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롱드에이치
2016년 12월 23일 ~ 2017년 2월 17일
Miserere mei deus, oil stick drawing, 2016
1 / 2
– 현현(Epiphany), 남겨진 영원한 순간 –
의사 소통을 이루는 역할을 언어의 대표적 순기능이라 한다면, 상호간의 사유와 감정을 교류하는 기호로서, 본질적 측면에서의 음악은 사회적으로 언어를 대신하는 ‘또 하나의 언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언어나 기호와는 다르게 피상적 관찰과 판단으로만 이루어지는 대상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감각을 통해 수용되는 현상으로써, 전달되는 형태에 차이가 있다. 음악을 듣는 행위는 단순히 파동을 통해 전달되어 뇌신경 세포의 복합적인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 아닌, 저마다의 사유가 투영된 채 개개인의 정서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Star Man>에서는 위와 같이 음악이 지닌 역할과 감성을 종교적 오브제인 ‘십자가’를 통해 표상하고 있다. 도상학적으로 가장 오래, 그리고 널리 알려져 있는 상징적인 형태는 종교 이념을 떠나 문화권, 국가, 성별을 막론하고 쉽게 의미를 전달하는 기호로 작용한다. 167개의 청동 십자가가 군집되어 찬란한 빛을 머금고, 비춰지는 그림자가 공간을 아우르며 엄숙한 전율과 감동을 선사한다. 각각의 십자가에는 ‘비명(碑銘)’과 같은 글귀가 적혀있는데, 한 때 시대를 풍미했던 뮤지션의 이름과 그들이 생을 살아간 시간, 마지막을 맞이했던 저마다의 이유를 새겨놓은 것이다. 꿈과 같은 삶을 살았고, 다시 먼 곳으로 돌아간 이들. 누구에게나 희노애락애오욕을 더욱 짙게 전해주며 지극히 개인적인 감성을 공유했던 음악이 있기 마련이다. 이 작품은 지나간 기억과 추억, 그 때 그 장면, 순간의 감정까지 고스란히 소환하는 매개체로써 의심할 여지 없이 우리 모두와 유기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음악의 크나큰 힘, 그 특별한 가치와 의미를 전하고 있다.
전시장 입구에 적힌 텍스트 드로잉은 시편 중 ‘Miserere mei, Deus(주여 불쌍히 여기소서)’로 시작되는 내용에 곡을 붙인 ‘죽은 이를 위한 성가’이다. 종교에서 신적인 존재를 통해 궁극적으로 더 나아지기를 바라며 실현되기를 염원하는 것, 이를 테면 누군가의 삶에서 혹은 내 안의 감정을 이겨내고자 하는 것이 구원이라 여긴다면, 적어도 <Star Man> 전시에서는 음악과 종교가 그 궤를 함께하고 있는 듯하다. 더하여 신적인 존재가 세상에 나타난 때의 ‘현현’과 같이, 음악도 일상적 경험에 인상을 남기고 찰나에 영속성을 불어넣는다. 어떤 장면이 불현듯 흘러나오는 선율을 타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묵직한 감성적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그렇게 불가항력이고 필연적으로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Star Man>에 남겨진 것은 보는 이에 따라 -강렬했던 예술적 욕망과 치열했던 삶의 흔적일수도, 혹은 비극으로 끝난 절망적인 삶일 수도 있기에- 이것이 애도인지 냉소일지, 제각각 달리 받아들여질 그 의미를 정확히 단정지을 수 없다. 그저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듦에 있어 현재를 떠나서도 아직 여기에 남겨진 그들의 자취와 무형의 것들을 떠올리게 하는 매개로써의 음악, 이토록 무한한 것에 대한 경의를 표한다. 영원히 새겨진, 어느 젊은 예술가의 초상을 그리며.
글. 손하영, salon de H 큐레이터
출처 : 살롱드에이치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운영시간
월요일 11:00 - 19:00
화요일 11:00 - 19:00
수요일 11:00 - 19:00
목요일 11:00 - 19:00
금요일 11:00 - 19:00
토요일 11:00 - 18:00
일요일 휴관
휴관: 일요일
모든 프로그램은 주최측의 사정으로 변경될 수 있으니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를 확인하시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