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수
2020년 8월 12일 ~ 2020년 8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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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와 해외여행에 대한 경보가 장기화되면서 무력감과 고립감이라는 심리 상태로 이어지 는 '코로나 블루(Covid Blue)'의 시대가 왔다. 동시에 비대면의 사회적 관계를 바탕으로 한 경제 활동과 소비 문화가 확산되는 현실을 경험하며, 미래 논쟁은 한발 더 앞당겨졌다. 무엇보다 예술계는 직격탄을 맞으며, 갑작스레 맞이한 언택트 바람에 새로운 전시의 판도를 전망하고 개척할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랜선 경험이 오프라 인의 것을 대체할 수는 없다는 본질적인 문제에 부딪히고 있으며, 긴급 지원정책은 현장과의 어색한 간극을 드러낸 다. 이 패러다임 변화의 시기에 예술은 어떤 모습과 위상으로 관람자에게 다가가야 할까?
전시 타이틀의 ‘특이점(Singularity)’이란 어떤 기준을 상정했을 때, 실제로 그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 점을 이르는 용 어로 물리학, 수학에서 사용된다.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지능을 초월하는 시점으로서 '특이점 이론'을 주장하는 미래 학자 레즈 커즈와일은 특이점의 예상연도인 2045년를 전후로 AI가 인류 전체의 것을 합친 지능을 초월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번 전시 <The Singularity is Near 특이점이 온다>는 기술과 예술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진화해 나갈 수 있는 방향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출발하며, 참여작가 노영미, 윤보현, 장유정 3인은 2020년을 살아가는 동시 에 기술과 예술이라는 두 영역을 사진, 오브제, 영상, 설치 등의 작업을 통해 매개한다.
세 작가는 기술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매체를 통해 과거와 현재, 서양과 동양,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경계를 각자의 방 식으로 넘나드는 작업을 시도해 왔다. 갤러리를 들어서면 보이는 장유정의 ‘자연스러운 자연 Natural Nature(2018)’은 식물원에서 찍은 사진과 그 사진으로부터 영감을 얻어 수집하고 가공한 오브제를 나란히 제시한 다. 작가는 지난 작업들에서 지속적으로 탐구해 온 '이미지와 실재 사이의 관계’를 확장해 다루며, 그 관계 속 새로이 형성되고 있는 순환 구조를 우리에게 제시한다. 사전, 키세스 초콜릿, 목상자와 같은 사물과 사진 속의 식물 중 무엇이 실재에 가까운가? 눈 앞의 것을 받아들이기 위해 카메라 렌즈로 그 모습을 담아내는 이미지 홍수의 시대에 우리에게 실재란 무엇인지, 우리는 오늘날의 사물, 이미지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묻고 싶다.
1층 코너를 돌면 왁스로 제작한 누드 피규어와 그림자로 이뤄진 윤보현의 작품 'Shadow(2004)'를 마주하게 된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TV 쇼나 영화가 여러 장소들에서 촬영된 무수한 컷들을 편집해 매끄러운 장면을 연출하듯 이, 다수 개의 마디로 분절된 몸체들은 그림자로나마 완벽한 형체를 입게 된다. 작가는 퍼펫 쇼를 연상시키는 작품에 단일한 빛을 이용한 그림자 트릭을 적용해 우리의 '자유로운 몸' 배후의 보이지 않는 권력의 존재에 대한 의문을 던진 다. 개인과 집단, 인간이 이루는 관계 속 가시성과 인식에 대한 작가의 탐구는 갤러리 2층의 조각, 설치, 인터랙티브 등의 장르를 통해 다각도로 풀어낸 유리 매체 작업들에서 한층 심화된다. 윤보현은 투명한 ‘유리’를 빛, 소리, 진동으 로 변형시키며 인간 관계와 시각성 사이에 내재하는 여러 레이어를 탐구하고 있다.
2층 노영미의 영상 작품 3점 ‘파슬리 소녀(2018)’, ‘KIM(2019)’, ‘I am not yours, I am you(2019)’는 세계의 드 넓은 망(world wide web)을 떠도는 문서, 소리, 그림, 동화상(moving image)의 소스들로만 제작되었다. '파슬리 소녀’에서 주인으로부터 독립하는 이탈리아의 오래된 동화를 연기하기 위해 모인 데이터들은 저작권으로부터 해방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릴레이로 상영되는 ‘KIM’은 어느 여인이 자신의 우울증을 해소하기 위해 미스터 킴을 찾 으러 산으로 가는 이야기로 박지원의 ‘김신선전’, 헤르만헤세의 ‘산길’, D.H.로렌스의 '채털리 부인의 연인’을 각색하 여 만들었다. ‘I am not yours, I am you’는 그린 스크린 속 뛰고 있는 한 여자와 안개 낀 강가의 모습을 담은 두 파 운드 푸티지의 스틸 컷을 ‘구글 이미지 검색’해 찾은 유사 이미지들로 교차 편집한 작품이다. 작가는 저작권이 풀린 자 료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세계 속 그들의 자유, 해방, 그리고 소외, 불안감을 담아내며 그들의 이용자 혹은 방관자일 우리에게 몰입과 동시에 거리감을 준다.
전시는 끝으로 건물 외부를 활용한 윤보현의 작품을 통해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새로운 행동지침 속 개인과 집단의 경 험과 소통에 대한 의식 변화에 대한 생각을 되새기며, 관람자와의 소통을 시도하고자 ‘행위’한다. 이 전시에서 주목하 는 세 작가의 작업은 인간과 기술 간의 관계와 포착하기 힘든 그 이면의 양상을 추적하며, 21세기의 팬데믹 사태라는 연속선상을 벗어난 사회적 변곡점에 접근하는 차별화된 예술적 우회 경로를 제공한다. <The Singularity is Near 특이점이 온다>는 기술발전의 무게 중심을 재고하며 ‘특이점’을 재정의하고자 한다. 노영미, 윤보현, 장유정 3인은 동 시대의 관찰자이자 예술 행위자로서 코로나 시대 속 ‘예술’의 본질과 존재를 고민하고 세상과 소통해야 하는 숙명을 공동의 ‘사명’으로 삼으며,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미학의 신호탄을 쏘아 올릴 것이다.
참여작가소개
작가 소개
노영미(b.1982)는 시카고 예술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평면회화, 그래픽 노블, 설치 작업 등을 주로 하다가 2015 년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한 뒤, 현재는 애니메이션 기반의 실험 영상에 주력하고 있다. 이번 전시 에서 선보이는 '파슬리 소녀' (2018), 'KIM' (2019), 'I am not yours, I am you' (2019)는 세계의 드넓은 망(world wide web)에서 자유로이 부유하는 데이터들이 자전적인 이야기를 생성해 자신들이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해 털어 놓 는다.
노영미의 영상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국립아시아문화의전당, 경기도미술관, 예술의 전당, 아르코 미술관, 서울국제 실험영화페스티벌,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 등 국내와 해외 다수의 영화제와 전시를 통해 소개되고 있다. 현재는 'EYMR STUDIO'를 운영하며, 부산과 LA를 오가며 활동 중이다.
윤보현(b.1975)은 도쿄 타마예술대학과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에서 유리 조형을 전공하고 퍼포먼스, 영상, 설치 등의 다양한 매체로 작업을 지속해 왔다. 작가는 매체 자체가 갖는 여러 속성들을 통해 우리 삶의 의미와 관심사들에 접근한다. 주로 유리, 거울, 목재, 금속, 비닐, 왁스, 소리 등 광범위한 매체를 활용한 조각, 퍼포먼스, 영상, 설치 장르 를 통해 삶과 자아의 경험들을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특히 인간 관계에 내재된 환상을 탐구함으로써 가시성과 인식에 대한 개념을 확장하고 있다.
윤보현은 제12회 송은미술대상전을 비롯한 국내와 도쿄, 브라질, 미국 등지에서 다수의 전시에 참여해 왔으며, 현재 버지니아와 서울을 오가며 활동하며 버지니아 커먼웰스 대학 유리 조형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대표적으로 미국 워싱 턴 스미스소니언 미술관(Smithsonian American Art Museum), 뉴욕 아트 디자인 박물관(Museum of Art and Design), 독일 울름 미술관(Museum Ulm), 대만 치메이 미술관 등의 전시에 참여했으며, 스미스소니언 미술관, 펜 실베니아 웨스트 컬렉션(West Collection), 뉴욕 코닝 글래스 뮤지엄(Corning Museum of Glass), 도쿄 타마예술 대학 미술관, 송은아트스페이스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장유정(b.1979)은 이화여대에서 조소를 전공하고 골드스미스 대학에서 순수예술 석사 과정을 밟은 후, 올해 연세대 영상예술학 박사 학위을 취득했다. 작가는 사진과 회화, 조소, 설치 등 여러 영역들을 가로지르는 작업을 통해 이미지 의 세계와 현실의 세계 간의 관계를 탐색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자연스러운 자연 Natural Nature' (2018) 시리즈는 이상적인 자연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조성된 뉴욕 식물원에서 찍은 사진들과 그 사진에서 연상한 오브제들 을 함께 제시하며, 오늘날의 이미지와 사물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에 대해 탐구한다.
장유정은 최근 뉴욕 The Cluster Gallery, 서울대학교 미술관, 김종영 미술관, 스페이스 K, 자하미술관 등 다수의 국 내외 전시에 참여했으며, 리움 삼성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대림미술관, 골드스미스 컬리지 컬렉션 등에 작품이 소 장되어 있다.
출처: 갤러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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