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아트스페이스
2023년 2월 2일 ~ 2023년 2월 21일
산수운 2023-7, 61x100cm, 화선지에 먹, 2023
소울아트스페이스는 2023년 2월 2일(목)부터 2월 21일(화)까지 강선학의 <물과 산, 그 사이에서>展을 개최한다. 강선학은 글쓰기와 회화작업을 병행하며 1985년부터 꾸준히 전시와 출간을 이어가는 중이다. 소울아트스페이스에서 5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전시를 위해 대작을 중심으로 한 수묵화 신작 17점을 준비했다.
흑과 백의 풍경 속에 멈춰선 한 사람. 강선학의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은 표정을 알 수 없는 뒷모습이 그려졌지만 대상을 향한 고정된 시선이 느껴진다. 적막한 자연 속에 고독해 보이는 한 사람을 두고 작가의 초상이나 심사의 일단, 혹은 현재 그의 처지로 생각하는 이도 없지 않다. 혼자만의 공간과 시간을 견딜 수 있는 한 사람을 그려낸 것이지, 외로움을 그리고자 한 것이 아니라고 작가는 설명하면서도 한 명의 인물이 주는 쓸쓸함이나 아픔을 부정하긴 쉽지 않다고 말한다.
혼자인 형상이 주는 외로움, 혹은 홀로일 때의 감정을 이미지로 충분히 느끼고 짐작하는 우리는 그림 속의 한 명을 통해 고독을 소환하게 된다. 수묵화는 언제나 결핍을 전제한다. 수많은 색으로 뒤덮인 세상에서 먹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재료 속성 자체가 현실을 구축하기 어렵고, 그 비구축성으로 결핍을 드러내려는 세계가 수묵이라 작가는 설명한다. 단순하고 명료한 화면을 원할 때 컬러를 흑백으로 전환하듯 수묵은 애초부터 많은 것을 비우고 내려놓은 상태여야 한다. 심지어 구름이나 안개와 같은 하얀 대상의 표현은 붓질이 침범할 수도 없기에 종이 자체의 색에 의존한다. 그저 검은 먹으로 채우고 남겨둔 백색의 공간은 흔히들 언급하는 ‘여백의 미’로써 드러나는 것이다.
여백은 우선 시각적으로 비어있음이고 구름이나 안개이고, 두 공간을 이어주기도 떼어놓기도 하는 매개이다. 숨기기도 하고 드러내기도 한다. 이 빈 곳은 가득 찬 화면이 줄 수 없는 독특한 공간감과 여유, 읽기나 보기의 자유로운 가능성을 주고 있다. 그것은 마치 그릇이 비어있는 공간이 있기에 그릇의 역할을 할 수 있듯이 수묵화의 화면은 비어있기에 무언가를 담을 수 있게 되어 있다. 비어있기에 그림일 수 있는 것이다. 마치 그릇처럼. -강선학-
오로지 먹빛에 의탁하여 수직이나 수평으로 길게 놓인 화선지 위에 그려진 풍경과 인물, 그리고 붉은 낙관이 찍힌 각 작품을 두고 강선학은 산수운(山水韻)이라 명제했다. 산과 물의 운율 속에서 작가는 어떠한 심상의 풍경을 형상화하고자 했을까. ‘혼자 물 끝에 서서 배를 잃거나 바위에 걸터앉아 왔던 길을 버리는 테밖의 인간’이라 표현한 그는 너무 많은 것에 둘러싸인 현대적 과잉의 상황 속에서 수묵이 나타내는 결핍을 통해 고독을 호명하는 기호로써 인물을 그렸다. 논리적으로도 고독을 함축하는 혼자는 일종의 쓸쓸함이자 아픔이다. 강선학은 하나의 형상을 통해 다른 이야기를 전하려한다. 즉, 규범적인 이해로만 여겨지는 사물이나 정경의 잠재된 다른 말들의 틈 사이로 밀고 들어가는 행위처럼 혼자인 존재를 내세웠다.
<물과 산, 그 사이에서> 전시타이틀처럼 강선학은 인물과 함께 동양의 산수를 병치했다. 낮은 언덕, 풍성한 이파리, 잔잔한 수면, 거대한 바위산, 첩첩산중, 앙상한 나뭇가지, 메마른 땅, 나룻배 등 과거와 비슷한 소재들이 먹의 농담으로 표현되었다. 작가는 ‘그림을 바라보는 일은 혼자 물 끝에 서서 배를 잃거나 바위에 걸터앉아 왔던 길을 버리는 미망을 저지르는 짓’이라 말한다. 단색조의 색이 주는 어눌함, 묘사에 효율적이지 않고 사물의 형상이 묻히거나 겨우 드러나는 ‘먹’이라는 재료가 가지는 특성을 이해한다면 급진적인 현대미술에 익숙해진 시선을 잠시 멈춰 천천히 그림 속 물 끝을 건너다보는 사색의 시간을 가져볼 수 있을 것이다.
참여작가: 강선학
출처: 소울아트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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