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웨이미술관
2015년 7월 8일 ~ 2015년 7월 24일
주목경쟁_ 조민경, 이혜림 외 3명, 주목경쟁, Image work,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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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천대역에서 오리역까지> 프로젝트를 위한 짧은 보고
<가천대역에서 오리역까지>, 사실 이 길은 멀지 않다. 하지만 내용적으로는 너무 멀었다. 미술전시의 관행으로 볼 때,
일종의 파격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전시 참여자들은 미대생이다. 이들은 ‘미술비평’ 강좌를 선택했고,
한 학기의 과제로 공동작업을 진행했다. 강좌를 맡은 나는 이색적인 시도를 제안했다.
조건은 이랬다. 사회라는 대주제 아래 조별 소주제를 선택할 것, 팀을 이루어 반드시 공동작업으로 진행할 것,
주제에 대한 학술적 연구조사와 현장 체험 과정을 거칠 것, 스케치 작업과정을 거쳐 채택된 시안으로 본 작업에 들어 갈 것 등등.
개별적으로 작업하던 습관을 버리고조원끼리의 호흡 맞추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공동 조사와 작업 과정을 통하여 사회성을 훈련시키고 싶었고, 부산물로 토론문화를 체험하게 했다.
연구 내용의 매주 발표와 토론은 일종의 지옥훈련이기도 했다.이런 과정에서 도중하차한 팀도 생기는 등 매끄럽지는 않았다.
비록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캠퍼스에서 이룩한 ‘젊은 발언’은 오리역 부근의 암웨이미술관에서 펼치게 되었다.
그래서 전시 제목을 현실 그대로 ‘가천대역에서 오리역까지’라고 정했다.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한 프로젝트의 특성을 살리고자 한 숨은 의도도 있다. 이 프로젝트는 이론적 훈련을 기초로 하여
작업한 결과물의 집성이다.
비록 어설프고 완결성은 떨어진다 해도, 학습과정과 창작 동기의 든든한 기초를 위한 시도라고 보고 싶다.
팀 작업의 주제들은 이렇다. ‘일베충’팀은 ‘이해하기 어려운 젊은 세대의 집단 행동’을 <주목경쟁>등으로 담아 표현했다.
우익성향의 집단이 펼치는 행동들, 주목경쟁은 변기에 머리를 박고 거꾸로 서있으면서 몸으로 ‘일베’ 상징을 만들어 낼 정도였다.
이들의 특성을 흥미롭게 영상에 담았다. ‘독신주의’ 팀은 현대사회의 단면을 독신으로 집약했다.
독신주의는 사전적 표현처럼 ‘결혼하지 않고 평생을 독신으로 지내려는 주의’이다.
현재 한국사회의 특징과 맞물리는 열쇠 말이기도 하다. 이 팀은 <7평 속 심연>으로 고독한 삶과 죽음을 스토리텔링에 담았다.
‘신 종교 오타쿠’ 팀은 ‘특정 취미에 강한 사람’의 수준을 뛰어넘어 오타쿠를 ‘새로운 종교’로 격상시켜 풍자했다.
이들은 캐릭터 중심으로 종교적 제단을 만들어 세태를 반영했다. 즉 여성 캐릭터에게 순결성을 요구하는 것을
남근사상의 하나라고 본 결과이다. ‘안전 불감증’팀은 상품백화점 붕괴 사건을 소재로 삼아 영상작업에 담았다.
참사 현장에서 과거를 회상하면서 안전 문제와 연결되는 불감증 문제를 다루었다.
‘장애인’ 팀은 <가지 못할 길> 작업을 통하여 장애인 문제를 환기시켰다. 예컨대 장애인을 위한 거리 위의 점자블록이
사실 장애인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설치가 많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는 일종의 사회 고발형식이기도 하지만
엉뚱한 곳으로 인도하는 도시 한복판의 점자블록, 마치 우리 사회의 세태를 보는 것 같아 상징성이 돋보였다.
그래서 이 팀은 가능성보다 미학적 특징으로 점자블록을 풍자하고, 그 오브제를 액자에 넣어 ‘작품’으로 만들었다.
주제가 있는 프로젝트, 참여자들의 열정과 방황의 결과물, 이제 여기 한 자리에 모은다.
사회를 보는 눈, 이를 위한 이론적 훈련과 창작과정, 정말 하나의 시도에 불과할지 모른다.
창작의 결과보다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한 프로젝트라고 우리는 합의했다.
아무튼 ‘창작의 맛’을 체험한 참여자들의 진한 추억은 잊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사회를 보는 눈도 제법 커졌을 것이다.
이제 가천대역에서 오리역 가는 길은 그렇게 멀지만도 않을 것이다. / 윤범모 (가천대 교수, 미술평론가)


독신주의_이준호, Self lover, Print on fabric,2015


주목경쟁_이혜림, 난 이대로가 좋아, Oil on canvas, 130x162cm,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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