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도스
2019년 4월 24일 ~ 2019년 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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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수한 점이 만들어낸 자아
갤러리 도스 큐레이터 김문빈
우리는 언제나 완성된 인간이 되기를 꿈꾼다. 그렇기에 자아실현을 궁극적인 목적으로 삼고 노력하며 살아가는 것은 당연한 인간 삶의 이치가 된다. 성숙한 자아와 안정된 마음의 확립을 위해 끊임없이 정신적 수양을 하는 우리는 종교에 귀의하거나 스스로 터득해낸 수양 방법을 행하고는 한다. 기도하고 절을 하며 지난날을 회개하고 자연에서의 명상을 통해 마음의 평온을 찾아가는 등 각자 방식에 맞는 정신 수련을 통해 진정한 나를 발견해나간다. 강은주는 점을 찍고 원을 그리는 행위의 반복을 일종의 자기 수양 방법으로 삼으며 작업을 진행한다. 작가는 잡념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정신과 몸을 일체 시켜 반복적으로 점을 찍어내어 자신을 갈고닦는다. 그렇게 셀 수 없는 점으로 만들어진 패턴화된 화면은 작가의 정신적 몰입감이 그대로 담겨 있다. 그것은 보는 사람에게 그림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하는 흡입력으로 작용하며 작업을 향한 작가의 몰입도를 함께 느낄 수 있다.
작가는 수행자의 마음으로 점을 찍는 작업에 몰두한다. 그렇게 수많은 중첩으로 가득 메워진 화면은 거대한 내면의 세계를 표현한 것 같은 기묘함과 웅장함이 느껴진다. 점을 찍는 행동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아주 쉬운 일이지만 그 작은 점 속에 많은 것을 담기까지에는 그만큼의 오랜 시간과 깊은 감정, 작가의 정신력이 포함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내공이 쌓이게 되며 결과적으로 가장 단순한 형태인 원과 가장 단순한 행위인 반복으로 만들어낸 작품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내포한 채로 다가온다. 이러한 일련의 작업을 통해 작가는 부정적 감정을 치유하고 새로운 자신을 만나게 된다. 이처럼 강은주에겐 그림을 그리는 것이 도를 닦는 행위와 합치되며 우리는 작품을 보며 작가와 함께 깨끗이 비워지는 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시선을 사로잡는 화려한 색상의 동그라미들은 평면에 보석이 박힌 것처럼 알알이 영롱하게 빛난다. 많은 색으로 변화하는 화면은 신비하고도 이국적인 느낌을 증폭시키는데 여기에는 묘하게 차분한 감성 또한 녹아있다. 이것은 밝고 튀는 색상의 추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어린아이의 그림 같은 감각, 즉 본능적 감각이 살아있는 느낌이 아닌 세월과 공력이 느껴지는 추상화이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수없이 많은 점 안에는 얕게 보이는 유연한 흐름이 있고 이는 우리의 눈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이 때문에 강은주의 작업은 화려함으로 보는 이들을 한눈에 압도하는 힘이 있는가 하면 부드러운 흐름으로 우리를 서서히 몰입시키는 힘 또한 가지고 있다. 이처럼 거듭되는 반복적 화면은 자칫 지루해 보일 수도 있지만 그 사이사이 느껴지는 작고 유려한 리듬이 이를 타파하여 시각적 다채로움을 주게 된다.
작가는 ‘마음을 심는다’라는 말과 한자 마음 심(心)의 언어유희를 통해 ‘마음 심(心)다’라는 이중적 의미로 이번 전시의 주제를 드러낸다. 한자 마음 심(心)은 추상적이고 복잡한 개념인 마음이라는 단어를 단 네 개의 획으로 표현한다. 작가는 이러한 단순한 형태이지만 복잡한 뜻이 함축되어있는 마음 심(心)의 획을 긋는 것처럼 점을 찍는 행위에 온 정신을 쏟아붓는다. 마음을 심는다는 것은 작품에 작가의 마음을 담는다는 뜻과 일치하며 이렇듯 작가는 마음을 그림에 심어 타인과의 교감을 시도한다. 우리의 존재는 작가가 그려낸 하나의 점과도 같다. 우리는 각각의 점에 집중하기도 하고 그것으로 채워진 화면 전체에 압도되기도 하면서 각자의 존재를 되새겨볼 수 있다. 강은주가 무수한 점을 찍어 완성해내는 작업의 결과물은 이렇게 우리에게 정신적 안정을 종용하고 자아를 발견하도록 도움을 주는 데에 의의가 있다.
출처: 갤러리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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