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이문로 33길 8
2019년 4월 24일 ~ 2019년 5월 8일
<프롤로그>
여러갈래로 뻗어있는 좁은 골목길 사이로 들어선다. 동서남북 방향감각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는 이 골목길을 따라 낮은 비탈면의 울퉁불퉁한 땅바닥은 마치 돌덩이들 위를 걷는 듯하다. 붉은 벽돌로 된 높고 낮은 집들, 높아봤자 전봇대만하고 다닥다닥 붙어 있는 집들은 담벼락을 사이로 어설피 얽히어 있다. 사람이 살고 있는 집, 허물어진 집, 빈 집, 대충 지어진 것 마냥 삐뚤게 서 있는 집들. 드나들고 나가고 다시 돌아오는 집은 페인트칠이 군데군데 벗겨진 녹슨 철대문의 아가리가 삐거억 철컹하며 닫히고 열린다. 계단과 마당, 공터와 붉은 벽돌이 불규칙하게 늘어선 그 사이로 이따금씩 출몰하는 정체불명의 벌레들, 구멍 나고 깨진 틈 속의 풀뿌리들과 같이 미약하게 균열을 벌린다. 길목 어귀마다 띄엄띄엄 자리잡은 엉크러진 화분들, 집 앞의 쓰레기들은 쌓이다가 흐트러지고 나뒹굴고 없어지고 다시 생기고 쌓이고 흩어지고 나뒹구는 횟수는 계절과 상관없다. 맑은 햇살이 쨍하고 내비칠 때보다는 우중충한 먹구름이 드리울 때가 거친 표피들의 색을 더욱 짙게 만든다.
전시는 이러한 어수선한 혼합의 사이를 헤집고 오는 곳에서 일어난다.
허름한 구석들이 뼈를 내보이며 과잉과 결여가 혼재되어 있는 풍경이 서로 반복하고 나열되면서 그렇게 무게중심을 기울인다. 박동하던 삶이 떨어져 나간 공간은 껍질만 남은 채 무형의 초상처럼 불분명하다. 하지만 그로써 그것은 모습을 드러낸다. 수없이 중단되고 비켜간 지나침의 순간, 그 같은 언어로 묘사해 볼 수 있겠으나 붙잡을 수 없다. 비슷한 방식으로 길지 않은 스침의 공간, 계속 지연되고 있어서 느슨하게 휘어진 기다림의 공간, 갑자기 나타나서 돌출된 공간이거나 그래서 생략된 공간이다. 어떤 일관된 흐름으로 읽을 수 없는 운동 내지 움직임, 속도, 형상과 같이 추상적이다. 무질서한 어떤 것 일지언정 일련의 요소들이 충돌하고 대결하고 서로 동의하는 작용이 일어난다. 일종의 미결, 미완의 시공간에 있을법한 어떤 덩어리는 고정된 형태와 닮아 있을거라 생각되지만 예측할 수 없는 생소한 모습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정
행운조각
의도와는 무관한 ‘습관적 행위‘는 특별한 모양이나 뚜렷한 방향을 그리지 않는다. 그 무심한 행동의 기제는 구석진 자리처럼 생활 속에서 쉽게 지나치는 제스처들, 켜켜이 쌓인 먼지와 하찮은 물질, 잃어버린 단어들로 불순하게 뒤엉켜 있다. 욕망하는 대상과 거리가 먼, 또는 거기에 가 닿지 못한 채 떨어져 나온 옅은 회색의 덩어리와 얼룩진 패턴은, 일종의 뱉어낸 이물질, 갑자기 날아든 조각, 발설한 중얼거림으로 불쑥 끼어든다. 그렇게 나타난 몇몇 모험적인 구석들은 각기 다른 시간의 면면이 겹쳐지고 중첩되어 현재와 조용히 맞닿아 있었다.
방안에 빼곡히 들어찬 물건들을 모두 드러냈을 때 비로소 발견된 행운의 조각. 무작위적으로 버려진 정원의 질서없는 화음들. 미세한 감각모를 한꺼번에 잃어버린 후에야 다시 찾아온 자극. 소멸을 준비하는 작은 빛이 그림자를 품는 새삼스런 자세들. 전후관계로부터 삭제된, 되돌릴 수 없는 상태의 돌발표시들은 일상에 잠식해 있는 신호들을 번갈아가며 타전한다.
강유나
인터넷에 공유된 한 이미지를 봤다. 흔히 개와 함께 산책하던 도중에 찍은 짤막한 영상이었다. 비가 내렸는지 진흙으로 변한 곳 위로 지나가던 목줄을 맨 개는 갑자기 흥분한 듯 정신없이 땅을 파헤친다. 그리고는 그의 몸을 진흙탕 속으로 밀어넣더니 적극적으로 비벼대면서 격렬히 꼬리를 흔들어댄다. 마치 개의 신체 내부와 신체 밖 외부의 세계가 연결되고 있는 것을 보는 듯 했다. 생의 에너지에 가장 충만한 방식으로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다분히 원초적이다. 그리고 그것은 그 성격의 존재의 특정 형태로, 나는 단지 이것에 대해 곱씹고 있다.
- 원숭이 빨간 페터 역시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인간들을 모방하고 싶다는 유혹은 없었습니다. 저는 출구를 찾으려고 했기 때문에 모방했을 뿐입니다.”
참여작가 및 기획 : 이정, 강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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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 동대문구 이문로33길 8, 지하
운영시간
월요일 13:00 - 19:00
화요일 13:00 - 19:00
수요일 13:00 - 19:00
목요일 13:00 - 19:00
금요일 13:00 - 19:00
토요일 13:00 - 19:00
일요일 13:00 - 1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