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
2023년 9월 3일 ~ 2023년 9월 24일
To. 전시를 관람할 예정인, 관람하러 오신, 관람은 하지 못하는 모든 분께
가령, 내일 백두산이 폭발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우리가 전시를 계획하던 기간에는 그런 유언비어가 유행처럼 떠돌던 때도 있었습니다. 우리는 유행에 민감한 사람답게 그 화제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당시 우리는 한창 ‘다정’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왜 서로에게 다정하게 살아야 하는지, 다정한 마음이 실제로 세상에 무슨 영향을 줄 수 있는지……. 그러한 연유로, 우리는 어쩌면 다정한 태도야말로 재난을 대처하는 가장 영리한 생존법이 될 수 있지 않은가 생각했습니다. 원리는 아주 단순합니다. “아무도 타인을 해치지 않는다면, 그 누구도 다치지 않는다.”
멸망의 시대에 남겨진 사람들은 늘 어딘가를 향해 걷습니다. 믿음직한 생존자들, 그리고 그들이 모여서 꾸렸을 안전지대를 찾아서요. 그 길에서 그들은 항상 선택의 기로에 놓입니다. 저 사람을 도와줘도 괜찮을까? 식량을 나눠야 할까? 내 코가 석 자이지는 않은가? 생존을 위한 가장 쉬운 전략은 아무도 믿지 않고, 아무것도 베풀지 않는 것입니다. 그렇게 내 몸을 건사해서 안전지대에 도착하면, 내가 믿기로 결심한 선량한 생존자들은 문을 열어줄까요?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재난 속 인물들의 다정은 고귀한 선행과 희생으로 그려집니다. 그것은 교훈을 위한 해피엔딩으로 돌아올 수 있지만, 현실은 교훈을 위한 세계가 아닙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개연성을 돌파하는 방식으로 ‘다정한 생존론’을 제시합니다. 인간성을 잃지 않고, 약자를 돕고, 가진 것을 베풀면서 살아남는 방식이요. 운이 좋다면, 멸망하는 중에도 새로운 친구를 만들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사실 이 전시가 시작된 진짜 계기는 두 작가가 주고받은 편지였습니다. 두 작가 사이에 오간 편지들은 그 둘이 서로를 얼마나 친애하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들은 그 편지를 통해 서로 무엇을 공유하고 있는지 무척 궁금해했습니다. 정확한 단어를 찾기 위해 사전을 뒤져가며 노력했고, 많은 후보가 나왔습니다. 연대, 사랑, 인류애, 우정…….
‘다정’이라는 키워드는 그중 하나였습니다. 왜 그들은 편지하는 행위가 다정하다고 믿었을까요. 저는 그것을 이와 같이 규정했습니다.
1. 발신자와 수신자가 있다. 보내면-받는다.
2. 상호 독점적 텍스트.
3. 어쩌면, 답장을 기대한다.
우리는 이 규정을 이와 같이 재해석했습니다.
1. 누군가는 우리의 전시를 읽는다.
2. 거대한 이야기보다는, 개인의 이야기를. (결국 그들은 연결되어 있지만)
3. 어쩌면, 돌아올 다정을 기대한다.
서왕공원은 통유리로 둘러싸인 쇼윈도형 전시장입니다. 우리는 이 안에 다정한 편지를 실어 다정의 속력과 방향을 측정합니다. ‘다정한 생존론’이 뜬구름 잡는 이야기라면 이 편지는 이안류에 휩쓸려 멀어질 것입니다. 꽤 설득력 있는 이야기라면, 언젠가 새로운 가능성의 섬에 도달할 것입니다.
씬디 씨 러브조이(Cindy C. Lovejoy)는 777년의 로비니아 아카키아(Robinia Akakia)가 남긴 유산을 데리고 옵니다. 이것은 멸망 이후에도 어딘가로 도달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실행됩니다. 신서는 멸망을 준비하며 친구들과 동행하기 위한 생존 가방을 챙겼습니다. 이것은 멸망하는 중에도 다정을 유지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실행됩니다. 마지막으로, 이 편지는 아주 쉽게 쓰였습니다. 이것은 그 어디의 누구라도 읽어야 한다는 마음입니다.
멸망하는 세계에서 만났을 때, 우리는 다정한 관계로 살아갈 수 있을까요?
From. 다정한 안부를 담아, 서인 씀.
참여작가: 신서 Shin Seo, 씬디 씨 러브조이 Cindy C. Lovejoy, 로비니아 아카키아 Robinia Akakia
글: 김서인 Kim Seoin
그래픽: Shabalabadabalabadingdong
기획: 다정한생존연구회
시간: 해가 뜰 때 - 00:00
기간: 2023.09.03-09.24
주최: 공-원 서왕공원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경기대로7길 54
운영시간
월요일 휴관
화요일 12:00 - 18:00
수요일 12:00 - 18:00
목요일 12:00 - 18:00
금요일 12:00 - 18:00
토요일 12:00 - 18:00
일요일 12:00 - 18:00
휴관: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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