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사이드갤러리
2026년 5월 15일 ~ 2026년 6월 13일
아트사이드 갤러리는 오는 5월 15일부터 6월 13일까지 현대 사회 속 유동적인 자아와 정체성의 본질을 탐구하는 전시 《Total Recall》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1990년대 영화적 상상이 예견했던 ‘가상의 물질화’가 2026년 현재 어떤 방식으로 우리 곁에 존재하는지, 그리고 끊임없이 부유하는 이미지 속에서 개인의 정체성이 어떻게 재구조화되는지를 세 명의 신진 작가 권상록, 곽지수, 한의도의 시선을 통해 조명한다. 본 전시는 정체성을 잃어가는 현대인의 공포를 조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히려 흩어진 데이터의 조각들 사이에서 스스로를 끊임없이 발굴하고 조립해야 하는 동시대인의 숙명을 긍정한다.
한의도: 데이터 레이어에 가려진 존재의 뒤틀림
한의도(b.2003)는 총체성에 대한 희망이 사라진 시대 속에서 늘어지고 뒤틀린 인물의 형상을 통해 파편화된 현대인의 정체성을 직유한다. 화면 위에서 배경과의 경계가 모호해질 정도로 반복되고 중첩된 형상들은 디지털 사회와 도파민 중심의 매체 환경이 인간에게 가하는 시각적 왜곡의 과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작가는 매끈하게 가공된 미디어의 층위를 걷어내어 그 이면의 불완전함을 드러냄으로써, 관객으로 하여금 우리가 무엇을 진실이라 믿고 있는지 스스로 자문하게 한다.
그의 작업은 현대인의 시각적 소비 세태와 집단적 인식 방식을 날카롭게 포착한다. 작품 <리뷰>는 자본주의적 보상 체계 속에서 진실된 향유 대신 과시를 위한 이상적 이미지를 만드는 데 매몰된 현대인을 풍자하며, <운석>은 근거 없는 경험담이 집단적 현상으로 번지는 과정을 통해 불안을 조절하고 미래를 이해하려는 인간의 방식을 시각화한다. 또한 <사랑니>에서는 이의 뿌리를 통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의 관계를 위트 있게 암시한다. 결국 작가는 고정된 실체보다 유동적으로 떠다니는 정체성의 파편들이 우리 삶의 진실에 더 가까움을 역설하며, 타인의 시선에 최적화된 자아라는 현대적 정체성을 서술한다.
곽지수: 파괴와 결합으로 빚어낸 연대의 형상
곽지수는 정체성에 대한 내밀한 감각을 조각적 형상으로 시각화한다. 중심부가 텅 비어 있는 그의 조각은 홀로 설 수 없는 것들이 연대를 통해 서로 얽혀 중력에 저항하는 지점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그 위로 미디어에서 오려낸 익명의 신체 이미지들을 물리적으로 움켜쥐고 구겨서 부착하는데, 이 과정은 평면의 데이터를 입체의 물질로 변환시키며 실재를 감각하는 행위가 된다. 잘려 나온 신체의 파편들을 구조 안에 붙여 하나의 몸을 완성하는 작업은 해외 체류 경험 등을 통해 겪었던 분열된 자아를 통합하려는 작가적 시도와 닮아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원본의 중요성이 사라진 시대에 떠도는 이미지들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 속 다중시점을 차용한다. 형상을 날카로운 유리 파편처럼 분절시키고, 이를 로마 시대 순교자나 성경 속 인물인 '루치아'와 '마라' 등 고통을 겪은 여성들의 이름으로 명명함으로써 대상화된 이미지를 개별적인 주체로 탈바꿈시킨다. 중심이 비어 있기에 오히려 견고하게 서로를 붙드는 이 조각들은, 타인에 의해 소비되는 이미지를 넘어 불안정한 시대를 버텨내는 아름다운 연대의 형상을 보여준다.
권상록: 디지털 유적의 퇴적과 회화적 복구
권상록은 가변적인 세계 안에서 형성된 디지털 유적의 감속과 퇴적을 풍경으로 그려낸다. 그는 2000년대 초반 MMORPG가 구축했던 가상 세계의 풍경, 특히 서비스가 종료되어 더는 접속할 수 없는 '샤이닝로어'의 잔상을 화면 위로 소환한다. 한때 수많은 개인이 접속하여 관계를 맺고 존재를 확장했던 이 공간은 이제 데이터베이스 어딘가에 공허한 기표로 남겨졌으나, 작가는 주인의 부재 속에 붕괴해가는 로우 폴리곤(Low-polygon)의 세계를 '주관이 관여하지 못하게 된 세계 속의 풍경'이라 명명하며 회화적 층위로 복구한다.
그에게 회화는 단순한 재현을 넘어 오랜 시간 축적된 '시간의 장소'다. 이미지가 즉각 소비되는 디지털 환경의 속도감에 저항하듯, 권상록은 회화적 언어를 통해 이미지를 암호화하고 물리적인 거리와 지연의 상태를 만들어낸다. 짧고 속도감 있는 붓질과 특유의 색채가 뒤섞여 흐르는 화면은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흐리며, 과거의 데이터가 현재의 감각과 교차하는 실재의 상(像)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관람객은 망각해온 시공간과 그 안에 묻힌 실재의 흔적을 대면하게 된다. 본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은 세 작가가 펼쳐 놓은 시각적 층위들을 따라가며, 외부로부터 설계된 기록과 내면의 실재하는 감각 사이에서 진정한 '나'를 회수(Recall)하는 여정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참여작가: 권상록, 곽지수, 한의도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운영시간
월요일 휴관
화요일 10:00 - 18:00
수요일 10:00 - 18:00
목요일 10:00 - 18:00
금요일 10:00 - 18:00
토요일 10:00 - 18:00
일요일 휴관
휴관: 일요일, 월요일
모든 프로그램은 주최측의 사정으로 변경될 수 있으니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