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산아가든
2026년 6월 17일 ~ 2026년 6월 28일
《Wish Wish Wish》는 고사, 기도, 순례, 제사 등 동아시아에서 통용되는 문화적 코드를 매개로, 소망하는 행위 이면의 마음과 불안을 다루기 위해 만들어진 현대의 준-주술적(semi-shamanic) 장치를 한 공간에 불러들인다. 새끼손가락을 걸고 약속하는 것 같은 일상적인 제스처에서부터 제사 후의 음복에 이르기까지, 전시에 참여한 6인의 작가는 제의적 의례를 흉내내어 개인과 집단이 가치롭게 여기는 소망을 수면 위로 떠올린다.
전시 제목 Wish Wish Wish는 반복되는 소망이 쌓여 거대한 덩어리를 이루는 모습을 모티브로 한다. Wish는 소망이나 바람으로 번역되며, 원하는 대상과의 거리감을 전제하는 표현으로 사용된다. 멀리 떨어져 있는 이에게 &네가 여기 있었으면 좋겠어(I wish you were here)&라고 말할 때처럼, wish는 원하는 대상이 지금 이곳에 없으며, 부재의 감각과 바람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내포한다. 이때 화자는 낙심하거나 애통해하기보다 체념과 기대가 뒤섞인 태도를 보인다. 그것은 감정의 가벼움에서 비롯된다기보다 실현의 불가능성을 예감하는 것에서 오는, 스스로를 타이르는 태도에 가까울 것이다. 그렇기에 wish는 흘리듯이 발화되며, 느슨하게 잠긴 수도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처럼 새어나온다.
소망은 현재의 상태보다 어떤식으로든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을 반영한다. 버스에 앉을 자리가 있기를, 모처럼 세운 나들이 계획에 날씨가 좋기를, 발표에서 유창하게 말할 수 있기를, 고양이가 오늘도 건강하기를, 세계가 평화롭기를 비는 등의 크고 작은 바람은 &지금& 내가 감각하는 현실에 더하고 싶은 것, 달리 말하면 지금 여기에 결핍되어 있는 것을 인지하게 한다. 그러나 소망의 성취가 빈틈을 완전히 채우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하나의 바람이 이루어지면 이는 또 다른 소망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지곤 한다.
미래의 불확실성을 견뎌내기 위한 장치는 오래전부터 다양한 형태로 존재해왔다. 초월자를 향한 기도, 점괘와 부적, 의례나 예절과 같은 것들은 현세의 가치와 욕망을 외부의 힘이 실현시켜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오늘날 예측 불가능한 미래에 대응하기 위해 활용되는 절차와 도구는 보다 쉽고 빠른 방식으로 불안을 잠재우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사소하게는 꽃 이파리를 떼며 상대의 마음을 점치는 것에서부터 인공지능 챗봇이 봐주는 사주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미래를 예측 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고 믿으며 원하는 결과에 다가가려 한다.
기복(祈 福)을 위한 의례와 규칙들은 그것의 인과관계를 명확히 설명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블랙박스(black box)처럼 보이기도 한다. 인간은 그 작동원리를 알지 못한 채 여백을 자의적인 해석과 소망으로 채워낸다. 반복적인 행동, 육체적∙정신적 고통 등은 견뎌내야 할 통과의례로 이해되곤 하며, 때때로 이것의 강도는 소원의 간절함에 비례하여 높아진다. 도출되는 결과가 무엇이든, 의례에 대한 개인의 해석과 믿음은 불확실한 현실을 견디게 하는 원동력이 되곤 한다.
소망은 스스로에게 건네는 유예와 같다. 그것은 이루어지지 않은 것과 이루어질 수 없는 것 사이에 있으며, 어떤 것이 일어나지 않은 상태를 견뎌내기 위한 방편이다. 《Wish Wish Wish》는 기술이나 계산으로 메꿔지지 않는 빈 공간을 이해하고자 하는 시도를 공간에 구현한다. 예상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 믿음과 불확실성 사이에서 우리는 바라고, 기대하고, 실망하고 다시 소망하기를 반복한다. (글/문채원)
작가: 곽미엘, 문채원, 서현지, 신영희, 윤세완, 이샬롯
서문: 문채원
그래픽 디자인: 서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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