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스막3
2021년 12월 9일 ~ 2021년 12월 29일
1
수면(水面)과 수면(睡眠)에 대해 생각한다.
수면(水面) 아래와 수면(睡眠) 속을 알지 못한다.
‘불확실한`, ‘탈영토화1된`, ‘초월적인`, ‘비인칭적2인` 수수께끼들의 집합은 인간의 추측을 불러온다.
수면(水面)과 수면(睡眠) 외부 세계로부터 의미나 가치는 내부에서 적용될 수 없고 그렇기 때문에 (뭍의) 인간과 비인간이 수면(水面) 아래 혹은 수면(睡眠) 상태에서도 그 정체성으로 존재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품는다. 인증하는 외부체계와의 교섭이 단절된 상황에서의 ‘존’과 ‘생`은 누구에 의해 어떻게 성립되는가. 정신적, 육체적, 사회적 고립에서 오는 감각은 그곳에 도달할 수 없는 우리가 새로이 해석할 뿐이다.
수면(水面) 위, 비(睡眠)수면 상태의 우리는 자연스러운 생의 범위를 뒤틀기 시작한다.
2
당연한 동면
(표 1)동물의 비동면 토포와 동면 토포 비교 그래프 (Patterns of daily torpor and hibernation)
동면을 취하는 생명체들의 동면(Hibernation)과 일일 토포(Torpor*)상태에 관한 그래프이다.
이는 가을-겨울 (cold season)에 잠에 드는 동물들(특히 포유류)의 패턴을 분석하여 연간 체온변화를 비교하였다. 겨울잠에 드는 생명체들에게 이러한 체온에 따른 시간의 끊김은 생애주기에 당연한 부분이다.
*토포는 동물이 주로 체온이나 신진대사를 극도로 낮추어 무감각·무기력 상태에 돌입하는 습성을 말한다

(표2)온도에 따른 물의 부피 변화
수면 아래(水面)의 상황은 신비롭다. 얼음은 물보다 가볍다. 그러므로 얼어붙은 표면은 물 위에 뜨게 되고 얼음 막을 형성한다. 일반적인 물질은 고체 상태에서 액체보다 밀도가 높다. 하지만 수소결합의 경우는 예외로 볼 수 있다. 물 분자 사이의 수소결합이 형성되어 육각형 구조를 이루며 규칙적인 배열을 이룬다. 얼음 상태에서 영하 온도에서부터 섭씨 0도까지 온도 증가 구간에서 온도에 따른 분자활동의 활발해짐으로 인해 분자 간의 거리가 멀어져서 결국 얼음이 팽창하게 되어 얼음의 부피가 커지고, 밀도가 작아지게 된다.
이는 얼어붙은 수면 아래의 세상을 자연스럽게 구축하고 내부의 온도를 유지하며 물속 유기체들 (Underwater Creatures)이 동면을 통해 삶을 이어가게 한다.
수면(水面) 위, 비(睡眠)수면 상태의 우리는 이러한 물속 유기체들 (Underwater Creatures)의 삶을 이식하기에 이른다.
3
인공동면
“잘 지내, 미래는 현재와 다른 어떤 것이 아니라 단지 긴 현재일 뿐이야."3
김금희, <나의 사랑 매기>, 현대문학
수면(水面) 위, 비(睡眠)수면 상태의 우리는 당연한 동면을 통해 삶의 연속성을 부정하려 든다. 2007년, 이미 한국은 인공적인 생체리듬과 수조의 배경을 조절하여 물고기(넙치)를 동면 상태로 만들어 미국으로 20시간을 비행시켰다. 이후, 2020년 한국에서 최초의 냉동인간이 등록되었다. 러시아 모스크바의 알코어 생명연장재단에 80대 여성의 몸이 얼어붙어 있다. 보관기간은 100년이고, 100년 후의 사고에 대해서는 보장해주지 않는다.
수면(水面) 위, 비(睡眠)수면 상태의 우리는 깨어나지 못함에 대한 불투명한 두려움보다 파편화된 유기적인 삶을 지속하는 것에 더한 집념을 가진다.
다시 한번,
수면(水面)과 수면(睡眠)에 대해 생각한다.
수면(水面) 아래와 수면(睡眠) 속을 알지 못한다.
하지만 수면(水面) 위, 비(睡眠)수면 상태의 우리는 당연한 유기성을 당연하지 않은 시스템으로 통제한다.
<나의 사랑 매기> 속 매기는 미래는 현재와 다른 어떤 것이 아니라 단지 긴 현재일 뿐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미래를 향하는 현재를 재조립하거나 복제하거나 편집하려 든다. 유기체로서의 삶은 유기적인 삶을 공정할 수 없다. 잠든 우리가 깨어난 미래는 만들어진 새로운 세상이 아닌 지나왔던 현재의 연장선상의 한 점일 뿐이다.
1. 동물의 행동에서 나온 개념으로 동물이 영토(territoire)를 형성하고 그것을 버리고 혹은 그로부터 벗어나는 행태로부터 들뢰즈와 가타리는 ‘영토화(territorialisation)’와 ‘탈영토화(deterritorialisation)’의 개념을 추출한다. 그리고 또 다른 성질의 무언가 위에서 새로운 영토를 재확보하는 행동으로부터 ‘재영토화(reterritorialisation)’의 개념을 만든다. 따라서 탈영토화는 어떤 영토를 떠난다는 것을 의미하고, 그 영토를 다른 것의 영토로 만들거나 다른 곳에서 자신의 새로운 영토를 만드는 것을 재영토화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이들은 이 개념들을 다른 분야로 확장시켜 사용한다. 예를 들어 인간은 태어나는 행위에서부터 그의 앞다리를 탈영토화하며, 그것을 땅으로부터 거두어내어 손으로 삼고, 나뭇가지들이나 연장들 사용하기 위해 그것을 다시 재영토화한다. (류한승, 2003)
2. ‘주체’와 일정한 거리를 둔 상태에서의 발화법, ‘주체’의 전유물이 아닌 언어와 목소리가 등장하고 있다. 레퍼런스 리스트의 고봉준 (2014),『비인칭적인 것』에서는 그것을 ‘비(非)인칭적인 느낌’으로 칭한다.
3. 김금희, (2021), 『 나의 사랑 매기』, 현대문학 PIN 시리즈, 2021, p21-22.
고요손
작가는 조각과 표면, 시제의 혼돈을 탐구한다. 작업 ‘수면(水面)1,2’에서 조각된 ‘몸’들은 무언가를 던지고 마시고 먹지만 결국엔 잠이 든다. 동면에 접어든 신체와 그(녀 혹은 그들)를 팔을 베고 기다리는 신체가 있다. 각각 의식과 인식을 포기한 채 미래를 기다리는 자와 미래에서 사는 자, 서로는 주파수를 찾아 교신을 시도한다. 고요손의 설치 작업 ‘수면(睡眠)’은 심해/토지, 성스러움/불경함, 수면/비수면과 같은 양극단을 투명하고 울퉁불퉁하게 분리시키는 동시에 결속시킨다.
김민희
작가는 본 기획을 통해 총 5점의 신작 회화 작업을 선보인다. 인간의 창작(파이널 판타지 8)에서 비롯된 인간/비인간의 경계의 가공된 생을 화면에 데려온다. 물보다 가벼운 얼음 속에서 ‘RINOA’,‘ESTHER’,‘SIBYLLA’는 인공 동면 중인 형상을 띄고 있다. 특히, 파이널 판타지 8의 ‘SIBYLLA’는 예언자이자 초월적인 존재를 표방한다. ‘IDEA’는 동면에서 깨어나는 중, ‘EDEN’은 극화의 종들이 동면에서 깨어난 후 맞이하는 형태를 총체한다. 작가는 다면적인 인간 형체 혹은 비인간의 형체와 평면의 조우(Encounter)를 포착한다.
레퍼런스 리스트 (Reference List)
1. Geiser, F., (2013), Hibernation. Current Biology, 23(5), pp.R188-R193.
2. NCPR. 2021. Natural Selections: How do turtles survive a winter underwater?. [online] Available at: <https://www.northcountrypublicradio.org/news/story/24195/20201203/natural-selections-how-do-turtles-survive-a-winter-underwater> [Accessed 5 October 2021].
3. Sciencetimes.co.kr. (2010) 동물들의 신비로운 겨울잠 – Sciencetimes. [online] Available at: <https://www.sciencetimes.co.kr/news/%eb%8f%99%eb%ac%bc%eb%93%a4%ec%9d%98-%ec%8b%a0%eb%b9%84%eb%a1%9c%ec%9a%b4-%ea%b2%a8%ec%9a%b8%ec%9e%a0/> [Accessed 1 November 2021].
4. The Conversation. 2021. The secret to turtle hibernation: Butt-breathing. [online] Available at: <https://theconversation.com/the-secret-to-turtle-hibernation-butt-breathing-86727> [Accessed 22 October 2021].
5. 고봉준 (2014),『비인칭적인 것』, 산지니 평론선 11
6. 김금희, (2021),『 나의 사랑 매기』, 현대문학 PIN 시리즈, 2021
7. 김병희 객원기자 (2018) 화성 가는 우주비행사 ‘동면’ 가능할까? – Sciencetimes. [online] Sciencetimes.co.kr. Available at: <https://www.sciencetimes.co.kr/news/%ED%99%94%EC%84%B1-%EA%B0%80%EB%8A%94-%EC%9A%B0%EC%A3%BC%EB%B9%84%ED%96%89%EC%82%AC-%EB%8F%99%EB%A9%B4-%EA%B0%80%EB%8A%A5%ED%95%A0%EA%B9%8C/> [Accessed 22 November 2021].
8. 류한승, (2003). 유목주의 연구 - 들뢰즈와 가타리를 중심으로 - 기관없는 신체 [online] Mmca.go.kr. Available at: <https://www.mmca.go.kr/study/study14/study14_j3.html> [Accessed 6 December 2021].
9. 이정우 (2011), 『사건의 철학: 삶 죽음 운명』, 그린비
10. 질 들뢰즈 (1981), 하태환 역,『감각의 논리』, 민음사, 1995, p.78.
글.기획: 이지언
참여작가: 고요손, 김민희
그래픽 디자인: 이건정
사운드: shy as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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