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갤러리
2026년 8월 27일 ~ 2026년 10월 11일
종이 위에 나타나는 건 이미지만은 아니다. 종이는 환경이나 가해지는 힘에 따라 표면과 형태가 예민하게 달라진다. 물을 머금었다가 마르면서도 균일하지 않게 변형되고, 구겨지고 찢기기도 한다. 종이 위에 한 번 일어난 일은 쉽게 되돌릴 수 없다. 그렇다고 남겨진 흔적이 그대로 머무는 것도 아니다. 덧그리고 지워내거나, 다른 조각과 이어 붙일 수도 있다. 앞선 흔적은 덮이고 흐려지며 변형되고 때로는 작업의 일부가 된다. 이미지를 만들고 다루는 방식이 다양해진 오늘날에도 종이는 여전히 작업의 중요한 재료로 사용된다. 그 이유는 이러한 물질적 성질에 있을지도 모른다.
이번 전시에서 일곱 작가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종이를 다룬다. 도현희는 한지에 색을 입히고 다시 씻어내는 과정을 반복한다. 그 과정에서 생기는 흔적을 통해 개인이 경험하고 기억하는 시간을 표현한다. 손승범은 장지 위에 잡초와 돌처럼 일상에서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존재들을 화면의 중심으로 옮겨온다. 반복해서 먹을 쌓아 올리며 대상을 오래 들여다보는 자신의 태도와 작업에 들인 시간을 화면에 남긴다. 장승근은 종이 위에서 그림에 대한 부담을 덜어내고, 망설임과 불안처럼 정제되지 않은 감각을 붓질에 그대로 드러낸다. 형태를 세우려는 움직임과 이를 흐트러뜨리는 충동이 한 화면에서 겹치며 구상과 추상 사이를 오간다.
종이의 제작 과정부터가 작업의 일부가 되기도 한다. 임선구는 자신의 기억과 주변의 이야기에서 가져온 서로 다른 장면들을 흑연으로 그린 뒤, 이를 찢고 다시 이어 붙인다. 서로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온 이미지들은 한 화면에서 어긋나고 때론 맞물리며 새로운 관계와 서사를 만든다. 기민정은 오랫동안 회화에 사용되어 온 전통적인 종이 화선지와 현대 건축과 산업 현장에서 널리 사용되는 스테인리스를 하나의 작업 안에 함께 놓는다. 화선지의 여백을 오려내어 공간을 만들고, 서로 다른 성질을 지닌 재료가 각자의 특성을 잃지 않은 채 함께 드러나도록 한다. 문민은 닥죽으로 직접 만든 종이와 금속성 템페라로 시간의 흔적을 연상시키는 표면을 만든다. 수집한 이미지와 텍스트를 병치하며 시간과 이를 바라보는 방식을 탐구한다. 종이에서 시작된 이미지는 다른 매체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승애는 자연물과 기억이 깃든 일상의 사물에서 떠낸 탁본과 흑연 드로잉을 바탕으로 이미지를 만든다. 사물의 표면에서 옮겨온 흔적과 흑연의 물성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감각과 생명력을 형상화하고, 회화와 벽화형 설치,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으로 작업을 확장해왔다.
이번 전시는 종이 위에서 일어나는 행위와 변화,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만들어지고 남겨지는 이미지를 살펴본다.
참여작가: 기민정, 도현희, 문민, 손승범, 이승애, 임선구, 장승근
출처: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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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시간
월요일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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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12:00 - 19:00
금요일 12:00 - 19:00
토요일 12:00 - 19:00
일요일 12:00 - 19:00
휴관: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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