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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8월 9일 ~ 2025년 9월 27일
Pigment Compound는 작가들이 화장품 소비 문화라는 물질적 세계와 맺는 관계를 조망한다. 100년의 역사를 지닌 국제 산업인 뷰티 자본주의는 지난 10년간, 한국 브랜드의 세계적 수출 성공과 다양한 화학 화합물 덕분에 새로운 정점에 도달했다. 지난 40년에 걸쳐온 작품들을 한자리에 모은 이번 전시는 화장품과 메이크업이 지닌 정서적 강도를 조명하고, 신체와 피부, 정신이 소비재 시장의 팽창 속에서 어떻게 은유적으로 재구성되는지를 드러낸다. 이 소비재 시장은 사용자들의 트라우마에 대한 즉흥적인 의식적 반응에서 그 힘을 얻는다. 이 전시는 아름다움에 대한 단순한 표현을 회피하면서, 심리적이고 감각적이며 물질주의적인—파우더, 로션, 스프레이, 플라스틱 포장재 등으로 이루어진—미학을 제시한다.
2001년, 스위스 작가 실비 플뢰리(Sylvie Fleury, b. 1961)는 아트선재센터에서 스포츠카를 대여해 아이섀도우, 립글로스, 파운데이션, 매니큐어 더미 위를 반복적으로 밟고 지나가는 메이크업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주요 화장품 브랜드의 후원 아래 이루어진 퍼포먼스는 깨진 유리 조각과 튀긴 액체가 뒤엉킨 재난의 풍경을 만들어내며 예술 기관의 내부를 오염시켰다. 상징적인 의식으로서 이 행위는 일종의 정화와 해방의 감각을 선사했다. 이는 단지 화이트큐브 전시 공간의 무표정한 진지함에서 벗어나는 것만이 아니라, 그 제품들 자체가 상징하는 신세기의 시각 문화와 유행에 편승한 여성의 신체 이미지에서의 해방이기도 했다. 플뢰리는 이 지점을 통렬하게 포착해냈다.
25년 전, 유고슬라비아 출신의 작가 산야 이베코비치(Sanja Ivekovic, b. 1949)는 이미 메이크업 제품에 내재한 ‘잔혹한 낙관주의’를 통찰하고 있었다. 이 작디작은 병 속에 자기계발이라는 젠더화 된 환상을 담아 행복을 약속하면서도, 동시에 인간의 쇠퇴와 피상적인 해결책에 대한 굴복을 기념비적으로 상징하고 있음을 말이다. 이에 대한 그녀의 응답은 일련의 개념적 비디오 작업이었다. 젊은 예술가가 화장대 앞에서 작업(혹은 전쟁)을 하는 모습을 담은 이 영상은, 젊어 보이기 위해, 아름다워 보이기 위해, '소녀'처럼 보이기 위해 요구되는 감각적이고 화학적인 포스트프로덕션의 노동을 진득이 드러낸다. 플뢰리의 작업에서 그랬듯, 이러한 페티시적 소비재들을 전면적으로 거부하는 것이 핵심은 아니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그것들이 우리의 자아 감각에 미치는 불균형적인 영향을 추적하고 기술적으로 드러내는 일이었다. 그 영향이 너무도 압도적이기에, 이러한 상품에 대한 단순한 의식적인 파괴나 전복조차 정치적이고 정신적인 반항 행위처럼 느껴질 정도로. 오늘날 유튜브 메이크업 튜토리얼의 홍수 속에서, 작가의 의식은 기묘할 정도로 예언적이기까지 하다. 전 세계의 시청자들은 완성된 아름다움의 환상, 즉 그 ‘룩’ 자체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만들어내기 위한 고되고 절박하면서도 매우 창의적인 노력의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낀다.
화장의 기만적인 수단과 기술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고, 오늘날의 미의 기준을 ‘해킹’하는 데서 쾌감을 느끼는 우리는, 뷰티 제품과 그 대변인들을 어느새 우리의 동맹으로 착각하게 된다. 인위성이라는 이념이 사회적으로 어떤 구원을 받을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러나 부모, 교사, 그리고 후위 페미니스트들은 프루스트가 그의 등장인물 중 한 명을 묘사하며 언급한 ‘돌 같은 얼굴’, 혹은 ‘공원의 무너져가는 여신상’ 같은 외양이 사회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다는 사실을 결코 존중하지도, 이해하지도 못했다.
Pigment Compound의 참여 작가들이 보여주듯, 이제는 모두가 화학적 자기 계발의 체제에 편입되었다. 심지어는 우리의 어머니들 (유해나 Haena Yoo, b. 1990), 정치인들 (사이먼 후지와라 Simon Fujiwara, b. 1982), 그리고 예술가들조차도. 산업 시대 화장품의 물질적 혁신은 회화에서의 물감보다 훨씬 더 급진적인 혁신을 이뤄냈고, 작가들은 이 매혹적인 안료를 직접 사용하거나(안나 멍크 Anna Munk, b. 1994; 파멜라 로젠크란츠 Pamela Rosenkranz, b. 1979), 혹은 잠재적으로 환기시키는 방식을 택한다(박성소영 So Young Park, b. 1971). 감각적인 플라스틱 케이스와 정교하게 보호 기능을 수행하는 외피로 구성된 뷰티 상품의 포장은, 강렬한 상품 숭배의 대상이 된다(다이앤 세버린 응우옌 Diane Severin Nguyen, b. 1990). 우리의 시각문화와 의식 속에서, 소비재는 종종 말 그대로, 혹은 심리적으로 몸과 피부를 대체한다(최하늘 Haneyl Choi, b. 1991; 김주영 Ju Young Kim, b. 1991).
오늘날 화장품은 어디에나 있고, 모든 형태로 존재하며, 모든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자처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 이러한 소비주의적 딜레마는 몸에 아주 가까이, 가장 구체적인 물질성으로 느껴지기 때문에 특히 그렇다. 파우더, 세럼, 로션, 스프레이는 이미지가 아닌 뭉침, 번들거림, 매트함, 그리고 광택 등을 통해 신비한 약속들을 전달한다. 그것들은 피부 톤이라는 언어로 '더 나은 자아'에 대해 이야기하며, 표면이자 보철 감각으로서의 ‘완벽한 피부’에 대해 이야기한다. 뷰티 자본주의는 피부 표피를 우리의 모든 성취와 열망, 두려움과 수치심이 펼쳐지는 무대로 만든다. 이 피부학적 전장은 오랜 문화적 역사를 지닌다. 미용 관행은 역사적으로 여성 신체와 제국주의적, 의학적, 군사적 관계가 얽히면서 등장해왔으며, 생명정치적 개입과 함께 청결, 젊음, 건강이라는 논리를 중심으로 한 쾌락의 체계가 혼합되어 있다. 작가 투이 린 응우옌 투(Thuy Linh Nguyen Tu)는 그의 저서 Experiments in Skin에서 “피부는 전쟁과 제국의 잔재가 가시적으로도, 지워진 채로도 존재하는 지형”이라 말한다.
그러나 이 피부논리적 사고는 지난 10년간의 사진 기반 SNS 시대에 폭발적으로 확산되었고, 그 어조 역시 훨씬 더 가혹해졌다. 레티놀, 각질 제거제, 알파 및 베타 하이드록시산 등, 이른바 ‘신(新) 스킨케어 시대’의 중심에는 화학적 폭력의 은유가 자리하고 있다. 이는 ‘치료’, ‘회복’, ‘돌봄’이라는 치료적 언어로 모호하게 완충 된 폭력이기도 하다.
폭력은 화장대 구석구석에 포장되어 있다. 침식을 통해 드러나는 자기 연출의 비극이다.
참여작가: So Young Park, Pamela Rosenkranz, Diane Severin Nguyen, Haena Yoo, Haneyl Choi, Sylvie Fleury, Simon Fujiwara, Sanja Ivekovic, Anna Munk, Ju Young Kim
출처: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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