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집
2026년 11월 2일 ~ 2026년 11월 8일
더 그레잇 커미션(The Great Commission, TGC)은 11월 2일(월)부터 8일(일)까지 대학로 예술가의집 전관과 마로니에공원, 낙산공원 일대에서 전시 축제 《SAD BOOK — 다시 쓰기: 몸으로서의 도시》를 연다. 아일랜드의 로나 번, 독일의 플로리안 돔부아, 미국의 로나 심슨, 그리고 최찬숙, 황민규, 권아람까지, 국내외 작가 여섯 명이 한 편의 희곡 위에 각자의 언어를 덧쓴다. 다섯 편의 희곡을 따라 걷는 전시가 일주일 내내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매일 한 편씩 퍼포먼스와 워크숍, 대담이 '라이브 페이지'로 더해진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시각예술창작산실 지원작이며, 예술가의집 공동기획 프로그램으로 열린다.
《SAD BOOK》은 지난 10여 년, 어디에도 공식 기록으로 남지 못한 이야기들 곁에서 시작되었다. 부모의 손을 놓친 아이, 거리에서 겨울을 나는 사람, 국경을 건너와 다시 집을 짓는 사람. 저마다 다른 이유로 집과 고향을 잃은 이들의 삶을 오랜 인터뷰로 기록하고, 이를 무대에 올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읽히기 위해' 쓴 다섯 막의 희곡, 레제드라마(Lesedrama)로 다시 썼다. 이야기 속 인물들은 양치기와 등대지기 같은 나그네의 모습으로, 현실의 시간과 상상의 시간을 오간다.
그러나 이것은 슬픔에 머무는 이야기가 아니다. 슬픔은 일어나는 순간에 끝나지 않는다. 《SAD BOOK》이 따라가는 것은 이미 일어난 일 다음 에 무엇이 오는가이다. 위로나 망각, 극복이라는 익숙한 틀 대신, 내면에서 더 천천히, 서서히 고개를 드는 무언가. 당연하다고 치부해 왔거나 너무 개인적이어서 흘려 보냈던 것들이 다시 서로에게 닿는 순간이다.
전시의 제목이자 방법인 '다시 쓰기(Overwrite)'는 지우는 일이 아니다. 이미 존재하는 것 위에 새로운 층을 겹쳐 쓰는 일이다. 그 아래의 상처와 기억은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그 위에서 또 하나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슬픔 위에, 우리의 몸 위에, 그리고 이 도시 위에.
슬픔은 끝이 아니다. 그 위에, 회복이 쓰인다.
이런 이야기들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이 모든 일을 다 설명할 언어는 우리에게 없다. 다만 그 시간을 살아 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는 있고, 거듭 들려주는 동안 우리는 조금씩 그 이야기를 이해해 간다. 그래서 《SAD BOOK》은 다큐멘터리도, 비평도 아닌 드라마의 구조로 짜여 있다. 사실을 진술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증언이 그 안에서 살아 움직일 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다.
관객은 배우 황규찬의 목소리로 녹음된 다섯 편의 이야기를 헤드폰으로 들으며 전시장을 걷는다. 다섯개의 공간은 담고 있는 이야기가 모두 다르지만, 같은 호흡을 나눈다. 들어서고, 잠기고, 다시 돌아 나오는 호흡이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사라진 이 '연약하고 섬세한 극장(Fragile Theatre)'에서 여섯 명의 작가는 원본 희곡 위에 각자의 언어로 새로운 층을 덧쓴다. 그리고 마지막 층은 관객의 몫이다. 텍스트는 그 자체로 완결되는 법이 없다. 읽는 이가 그 앞에 마주 설 때에야, 비로소 완성된다.
SAD BOOK 리딩룸. 전시의 끝에는 한 권의 책만 놓인 방이 있다. 관객은 이곳에 남아 《SAD BOOK》을 읽고, 방금 걸어 나온 이야기와 자신의 시간을 나란히 놓아 본다. 다른 책이나 일은 잠시 밖에 두고, 오롯이 나에게 돌아오는 시간이다. 리딩룸에서는 《SAD BOOK》의 희곡을 중심으로, 매일 그날의 페이지에 맞춘 '오늘의 문장'이 담긴 책갈피를 건넨다. 일곱 날을 모두 건너온 사람의 손에는, 일곱 개의 문장이 남는다.
장소 또한 하나의 층이다. 경성제국대학 본관으로 지어져 해방 뒤 서울대학교 본관으로, 다시 예술가와 시민의 집으로 쓰여 온 예술가의집(사적)은 그 자체로 여러 시간이 덧쓰인 몸이다. 전시는 이 건물의 방과 복도, 정원에서 시작해 개막일에는 마로니에공원으로, 폐막일에는 낙산공원 언덕으로 걸어 나가며, 텍스트의 몸에서 도시의 몸으로 번져 간다.
슬픔의 기록을 '축제'라 부르는 것은 역설처럼 들린다. 그러나 축제는 무언가의 끝을 확인하는 자리가 아니라, 다음 시간이 시작되는 자리다. 관객은 각자의 속도로 머물고, 감각하고, 돌아본다. 그리고 들어올 때보다 조금 더 가벼운 걸음으로, 다시 나아갈 힘을 안고 돌아간다.
※ 프로그램별 내용과 신청 방법
일주일의 전시 축제 동안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퍼포먼스, 워크숍, 리딩 워크, 대담 등 다양한 라이브 프로그램이 열립니다.
참여 작가: 로나 번(아일랜드), 최찬숙, 플로리안 돔부아(독일), 황민규, 권아람, 로나 심슨(미국)
큐레이터·연구자: 전민경(Zoe Chun)
프로젝트 코디네이터: 이혜나, 최지운
낭독: 황규찬
연주: 장지원, 신예은
디자인: 문정주
제작: 더 그레잇 커미션(The Great Commission)
지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시각예술창작산실 | 공동기획 예술가의집
자세한 내용은 더 그레잇 커미션 인스타그램(@tgc_seoul)과 예술가의집 인스타그램 (@arkoartisthouse)에서 확인하세요.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운영시간
월요일 11:00 - 19:00
화요일 11:00 - 19:00
수요일 11:00 - 19:00
목요일 11:00 - 19:00
금요일 11:00 - 21:00
토요일 11:00 - 19:00
일요일 11:00 - 19:00
모든 프로그램은 주최측의 사정으로 변경될 수 있으니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