <늦게 온 보살>을 비롯해 <작은 미술관>, <후쿠시마, 오토래디오그래피>, <맨발>, <5전시실> 등 총 8점의 신작과 구작 <세트> 1점을 선보인다. 전시는 ‘액자 구조’로 되어있다. 전시장 입구 쪽에 설치된 <작은 미술관>은 이번 전시의 액자 역할을 한다. 작품은 우리에게 익숙한 미술사와 미술관이 인위적으로 주입된 틀이 아닌가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미술제도에 대한 작가의 비판과 성찰은 ‘재난 이후’라는 주제 아래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석가모니의 열반 등을 다룬 작품으로 이어진다.
<후쿠시마, 오토래디오그래피>는 원전사고 피폭현장인 마을을 촬영한 박찬경의 사진과 방사능을 가시화하는 일본 작가 카가야 마사미치의 오토래디오그래피 이미지가 교대로 보이는 작업이다. 이 작품과 <세트>(2000)가 나란히 전시되는데, 서로 다른 소재의 유사성에 주목하여 접점을 찾는 박찬경 특유의 작업태도가 잘 드러난다. 이어서 전시실 중앙에 넓게 펼쳐진 <해인(海印)>은 다양한 물결무늬를 새긴 시멘트 판, 나무마루 등으로 구성된다. 이곳에서는 5주간(11월 8일~12월 5일) 전시주제와 관련된 각 분야 전문가들을 초빙하여 강연과 토론이 진행될 예정이다. 미술을 “미술에 관한 대화”라고 규정하는 작가의 예술관처럼, 비어있지만 실제로 다양한‘모임’이 이루어지는 가장 중요한 공간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해인>에 이어서 55분 분량의 영화 <늦게 온 보살>을 만날 수 있다. 이 영화는 ‘석가모니의 열반’이라는 종교적 사건과 ‘후쿠시마 원전사고’라는 동시대 재난을 하나로 묶는다. 흑백 반전으로 찍은 영화장면은 보는 이에게 후쿠시마의 방사능 사진을 연상하게 한다. 산속을 헤매는 한 중년 여성과 방사능 오염도를 조사하며 산을 다니는 여성을 교차시켜 줄거리를 이끌어 나간다. 전시실 후반부에 설치된 <맨발>과 <모임> 등의 작업은 앞선 영상 속 소재들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역할을 한다.
전시실의 마지막에는 우리가 지금까지 보아온 5전시실의 1:25 배율 축소모형 <5전시실>이 놓여있다. 작품은 ‘액자 속 스토리’에, 즉 미술관의 관람 관습에 익숙해진 관객을 다시 액자 밖으로 강제로 끌어낸다. 이로부터 작가는 관객에게 미술과 미술관이 같아 보이는지 묻는다. 작가는 강요된 권위와 틀에 저항하면서 각자의 방식대로 깨어있는 관객들이 곧 이번 전시의 제목인 ‘모임’에 초대받은 이들임을 이야기한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동아시아의 문화적·역사적 맥락을 성찰하여 미술 언어로 풀어내 온 박찬경 작가의 첫 국립현대미술관 개인전”이라며, “매체와 장르를 넘나들며 심도 있는 담론을 제시하는 작가의 신작을 통해 한국 현대미술의 영역을 확장시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작품소개
작은 미술관
2019, 벽, 사진, 대여한 미술 작품, 글, 병풍, 단채널 비디오(15분 50초), 가변크기
영상제공: 국립현대미술관.
'작은 미술관'은 개념적인 측면뿐 아니라 물리적으로 크기가 작은 미술관을 의미하기도 한다. 한국에 미술관이 생겨나기 전에 민간에서 미술을 체험하는 중요한 장소는 절이나 산신당이었을 것이다. 공적인 장소이면서도 사적인 기원이 모이는 이 공간들에서 그림과 조각은 개인과 공동체, 성(聖)과 속(俗)의 세계를 결속하는 중요한 매개였다. <작은 미술관>은 국립현대미술관을 낯선 시간대와 낯선 거리에서 바라보도록 한다.
<작은 미술관>에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건립 과정 영상이 포함되어 있다. 건립 당시 4명의 건설노동자가 화재로 숨졌으며, 영상에는 이들의 넋을 기리고 안전을 기원하는 굿 장면도 등장한다. 조선 시대 종친부, 일제강점기 병원, 군사정권 시대에는 정보기관으로 사용된 장소인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은 한국의 정치사와 현대미술의 관계에 이르기까지 미술관의 의미를 곱씹어 볼 수 있는 공간이 된다.
<작은 미술관>의 일부인 병풍들은, 미술관 미술의 관심 밖에서 전통 형식이 생존해 온 방식을 보여준다. 작가가 고물상에서 찾아낸 병풍은 오히려 현대사의 풍부한 기호들로 넘쳐난다. 작가가 “미술관에 침범한 야생덩굴”이라 칭하는 이 병풍들은 <작은 미술관>에 초대된 이응노의 병풍 <군상>과도 공명하고 있다.
해인(海印)
2019, 시멘트, 5×110×110cm(15), 20×110×110cm(1)
'해인'은 불교 개념으로, '바다 해(海)'와 '도장 인(印)'을 쓴다. 이 세계의 만물이 도장으로 찍은 듯 바닷물에 뚜렷하게 비쳐 보인다는 의미라 한다. 바다는 실제로나 상징으로나 끊임없는 변화의 원천이다. 반면에 도장은 단단한 나무나 돌로 만드니 해인은 모순의 단어다. 바다를 어떻게 도장에 담을 수 있나?
오늘날 우리에게 '계속해서 흐르면서 온 세상을 반영하는 것'은, 이미지를 연속적으로 재생하는 인터넷 매체나 빅데이터일 것이다. 작가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빅데이터’ 대신 거의 전달하는 것이 없는 '스몰 데이터’, 가볍고 빠른 데이터의 재생 대신 지나치게 육중하고 단단한 시멘트 덩어리의 바다를 통해서 동시대의 데이터 만능주의에 재치있게 답한다. 사실 시멘트는 제작과정에서 물의 증발을 통해 단단히 굳기 때문에, 물의 네거티브, 가뭄의 표현에 더 가깝다.
후쿠시마, 오토래디오그래피
2019, 디지털 이미지로 전환한 필름 사진, 오토래디오그래피, 글, 슬라이드 연속 상영, 24분 40초
카가야 마사미치, 모리 사토시와 협업
일본의 사진가 카가야 마사미치(Masamichi Kagaya)와 식물학자 모리 사토시(Satoshi Mori)가 후쿠시마 지역에서 채취한 다양한 생물, 사물을 ‘오토래디오그래피’로 만든 이미지와 박찬경이 2019년 후쿠시마에서 찍어 온 사진들이 교차되며 영사된다.
과학적 정밀함과 냉정한 서술이 흑백화면으로 이어지는 ‘오토래디오그프’와는 대조적으로 박찬경은 재난이 지나간 지역의 어느 봄날 풍경들을 훑어간다. 잊을 만하면 다시 화면 흐름을 끊고 등장하는 흑백 이미지만 아니라면 그저 인적이 끊어진 어느 시골 마을의 모습이다.
오토래디오그래프와 박찬경의 사진은 모두 방사능 피폭이라는 재난의 현실을 우리에게 확인시키고자 애쓴다. 그러나 하나는 X-레이 투시도와 같은 비실재성으로 인해, 다른 이미지는 방사능의 비가시성으로 인해 끊임없이 그 목적에 충분히 다다르지 못한다. 이 두 이미지를 참조하는 과정에서 관객들은 이 재난의 종합적인 이미지를 어렴풋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작가가 “이미지와 문자정보의 교착상태”라고 부른 경험이다
세트
2000, 사진, 슬라이드 연속 상영, 13분 40초
이번 전시의 유일한 구작인 <세트>는 <후쿠시마, 오토래디오그래피>와 같은 방에서 나란히 전시되어 또 다른 의미를 갖게 된다. 주민이 모두 떠난 후쿠시마 지역의 을씨년스러운 풍경과 세트에 등장하는 인적이 끊어진 풍경들은 마치 하나의 작업처럼 서로 조응한다. 두 작업 모두에서 사진에 찍힌 풍경은 무인 도시처럼 말 그대로 비어있는 동시에 풍경의 외부에서 개입하는 보이지 않는 힘을 예감케 하는 단서가 된다. 예를 들어, 북한 조선영화촬영소의 세트는 서울을 모방하고 있지만, 여전히 보통 사람은 갈 수 없는 북한에 있는 것이고, 오직 노인들만 향수를 느낄 수 있는 과거 서울의 모습이다. 남한의 시가전 훈련 세트는 서울의 특정 지역을 모델로 세웠지만, 북한군에 점령된 잠정적인 북한 영토처럼 보인다. 남양주종합촬영소의 다른 세트들은 1970년대의 서울 같기도 하고 북한의 현재처럼 보일 수도 있다. 비무장지대(DMZ) 안에 있는 군사분계선은 서울 근교에, 남양주종합촬영소에도 있는(또는 없는) 것이다. 이미지 속에서 실제 장소의 지리적 좌표와 맥락은 해체되고 우리는 시간과 공간을 식별하기 어려운 거울의 방에 들어선 것처럼 느끼게 된다.
주련(柱聯)
2019, 벽에 음각, 글씨, 230×700×10cm(2)
이 전시에서 <주련>은 전시실 중앙에 자리한 <해인>을 향하는 한편, <늦게 온 보살>의 상영실 입구 양쪽에 설치된다. 글이 쓰인 두 개의 기둥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정문 양쪽에 있는 기둥 형태를 따온 것이다. 이 두 기둥은 일제 강점기 경성의학전문학교 부속병원으로 쓰일 때부터 있었던 것인데, 특이하게도 하나는 원기둥이고 다른 하나는 사각기둥으로 되어있다.
<주련>의 내용은 기존의 글에서 인용했다. 사각기둥에 쓴 “지옥은 비었다. 모든 악마들이 여기 와 있으니.”(Hell is empty, and all the devils are here.)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 『템페스트』에 나오는 구절로, 불타는 배에서 바다로 뛰어내리며 누군가가 외친 말이다. 원기둥에 쓰여있는 문장 “지혜의 눈으로 보면 지옥은 비어있다.”(慧眼觀是地獄空)는 서울 진관사의 주련에 새겨져 있는데, 불교 경전 중 하나인 『천수경』에서 가져온 것이다. 이 두 개의 인용은 <늦게 온 보살>에 겹쳐진 두 가지 시선을 요약한다. 영상은 농담으로도 암울하게도 읽히며, 망상으로도 현실반영으로도 읽힌다. 두 글귀에서 세계를 보는 동서양의 문화 차이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늦게 온 보살
2019, HD 영화, 흑백, 4채널 사운드, 55분
장편영화에 가까운 이 영상은 대부분 흑백 네거티브로 되어있다. <늦게 온 보살>은 <후쿠시마, 오토래디오그래피>와 짝을 이루며 광선, 대기, 방사능, 자연 등에 대해 우리가 관습적으로 떠올리는 이미지를 뒤집어보도록 자극한다.
모임
2019, 디지털 사진, 80×80cm(24)
작가는 국내의 여러 사찰을 다니며, 쌍림열반도에 등장하는 동물들을 사진으로 찍었다. 다만 동물들은 원래의 장면에서 떨어져 나와 각각 프레임에 고립되어 있다. 여기 등장하는 동물의 모습은 대부분 최근에 조성된 사찰 벽화에 있는 것으로, 전통의 방식과 현대의 만화 스타일이 섞여 있다. 전시의 다른 작품과는 대조적으로 <모임>은 단청의 화려한 장식성을 강조하고 있다. 전시 전체에 흐르는 역설과 아이러니가 <모임>에서 가장 극단적인 형식을 취한다.
맨발
2019, 나무, 기계 장치, 가변크기
석가모니가 열반할 때 그의 양옆에는 두 그루의 사라나무가 있었다고 한다. 석가모니의 애제자 가섭존자가 뒤늦게 도착하자 이미 열반에 든 석가모니는 제자를 향해 양발을 내밀었다. 그때 비로소 석가모니의 관에 불이 붙어 다비식을 치를 수 있었다고 불경은 전한다. 이 이야기에서는 반복되는 ‘둘'의 이미지를 읽어낼 수 있다. 두 그루 나무, 두 발, 두 사람, 죽음(열반)과 삶의 두 세계 등이다.
전시의 마지막에 자리한 <맨발>은 불교 고사에 은은하게 깔린 ‘둘'의 도상학의 뼈대만 남겨놓고, 모든 문화적 풍부함을 제거한다. 잎이 풍성한 나무도, 고행자의 쓸린 발도, 위대한 초인의 이미지도 없다. 이로써 작가는 곽시쌍부 설화의 감동보다는, 이러한 설화가 더 이상 사람들에게 어떤 느낌도 전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한다. 종교적, 문학적 ’분위기‘의 생략을 통해 ’둘의 미학‘이 갖는 시원적인 단순함, 맨발을 내보이는 사건의 사소함이 설화의 메시지를 더 명료하고 현대적인 것으로 만든다.
5전시실
2019,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5전시실의 1:25 건축 모형, 벽에 쓴 글씨와 소리, 단채널 비디오(16분), 징과 꽹과리 7개, 가변크기
영상제공: 국립현대미술관
<5전시실>은 이 전시가 물리적으로 완결된 건축 프로젝트가 아니라, 하나의 기획이며 상상이라는 점을 뚜렷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전시를 보고난 후 다시 전시장 전체를 조망함으로써, 이 장소에서 전시를 관람하는 행위를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모델은 전시장의 역사와도 관련된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이 지어지기 전 국군기무사령부로 쓰일 당시 이 건물의 지하가 얼마나 깊은지 아무도 모른다는 소문이 있었다고 한다. 이 소문은 국군기무사령부에서 벌어진 정치범의 감금과 취조와 고문을 떠올리게 한다. 작가는 모델 바닥에서 지하로 이어지는 계단을 만들어 더했다. 모델 계단을 실제 전시장 바닥에 닿을 때까지 연장해, 계단은 상징(모형)과 실제(전시장 바닥)를 연결하기도 한다.
주최: 국립현대미술관
후원: ㈜현대자동차
출처: 국립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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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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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10:00 -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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