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스케이프
2015년 8월 19일 ~ 2015년 9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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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use and Gesture
다양한 장르를 구현하는 수많은 예술가들은 자신만의 고유한 표현 방법을 찾기 위해 고뇌한다. ‘제스처’는 개인의 표현 수단이면서 타인, 사회와의 연관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며, 우리가 말로 전달 할 수 없는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신체의 일부를 움직여 표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신체의 행위가 확대된 것과 같은 제스처는 의식적인 행동 아래 이행되는 퍼포먼스 및 신체 예술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데 그 목적이 있는 행위 와는 달리 개인적인 필적에 집중하여 회화 자체의 주관성을 일깨워 준다. 이는 완고한 묘사를 탈피한 작가의 표현적인 붓의 필치나 행위의 흔적이 화면에 반영된 것을 의미한다.
갤러리 스케이프에서는 자신의 감각을 구체화 시키고, 즉흥적인 신체 행위를 기반으로 뜨거운 ‘제스처’를 선보이는 토시유키 코니시(Toshiyuki Konishi) 작가와 세상의 표면에 드러나지 않은, 소외된 인간 내면의 모습 및 자신의 예술적인 이념을 ‘제스처’로 드러내 보이는 안지산 작가의 작품을 이번 <Pause and Gesture> 전시에서 주목하고자 한다. 이성과 무의식의 세계를 넘나드는 두 작가의 각기 다른 제스처는 전시에서 상호적으로 관계하며 지금의 우리를 성찰하는 ‘멈춤(pause)’의 순간을 경험하게 할 것이다.
표현과 행위 사이
매우 빠른 속도로 붓을 휘두른 듯한 묘법의 흔적 때문일까. 코니시 작가의 작품에선 경쾌함마저 느껴진다. 작가는 화폭 위에 물감이 마르기도 전에 닦아내고 덧바르며, 붓의 움직임을 매우 빠르게 유지한 흔적을 담아낸다. 그림 속 인물의 모습은 성별, 나이, 인종 그리고 어느 시대에 존재하는 인물인지도 알 수 없으나 작가의 작품 속에서 모두 동일 인물로 재탄생 된다.
감각적이고 동적인 회화 작업으로 잘 알려진 일본 작가 토시유키 코니시(Toshiyuki Konishi)는 주로 가족과 주변 인물의 초상화 사진을 주제로 작업을 한다. 작가는 그들과의 관계에서 비롯된 추억의 순간을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고 작가 자신만의 상징적인 표현 방법을 모색한다.
작가의 작품에서 드러나는 고유한 스타일과 같은 표현기법은 구불거리는 선으로 표현한 신체 일부, 흰 피부, 점으로 찍어 보인 빨간 눈동자 그리고 어떤 감정을 지니고 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모호한 인물의 모습이다. 작가는 단순히 사진을 기반한 인물의 특징을 가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핵심부위 까지도 지워내거나 벗겨낸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작가는 우리에게 인간의 존재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다시 되묻고 있는 듯하다.
근래에 작가는 밝고 화려한 색과 직선을 과감하게 사용함으로써 작업의 표현을 넓혔다. 또한 빛을 머금은 듯 밝고 선명한 넓은 붓 터치와 즉흥적으로 물감을 흩뿌리고 무의식적으로 닦아낸 작가의 행위는 작품 속 인물 표현을 더욱 풍부하게 한다. 이처럼 작가의 초상화 속에 재해석된 인물의 모습은 모두 동일한 무명인으로 재탄생 되며 너, 나, 우리의 모습을 대입하여 볼 수 있도록 한다. 코니시 작가는 자신만의 제스처를 통해 초상화가 가진 관습적인 틀을 깨고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도록 하며, 이는 이성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인간의 내면 속 소외된 자아와 소통하게 하는 제스처가 될 것이다.
멈춰진 시선
세상을 잃은 듯 울고 있는 한 남자의 모습을 담은 작품에 시선이 주목된다. 남성의 포즈는 얼굴에 한 쪽 팔을 기대어 눈, 코, 입을 가렸지만, 팔과 얼굴 사이로 드러나는 슬픔은 그 어떤 자세한 묘사나 설명 없이도 작품에 묻어난다. 신작 <27초 67, 2015>은 실제 현존 했던 퍼포먼스 작가 바스 잔 아더(Bas Jan Ader, 1942 – 1975)가 남긴 영상 <I’m too sad too tell you, 1971>중 한 장면을 재현해 보인 것이다. 작가 안지산은 자연이나 사물에 스스로를 비유하며 드라마틱한 장면을 연출하고 상징적인 측면이 다분한 바스 잔 아더의 작품을 회상한 이유는 무엇일까.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활동하는 작가 안지산은 인간이 직면한 가장 근본적인 문제이며 철학적인 주제인 삶과 죽음의 경계에 대해 모색한다. 그는 집단과 개인 사이에 발생하는 부조리함 속에서도 생존하고, 스스로 안전하다고 믿길 원하는 불안한 세상 속에서 지내고 있는 자신과 타인에 대해 생각한다. 작품을 통해 작가는 다사다난한 현실에 존재하는 우리에게 불편한 진실을 보여주며 질문을 던지고, 공감대를 형성하며 작품에 담긴 현실에서 벗어나 관망하는 입장에서 바라보도록 한다.
작가는 여러가지 내러티브(narrative)를 콜라주하여 만들어낸 한 장면을 그려낸다. 불특정적인 시점과 시선으로 작품을 관찰함에 따라 모습과 의미가 달리 보이도록 한다. 따라서 작가의 작품에서 주목하여 살펴보고자 하는 것 중 하나가 시선과 시점이다. 작품을 통해 보여지는 현장 속에 자신의 모습을 대입하기도, 매우 먼 거리에서 바라본 현장의 모습을 마치 목격자 입장에서 묘사하기도 한다. 이러한 작가의 관점에 따른 시선은 곧 작품을 바라보는 관람자의 시선이 되기도 하지만 작가와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나아가 대상으로부터 거리가 좁혀진 작가의 시선은 신체의 일부분으로 또는 사람의 감정이 가장 잘 드러나는 얼굴로 옮겨 진다. 신작 <27초 67, 2015>의 경우 지극히 수행적이고 반복적인 행위 아래 겨우 비춰진 하나가 작품으로 보여지는 것, 고민을 거듭하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견뎌야만 하는 것이 작가의 숙명이라면 작가 안지산은 이러한 모습을 바스 잔 아더(Bas Jan Ader, 1942 – 1975) 가 남긴 영상 <I’m too sad too tell you, 1971>에서 발견하고 재현함으로써 자신의 예술적 이념을 드러내 보인다.
작가는 이전 작품에서 모든 요소, 상황 심지어 작가 자신의 감정 조차도 어둠 속에 가리거나 목격자 입장에서 바라보는 시선에 맞추어 보는 이로 하여금 긴장감이나 불안감을 느끼도록 하였다. 이번 신작에서는 어두운 공간을 밝히고, 온기 없는 공간 속에 머무는 작가 자신의 모습을 넌지시 비추어 보임으로써 즉흥적으로 표현하지 않아도 담담하게 묻어나는 작가의 내면을 담은 제스처를 선보인다.
본 전시에서 주목한 두 작가는 자신의 내면을 모색하는데 있어 개인의 고유한 제스처를 통해 표현의 확장된 영역을 보여준다. 이들의 제스처에서 중심이 되는 몸짓은 완고한 묘사를 탈피하여 변화의 기점을 맞이 하도록 한다. 전시장을 메운 두 작가의 열정적이면서도 고요한 제스처는 개인과 집단 그리고 사회 속에 존재하는 우리들의 기억 속에서 내밀히 소통하고 내면을 살펴 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번 전시 공간에 잠시 멈추어져 있는 두 작가의 제스처를 통해 새롭게 확장된 회화의 영역을 발견하고, 그들의 비전을 공유하고자 한다.
/ 진은지 (큐레이터, 갤러리 스케이프)

Jisan Ahn, Nap One 낮잠 하나, 2015, Oil on canvas, 210x190 cm

Jisan Ahn, Imitation 흉내, 2015, Oil on canvas, 53x65.1cm

Toshiyuki Konishi, Untitled, 2013 Oil on canvas, 91x72.7 cm

Toshiyuki Konishi, Untitled, 2015, Oil on paper, image size 31x22cm, framed size 38x28.5cm
출처 - 갤러리스케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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