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스페이스3
2020년 5월 21일 ~ 2020년 6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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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의 7-33 : 보이지 않지만 무언가 존재하는……
2018년 가을 개관한 아트스페이스3은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시각으로 다양한 현대미술을 소개하기 위한 전시공간이다. 아트스페이스3은 메인 전시공간과 함께 16세기 조선시대의 주거형태를 볼 수 있는 유구전시실을 가지고 있다. 아트스페이스3이 자리잡은 통의동 7-33번지는 서울특별시의 “4대문안 문화유적 보존방안”에 의거하여 매장문화재 시굴조사를 받았고, 그 결과 근대부터 조선 전기에 이르는 문화층이 발견되었다. 정밀조사결과, 층위를 토대로 “근대, 조선 전기-1, 조선 전기-2” 시대의 건물지 6동과 우물 등이 조사되었다. 유구의 잔존상태가 양호하고 이곳의 역사성과 특수성을 고려하여 문화재청에 유구의 보존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어 문화재청에 전문가검토회의를 통해 문화재 위원회 매장문화재분과 심의가 진행되어 심의결과 조선 전기-1 유구에 대한 이전보전이 결정되었으며, 건물의 설계변경을 통해 신축건물 내에 유구를 이전 보존하여 전시하는 것으로 계획되었다. (서울 통의동 7-33번지 유적, 한올문화재연구원, 2019)
현재, 공평도시유적전시관과 같이 서울시의 예산으로 공적으로 운영하는 건물 내 유적지가 있긴 하지만, 사립 갤러리의 건물 내에 이와 같은 공간을 가지고 있는 곳은 아트스페이스3이 유일하다. 상업갤러리로서 이런 독특한 공간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아트스페이스3만이 가진 정체성으로서 예술, 더 나아가 문화, 전통에 대한 아트스페이스3의 철학과 이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대중적으로 인기 많은 외국작가를 한국에 소개하기 보다는, 잠재력 있는 한국 작가를 발굴하여 한국미술계와 세계에 널리 소개하고자 하는 아트스페이스3의 방향성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개관 후 일여년이 지난 시점에서, 아트스페이스3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성과 정체성을 재고해보는 과정에서, 유구전시장을 조명하고 현대미술의 영역으로 끌어들이고자 하였다. 현대미술작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색다른 동시대적인 전시를 만들고, 더욱 적극적으로 유구전시장을 대중에 소개하는 계기를 마련하고, 이런 시도를 통해 동시대 한국현대미술계에 조금이나마 새로운 자극이 되고 더욱 다양한 문화예술의 스펙트럼을 만들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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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의 7-33>이라는 다소 직관적인 제목의 전시에서 김보민(회화, 설치), 오재우(영상, 사진, 회화), 정주영(회화)은 여러 시간성이 중첩된 공간을 현재와 과거, 현대와 전통의 맥락 안에서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해석한 작품을 선보인다.
김보민 작가는 통의동 7-33번지의 유구전시장을 보고 호기심을 느끼게 된다. 이에 발굴조사서와 구술정보를 통해 이 장소를 탐구하고 객관적 자료에 본인의 상상력을 더해 이곳의 지난 시간을 그려본다.
<우물>은 유구에 대한 호기심에서 시작되었다. 흔적만 남아 있는 담벼락, 삐쭉 놓인 돌들, 거칠게 잘린 기둥 하나, 움푹 파인 온돌 자리, 둥글게 놓인 돌무덤을 보고, 여기에 있던 사람들을 생각한다. 누가, 언제, 왜 만들었을까? 이게 나와 무슨 관계가 있을까? 이런 질문들이 모이고, 부딪히고, 흘러 들어가 어딘가에 고이면, 내가 찾는 줄도 모르고 있던 그 무엇을 발견한다.
옛것엔 불가사의하고 낭만적인 부분이 있다. 그 의미가 온전히 독해될 수 없다는 것이 나를 매료시킨다. 유구는 기억의 공간이며, 내 상상력의 장이 되어 주었다. 장소를 넘나들다 보면, 시간을 넘나드는 일이 쉬워지는 것 같다. 기억은 그렇게 풍경으로 그려진다. 나는 그 편린들을 수집하고 상상적으로 연결한다. 이것은 그들의 이야기를 풀어놓은 것이고, 귀담아 들으려는 것이고, 기억하려는 시도다. 이렇게 우리는 우리가 어떤 존재이고, 무엇을 꿈꾸며,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지 묻는다. (김보민의 작가노트)
그는 통의동 7-33번지의 상징이라고 볼 수 있는 우물터, 그리고 달, 여자를 모티브로 잡아 기억속의 풍경을 그려낸다. 이 편린들은 통의동 7-33의 평면도에 재편성되어 아트스페이스3 전시장의 8m벽에 <우물>이라는 거대한 설치 드로잉으로 탄생한다.
정주영 작가는 김홍도, 정선과 같은 삼사백전전 조선의 화가들의 그림을 참조하고 그들의 이름을 자신의 그림 속으로 불러내며, 그들이 직접 바라보고 그렸던 산들을 자신 또한 직접 바라보고 새롭게 그린다. 18세기 겸재 정선의 눈으로 바라보고 화폭에 옮겨진 인왕산—<인왕제색도>(1751)—은 21세기의 작가 정주영의 눈을 통해 <인왕산 No.9>(2009)로 캔버스에 옮겨진다. 18세기의 화가 정선이 바라보았던 인왕산은 지금도 여전히 그 자리에 그대로 존재하여 21세를 살고 있는 작가의 눈에 비춰진다. 250여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영원성을 상징하듯 인왕산은 여전히 그 자리에 묵묵히 존재한다. 18세기 정선, 21세기의 정주영, 그리고 인왕산을 바라본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 그리고 미래의 언제가 그 산을 바라볼 사람들의 시선을 생각해본다. 과거의 겸재 정선도, 작가 정주영도, 우리들도, 각각 다른 실존적 시간 속에 존재하지만, 이 화가들, 과거의 사람들을 이 산의 경험을 통해 다시 만나려는 듯하다.
<검은바위는 함부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프로젝트는 장소와 사물, 역사에 대한 나의 관점을 반영하고 있는 작품들이다. 나는 이 프로젝트를 제작하면서 경기잡가 중 하나인 바위타령에 나오는 장소를 방문해가면서 그 가사에 나오는 바위를 찾아보려했다. 이 과정을 통해 GPS 위에서 공간과 사물을 인식하던 나에게 예상치 못한 인식의 틀을 깨는 기회를 주었다. 예를 들어, 김포의 ‘감바위’를 찾아갔던 어느 날, 옛 사람들이 그 바위에 대해서 적어놨던 글을 발견하게 되었다. 글에 따르면 이 산에는 명당을 끼고 있는 신성한 검은 바위가 있었는데 아무리 명사가 나타나서 그 바위를 찾으려 해도 자신의 모습을 감추고 보여주지 않았다는 설화가 있었다. 평소의 나라면 바위가 숨을 수도 있다고 믿었던 과거 사람들의 생각을 이상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작업을 해나가면서 여러 번 바위를 찾는데 실패하고, 사라진 것들을 만나는 것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던 나에게 ‘사실 우리는 아무것도 못 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의문을 가지게 해주었다.
(오재우의 작가노트)
오재우 작가는 전통을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은 그 시대의 사고의 틀인데, 그 틀 자체가 변해버려 지금과 달라져 우리가 전통을 이해되지 못하고 이질감을 갖는 문제들에 주목한다. 시각 중심으로 재편된 지금의 인식의 틀에서, 우리에게 남은 감각은 이전의 것과는 다를 수밖에 없고, 그래서 온전히 그것을 이해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우리는 시각적 감각에만 치우쳐 진정한 본질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가? 작가는 통의 7-33, 이곳에서도 잠시 머물러 잘 보이지 않는 그 어떤 것을 바라봐 주기를 바란다.
<통의7-33>이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을 잠시나마 바라보고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상상력의 장으로 과거의 선인들을 만나고 대화할 수 있는, 그리고 그들의 흔적과 체취를 느낄 수 있는, 더 나아가 그들을 이해할 수 있는 경험이 되길 바라며.
(아트스페이스3 최지예)
참여작가: 김보민, 오재우, 정주영
출처: 아트스페이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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